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칼럼] 선흘곶, 교래곶 등 줄줄이 골프장·리조트 개발계획

한반도 최후의 상록수림, 제주 선흘곶

햇수로 벌써 6년 전인 1999년 9월 15일 저녁 10시, [환경스페셜] '한반도 최후의 상록수림, 제주 선흘곶(PD 강민부)' 이 KBS 1TV를 통해 전국으로 방영됐다.

이 방송을 통해 제주도민은 물론 전 국민들에게 제주지역의 곶자왈이 갖는 생태적 가치가 생생하게 알려지게 된다.

특히 '선흘곶'은 다음 해인 2000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전국에서 가장 시급한 내셔널트러스트 확보 대상지 9곳 가운데 한곳으로 선정했을 정도로 환경적 가치가 큰 곳이다.

북제주군 김녕리 일대 140만평 규모의 선흘곶은, 현무암 암반지대인 평야지대에 뿌리를 내린 상록활엽수림 지대가 70만평이나 펼쳐져 있다. 이 곳에는 전국 상록수 65종 중 31종이 출현하고 있으며, 특히 종가시나무와 구실잣밤나무가 최대군락을 이루고 있다.

또한 이곳은 식생천이 과정(초지→덤불→낙엽·상록수 혼재림→상록수림)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눈에 관찰할 수 있는 천연 '자연학습장'이기도 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선흘곶에는 자연생태계의 '원시성'이 살아있다는 점이다.

환경부 보호종인 장수풍뎅이, 맹꽁이, 물장군, 제주특산종 비바리뱀이 서식하고 있으며, 환경부 보호종인 '순채'가 한국최대의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또한 개가시나무, 물부추, 백서향, 백량금, 새우난의 집단적으로 자생하고 있어 식생의 보고임이 확인된다.

이 선흘곶이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묘산봉관광지구'로 지정되면서부터.

녹지자연도 '6등급 이하는 개발 가능하다'는 논리 아래 승인된 국토이용변경신청이 그것이다.

당시 KBS 취재진과 산림청의 조사결과 선흘곶 전지역의 80% 이상이 개발불가능한 7등급 이상이었으며, 지름 13센티미터의 상록활엽수는 23년산 자연림으로 8등급에 해당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었음에도, 이러한 잘못된 생태조사 결과에 대한 책임규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주도, 다시 '선흘곶 개발'의 칼 꺼내들어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묘산봉개발은 유예돼 왔으며, 최근 곶자왈 보전에 대한 도민의식이 증대됨에 따라, 행정당국 또한 당연히 이 지역을 개발지역에서 해제하거나, 굳이 개발한다면 '생태공원'으로 조성될 것을 기대해왔다.

그러나 북제주군과 제주도는 이러한 도민적 기대를 버리고 다시금 선흘곶에 대한 '개발의 칼'을 꺼내 들었다.

지난 19일 오후 제주도는 김태환 도지사(위원장) 주재로 제주도청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심의회를 열고 성산포(섭지코지), 묘산봉, 교래 등 3개 관광지구 사업시행예정자 지정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기한 연장 문제를 협의, 개발사업시행 승인 기한을 내년 4월22일까지로 1년 연장했다.

도대체 북제주군과 제주도는 곶자왈 보전의 의지가 있는가? 환경보전은 구호로만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른 지역은 몰라도 '묘산봉 지구'는 안된다.

묘산봉지구는 언급한 국내 최대 상록활엽수림 지대인 '선흘곶자왈'의 동쪽 지역이기 때문이며, 제주 곶자왈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숲과 초지, 연못, 그리고 숲으로 진행되는 혼재림 등 4개지역으로 구성된 선흘곶은 자연생태계의 순환고리로 연결되어 물과 은신처, 먹이 등 그들의 서식환경의 최적 조건이 되어있다. 어느 하나라도 개발되면 생태통로가 단절된다.

오히려 이곳은 관광지구로 개발하기 보다, 생태가치를 정확히 조사·평가하여 '생태공원' 등의 다양한 대책이 필요한 지역이다.

선흘곶 이외에도 교래곶, 안덕곶자왈도 위기

곶자왈이 위험에 처해 있는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교래곶자왈 지역도 '한라산리조트' 개발계획 재추진으로 다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안덕곶자왈 지역도 골프장 개발계획으로 파헤쳐질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곶자왈 지역에 들어선 '블랙스톤골프장' 개발과정에서, 세계에서 제주에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인 '가시딸기' 대규모 군락지가 훼손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지 않은가?

이제 더 이상 제주 '생태계의 허파'인 곶자왈은 개발되서는 안된다.

곶자왈 보전은 '제주환경 보전의 바로미터'나 다름없다.

행정이 이를 지킬 의지가 없다면, 이를 지킬 몫은 바로 도민들에게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