케이블카에 모노레일 설치추진에 이젠 훼손된 등산로 개방요구까지

 ‘민족의 영산’이니 ‘마음에 고향’이니 하면서 도민들로부터 입이 마르고 닿도록 칭송(?) 받는 한라산이 정작 돈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관광객 유치'를 명분으로 지난 30년간 케이블카 논쟁에 휩싸여 시름을 앓아 온 한라산이 최근 들어 모노레일 설치가 추진된데 이어 이제는 생태계 파손으로 출입이 금지된 등산로 개방요구까지 이어지면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제주도 당국에 의해 지난 1999년부터 집요할 정도로 추진돼 온 한라산 케이블카는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자연공원 내 삭도설치 검토 및 운영지침’을 통해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당국은 “일부 도민들은 한라산에 과연 환경부 기준에 맞는 환경친화적 삭도설치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태스크포스를 구성, 또 다시 케이블카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 제주도가 환경부의 사실상 불허 지침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카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영실노선 선작지왓.
# 환경부 운영지침상 케이블카 '불가능'  판정 불구 태스크포스 구성 재검토 나서

그리고 태스크포스 7명으로 3개월간 한라산의 지형지질, 보호동식물 등 식생분포와 경관, 문화재 등을 조사해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한 노선이 있는지를 재검토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997년에 이어 1999년에는 9억원을 들여 국내외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한라산 자연생태계 조사를 마쳤고, 이 결과를 환경부의 운영지침에 적용할 경우 케이블카 설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당국은 고작 7명의 인원으로 3개월간 재조사해 케이블카 설치를 재검토하겠다고 나서 과연 현실성 있는 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 들고 있다.

또 최근 들어서는 기존에 검토돼 왔던 ‘영실노선(선작지왓)’이 안 될 경우 다른 노선이라고 검토하겠다고 나서 제주도 당국이 지금까지 케이블카 설치 필요성의 이유로 강조해 왔던 ‘한라산 보호’는 대외적 명분일 뿐 실질적으로는 이를 이용한 돈벌이에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 제주도가 민자를 끌어들여 1100도로를 통제한 상태에서 설치하겠다고 밝힌 모노레일 조감도.
#  전문가집단 반대의견 속 1100도로 전면 통제 모노레일카 설치 추진

여기에다 제주도는 지난 1월 한국모노레일(주)가 제안한 사업계획을 수용해 민자 1420억원을 들여 한라산 1100도로 어승생악~1100고지~거린사슴까지 16km의 본선을 중심으로 영실입구~영실휴게소를 연결하는 5.1km의 영실지선, 어리목입구~어리목매표소까지 1.2km를 잇는 어리목지선에 복선(왕복) 모노레일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 모노레일이 문제가 되는 것은 민간업체의 수익성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1100도로의 차량이용을 완전 통제하게 돼 앞으로 모노레일카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어리목과 영실접근이 불가능하게 되며 한라산 등반객들도 이를 반드시 이용해야만 하게 된다. 

또 모노레일카 요금도 성인 1인당 3만원, 어린이는 2만원으로 잠정 책정 돼 있어 한 가족이 한라산 등반에 나설라치면 10만원 가량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제주도는 모노레일카 설치에 따른 환경성과 경제성, 안정성 검토 등을 위해 환경과 교통, 생태분야 전문가들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제주도 산하 연구기관인 한라산연구소 자문위원회조차 “한라산 훼손이 가속화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당국은 추진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서귀포시에서 개방을 요구하는 돈내코 정상등반로.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훼손상태가 아직도 심각하다.
#  서귀포시, 생태계 훼손으로 출입금지된 돈내코 등산로 개방 요구 거세

여기에다 서귀포시와 서귀포시관광협회, 서귀포시상공회 등은 등산로 훼손으로 1994년부터 일반인 출입이 통제 된 돈내코 등산로를 개방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내건 이유 또한 돈내코 등산로로 관광객을 유입시켜 경제 활성화를 기하겠다는 것으로 경제적 이유가 깔려있다. 

하지만 돈내코 등산로는 아직까지 훼손상태가 심각한데다가 자칫 복원단계에 접어든 구간마저 다시 훼손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실제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한라산 서북벽과 남벽과 함께 돈내코 등산로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생태계 합동조사를 벌인 결과, 해발 1000~1600m 지역은 소나무림과 산철쭉 등 관목림을 이루는 지역으로 등산로가 대부분 돌바닥(76.2%)과 돌계단(23.8%)으로 이뤄져 식생 훼손이 심각하지 않고 장기간 출입제한으로 꽝꽝나무, 제주조릿대에 의해 등산로가 피복된 상태이나 해발 1600m~정상에 이르는 구간은 암석들이 파괴되고 송이 층이 노출돼 있는 등 훼손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돈내코 등산로 입구인 해발 500~1000m 구간은 많은 비에 의한 침식현상이 심한 상태여서 한라산 국립공원측은 지난 2월 “현 상황에서 등산로 개방은 어렵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서귀포시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이 등산로 개방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국립공원이 재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간 60여만명에 이르는 등산객들로 인해 온 몸에 깊은 상처자국을 남긴 채 시름에 빠져 있는 한라산은 또 다시 관광객 유치와 돈벌이라는 경제적 이유로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설치, 그리고 출입통제된 등산로 개방이라는 중대한 위협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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