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칼럼] "우리의 아이들을 생각해야 한다"

교육감 당선자가 사퇴의사를 밝혔다. 사필귀정이긴 하지만 스스로 고백하였듯이 그의 참담함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위로를 보내고 싶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한시라도 빨리 교육사회를 안정시키고 새로운 교육체제를 창조해내는 일이다.

황망 중에도 우리는 새교육감 선출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내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보궐선거 실시 사유 확정 후 60일 이내라는 법적 절차상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이제 또 다시 실수해서는 안된다.

4년마다 바뀌어온 교육감선거제도의 과오를 이 기회에 끝내야 한다. 그저 막연히 시대적 추세를 빌미로 주민직선제니 학부모직선제니 할 게 아니라, 현행제도를 포함하여 다양한 대안들에 대한 철두철미한 점검과정을 생략해서는 안된다.

반장선거만도 못한 선거법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을 만큼 무능하고 무책임한데다가 총선을 바로 눈앞에 둔 그들에게 정말 무리한 요구인 줄은 아나 우리는 그 점을 거듭 강조하여 국회와 정당들에 요구한다.

교육단체나 사회단체들이 앞장서서 대안을 모색해내면서 국회로 하여금 선택 조정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방안일 수도 있다. 그 일을 가장 최근에 현안이 벌어진 제주지역사회가 감당해보는 것은 어떤가?

교원사회의 안정은 또 다른 시급한 과제이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공공연하게 실정법을 어긴 교원들의 행태를 포함, 작금의 학교사회는 오래 동안 누적된 파행으로 인하여 알게 모르게 곪고 썩고 문드러진 부분이 적지 않다.

그중에는 새교육감 체제가 들어선 이후 우선순위를 따져가면서 신중하게 처리해나가야 할 과제들도 있고, 게다가 사퇴 의사를 밝힌 당선자가 모든 허물을 다 안고 가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이번 기회에 옥석을 가려내어 단죄해야 할 부분들도 없지 않을 듯하다.

무엇보다도 아이들한테 미치는 악영향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기성세대를 본받았는지 반장선거에서조차도 햄버거를 돌리는 영악함이 어느덧 배어버린 우리 아이들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어 천방지축했던 어른들의 어리석음을 아이들을 위한 교훈으로 반전시켜내야 하는 것은 이제 어른들의 당연한 책무가 아닌가?

학교운영위원.... 그들은 본래 신성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경찰에 불리워가는 면면들과 그 숫자는 우리를 실망시키고도 남는다. 물론 그 가운데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던 분들도 적지 않다. 제주 특유의 공동체적 인간관계 때문에 본의와는 다르게 “몰 죽은 밭에 들듯이” 끌려들어간 경우들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또 진심으로 제주교육의 난맥상을 타파하는 밑거름이 되고자 사심없이 선거에 관여하게 된 이들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선거법 자체가 아예 덫이었던 탓으로 어김없이 걸려들게 된 부분들도 있다.

이러저런 정상을 참작한다 하더라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일부 학운위원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은 분명하다. 사적인 탐욕 때문에 학운위원이라는 직책을 의도적으로 찬탈해 들어간 경우도 드물지만은 않다.

제도상의 맹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 고유의 직무를 고의로 능욕한 사례들은 용납될 수 없다. 그 경우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엄중 사법처리될 것이다. 단, 여기에서 옥석을 신중하게 가려야 하는 것은 그래야 장차 사회정의가 제대로 서는 까닭이다.

어쨌거나 궁극적 책임은 교육감선거에 나섰던 네 사람에게 돌아간다. 11월초 한 사람의 귀한 목숨이 던져지면서 명백한 경종이 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이후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이 함축하는 조짐들에도 불구하고, 정녕 하늘 두려운 줄 모르고 스스로를 삼가지 못했던 그들은 결과적으로 스스로 제주역사에 일대 획을 긋는 악역을 맡고야 말았다.

그 중에 누구 한 사람, 남들이야 어떻든 기어코 초심을 지켜냈더라면 오늘 단연코 기적같은 역사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었을 텐데 이제 그 정반대편에서 증인이 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으니 개인으로서나 제주사회로서나 참으로 애석하기 그지없을 뿐이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그때 누가 금도를 지킬 수 있었다면 그야말로 제주교육사회의 적폐를 혁파해내는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이제 회한으로 남는다. 소돔과 고모라에서 의인 한 사람이 그리도 귀했음의 의미를 이제야 우리는 몸서리쳐지도록 실감한다.

우리는 졸지에 우리 교육계의 원로들 네 분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창망간이 아니다. 그 원죄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그것은 이미 8년 전부터 예비되어 왔다. 아직 수사 중이라 그 상세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전언에 의하면 특정업체 사업자들 다수가 이번 불법선거에 연루되어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또한 현직 교원과 교육청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의도적으로 개입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현교육감체제의 거울이다. 과장된 표현일 법도 하지만 “같이 떡을 만들어 나누어 먹다.” 이것이 그 정체이다. 인사파행, 편중투자가 그 내용이다.

그것은 두 차례의 교육감 선거와 8년간의 교육권력 독점 와중에 고스란히 학습되었고 동경되었으며 모방되었다. 이번 선거의 시와 종은 그렇게 설계되고 진행되어 왔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망하고 만다는 금언이 바로 눈앞에서 추상같이 우리를 닦달해낸다.

객지 병원 침상에 드러누워 노심초사하고 있을 교육감의 초상은 가슴 아프게도 우리가 극복해내야 할 역사의 실체이자 한 단면이다. 이제 진정 스스로 허물을 다 끌어안아야 할 차례가 아닌가?

우리는 이 기회에 모진 역사로부터의 교훈을 배워내고 실천해내야 한다. IMF가 우리에게 내린 경고를 허술히 그냥 요란한 시늉과 시위들만으로 넘겨버린 우리에게 다시 들이닥치고 있는 작금의 고통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늘은 그냥 있는 게 아니다.

역사는 그냥 과거의 쌓임이 아니다. 과거는 과거고 미래는 미래가 아니다. 겸허하고 예리하게 과거를 성찰하고 주도면밀하게 미래를 전망해내야 한다. 역사의 엄정한 가르침을 무릎꿇고 받들어 모셔야 한다. 이제 제주교육의 새로운 획이 그어지려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자.

<김학준의 우리는 이어도로 간다 designtimesp=3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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