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 호텔방에서 낯선 여자와 자다
첫날밤 호텔방에서 낯선 여자와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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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에피소드] 결혼식 첫날 호텔방에서 뛰쳐나온 사연

지금은 많이 간소화되어 이틀 혹은 하루로 결혼식을 하지만 제주는 결혼식을 3일동안 합니다.


결혼식 전전날은 돼지 잡는 날이라고 해서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돼지를 잡아 삶고, 전날은 가문잔치라고 해서 손님들이 오는 날입니다. 그래서 먹는 날이라고도 합니다. 결혼식 당일은 예식장에서 식을 올릴 뿐이지 예식이 끝나고 손님접대를 하는 것은 없습니다.

제주 시내에서는 이런 삼일 잔치가 많이 줄어들어 이틀 혹은 당일 잔치를 하지만 아직도 농촌에서는 삼일잔치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웃에 결혼이 있으면 3일 동안은 동네잔치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결혼을 할 때도 삼일잔치를 했습니다. 물론 6년 전 그때도 간혹 이틀이나 당일 결혼을 하는 집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보통 식당에서 치릅니다. 저도 번거롭지 않게 식당에서 했으면 했는데 아버지가 처음 치르는 아들의 결혼이라 집에서 하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렇게 돼지 잡는 날로부터 시작한 결혼식이 끝나고 또 치르는 통과의례가 있으니 그건 바로 결혼식 피로연입니다. 당연히 그 기간동안 싫든 좋든 엄청난 양의 술을 마시게 되고요, 제주에서 결혼하려면 힘을 비축해둬야 합니다.

제주에서는 결혼식이 끝나고 바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저녁이 되면 신랑, 신부 각각의 친구들이 모여 피로연을 하고 시내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첫날밤은 신혼여행지가 아니라 제주도호텔에서 치르게 되는 것이지요.

저도 남들처럼 그렇게 결혼식을 하고 피로연을 했습니다. 결혼식 3일 전부터 엄청난 양의 술을 마셔서 결혼식 내내 다리가 후들거렸고 처음에는 술병만 보아도 헛구역질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분위기에 취하고 하다 보니 또다시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습니다.

3시간 정도 피로연장에서 술을 마시고 미리 예약해 둔 호텔에 체크인을 했습니다.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는 918호….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엄청난 양의 장미꽃바구니가 티 테이블에 놓여 져 있었습니다. 메모지를 보니 우리 사장님이 결혼 축하한다고 보낸 것이었습니다.

녹초가 되었는데도 잠시 감동을 하는데 제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사장님이었습니다. 호텔 지하 바에 교수님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교수님은 결혼식 때 주례를 보신 제 은사님입니다. 그리고 사장님과 교수님은 대학 선후배 사이고요. 평상시에도 저와 사장님, 교수님 이렇게 셋이서 술자리를 많이 하지만 일부러 다시 축하를 하러 오신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머리핀을 빼지도 못했고 저도 좀 전 차림 그대로 지하 바로 가서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깰 시간도 없이 3일 연속으로 마셔댄 술에, 좀 전까지도 피로연장에서 친구들이 따라주는 술잔을 넙죽넙죽 받아 마신 터라 금방 취기가 올라왔습니다.

또 기분에 교수님이 따라 주는 폭탄주를 몇 잔 마셨고 이내 정신이 가물가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의 기억은 꿈결인지 아득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몇 번은 꼬꾸라진 것 같고 사장님과 교수님이 저를 부축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호텔방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얼마나 잤을까요.

애타게 사막에서 물을 찾는 꿈까지 꾼 것을 보면 정말 많이 목이 말랐던 모양입니다. 더듬거리며 침대 밑의 스탠드 버튼을 찾아 누르고 미니바의 생수를 따서 꿀럭꿀럭 마셨습니다. 술이 채 깨지 않아 그 때까지도 비틀비틀 거렸고요, 머리는 또 얼마나 찌근거렸는지요. 스탠드 버튼을 끄고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너무 놀라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버튼을 끄려고 하는데 연한 스탠드 불빛에 보이는 침대 위의 여자는 제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낯선 여자였습니다. 다시 한 번 찬찬히 보는데 정말 저는 웬 낯선 여자와 동침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결혼 첫날밤에 …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가슴은 콩당콩당 뛰고 일단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방에서 나오는 수밖에 없다고 느꼈습니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으려는데 옷까지 보이지 않았습니다.(전 사실 결혼 전까지는 잘 때 하나라도 걸치면 잠을 못 잤습니다.)

옷장을 열고 비로소 팬티 한 장을 찾아 걸쳤는데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는지 이 낯선 여자가 드디어 슬그머니 침대에서 눈을 비비며 일어납니다.

저와 이 낯선 여자는 서로를 보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악 누. 누구세요?" 저는 이렇게 소리를 질렀고 제 모습에 놀란 낯선 여자는 "엄마야"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급히 팬티바람으로 방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내방인 918호를 다시 찾았습니다. 술이 떡이 되게 취했어도 918호는 또렷이 기억났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요. 내가 급히 도망 나온 그 방이 바로 918호였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낯선 여자는? 그럼 아내는 어디로 간 걸까? 혹시 이게 꿈은 아닐까?

호텔 복도에서 팬티바람으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는데 그때 918호 문이 빼꼼 열렸습니다. 낯선 여자가 삐죽 머리만 내밀고 저에게 말을 했습니다.

"거기서 뭐해? 놀라 죽는 줄 알았네…."

얼굴은 하얗고 눈썹은 가운데 반쪽만 있는 이 낯선 여자가 놀랍게도 목소리는 아내였습니다. 다시 찬찬히 보는데 이 여자는 또 한마디 했습니다.

"하여간 술 먹고 별짓을 다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아내가 저를 보고 잔뜩 골이 나서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일단은 안심하고 비틀거리며 다시 방안에 들어와 곯아 떨어졌습니다.

아침, 간밤의 낯선 여자는 어디로 가고 예전의 제가 알던 아내가 저를 깨웠습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저는 결혼 전에 아내의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저처럼 눈썹이 엄청 짙은 줄 알았고 잡티 하나 없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다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제 결혼한 지 6년이 지나 화장 전과 화장 후의 아내의 모습에 대해 많이 익숙해 졌습니다. 하지만 신혼여행 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머릿속으로 속았다고 생각하며 얼마나 분했는지 모릅니다. 
 
글쓴이가 직접 운영하는 제주관광안내사이트 강충민의 맛깔스런 제주여행 www.jeju1004.com 에도 올린 글입니다. 제가 올린 글이 어려운 시대에 조금이라도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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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2
소설가 2005-08-25 22:11:04
소설인 이유
1. 정확히 호수를 알았고 교수가 부축해서 방을 안내 했는데 ...
2. 옷장에 넣어둔 자기 팬티까지 찾아 입었다면 왜...
3. 연한 스탠드 불빛으로 남의 여자로 알아볼수 있다면
아내가 자기신랑을 알아보지 못한다?
3. 아무리 화장을 지워도 고양이가 강아지로 보이지 않는다
4. 더 많은 이유를 설명하면 글쓴이 괜히 챙피하다 그지?

어째거나 저째거나 사실에 근거한것 같으나 장사꾼의 기질은 다분한것 같군요
1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