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사법처리 방침 '결정적 작용'…'거취'는 오래전 고민

오남두 당선자가 3일 전격적으로 교육감직과 교육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것은 무엇보다 경찰의 사법처리 방침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이날 오전 수사브리핑을 통해 "내일 오 당선자와 노상준 후보를 불러 조사한 뒤 신병처리에 나서겠다"고 말해 2차소환과 함께 사법처리 방침은 예고된 상태였다. '주중 재소환 및 사법처리 방침'은 이보다 훨씬 앞서 나왔다.

이 때문에 제주도교육청 안팎에선 "사퇴를 하려면 사실상 오늘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고 오후들면서 오 당선자의 교육감직 포기 선언은 어느정도 감지됐다.

실제로 오 당선자는 어제(2일) 저녁 동생과 측근, 변호사와 만나 '거취'논의에 들어갔고 이날 오전에는 변호사와 기자회견문 작성에 대해 숙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최종 결심은 이미 하루전에 내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경찰이 주변인물에 대한 수사를 통해 상당수 혐의를 입증했고 사법처리 방침을 밝히는등 압박강도를 높여오자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다고 보고 사퇴를 결심한게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혐의 시인여부를 묻는 질문에 언급은 삼갔지만 오 당선자가 회견문에서 "당선에 대한 집착으로 말미암아 끝내 제도의 한계를 벗어나게 되었음을 저 스스로도 크게 자책한다"고 말한 대목은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기자회견 뒤 교육청을 떠나면서 "교육감직을 갖고 '들어가면' 제주교육은 더 어려워진다. 충남도가 그랬지 않느냐"고 말한 점도 최종 결심에는 경찰의 사법처리 방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들어간다'는 말은 구속 수감을 뜻하는 것으로 구속도 감수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측근들이 잇따라 구속되는등 자신으로 인해 주변의 피해가 커진 점도 오 당선자에겐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지금까지 경찰에 구속된 5명 가운데 4명이 모두 자신의 친척이나 선거운동원이었다.

오 당선자 역시 "지금 구속됐거나 조사중에 있는, 저와 관련된 사람들의 과오는 결과적으로 저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그에 따른 모든 허물을 제가 안고 가겠다"며 더 이상 피해가 커지지 않기를 바랐다.

오 당선자의 교육감직 사퇴 배경에는 노상준·허경운 후보의 잇따른 공직 사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가 회견에서 "이런 사태가 불거진데 대해 (낙선자인)다른 후보보다 당선자인 내가 더 많은 책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랜시간 번민했다"고 한 발언은 경쟁후보의 연이은 사퇴표명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케했다.

하지만 오 당선자의 거취 고민은 오래전에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회견문 곳곳에 그런 흔적을 엿볼수 있다.

오 당선자는 "그간 교육감 당선자로서 저의 거취에 대해 맛못할 고민을 많이 해 왔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제주교육을 위하는 길인가 하는 문제 때문에 불면의 밤을 지새워 왔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물러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판단과 선택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번민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김경회 부교육감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나를 후원해준 지지자를 생각하면 교육감직을 수행하고 싶지만 교육계의 안정을 위해 사퇴하는게 낫지 않느냐. 몇몇 사람들과 심사숙고한 끝에 결정했다"고 말해 오래전부터 거취를 고민해왔지만 결정이 쉽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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