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16) 두 줄기 샘에서 솟는 물 - 북촌리 사원잇물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사원잇물을 설명하는 현덕선할머니 ⓒ김은희

북촌리는 조천읍의 동쪽 끝 마을로, 주민들 대다수가 농업과 어업을 겸하는 반농반어 마을이다. 특히 제주4·3사건에 북촌리는 제주도에서 단기간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희생된 마을로 알려져 있다. 현기영의 소설『순이삼촌』의 마을이다.

제주4·3사건 이후 무남촌이 되다시피 한 마을을 재건한 것은 북촌리 여성들이었다. 어쩌면 바다에서 힘껏 자맥질하면서 4·3사건의 서린 한을 잊으며 무조건 악착같이 살아 왔는지도 모른다.

북촌리 사원잇물을 찾아 포구 쪽에 가니, 물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사원잇물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어른들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었으며, 현대식으로 많이 개조되어 있었다.

북촌리 현덕선(1928년생, 여)은 “제주시 산짓물과 다라쿳물과 북촌 사원잇물은 고치 곤다.(제주시 산짓물과 가라쿳물과 사원잇물은 같이 말한다.)”는 말을 어린 시절부터 늘 들어왔다고 했다. 물맛이 달고 물이 맑다는 뜻이다.

북촌리는 물통이 24군데 있다. 먹는 물로 사원잇물, 우앙물, 정짓물, 도와치물, 큰고망물, 족은고망물, 새끼고망물 등 다 댈 수가 없을 정도다. 물을 먹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도와치물은 바닷물이 쌀 때(썰물) 먹고, 들 때(밀물)는 사원잇물 → 큰고망물 → 새끼 고망물 순이 된다.

현덕선은 식구가 15명이나 되다 보니 하루에 스물두 번 물을 길어와야 했다. 매끼 식사마다 그릇도 엄청나서 다 싣고 와서 이곳에서 씻었다고 한다. 북촌리는 물통이 집 주변에 있어 물 길어다 먹는 일은 다른 마을에 비해 쉬웠다. 대부분 아침밥 준비 전에 그날 먹을 물을 준비해 두는데, 바닷물 때와 맞춰서 물을 길어야 하기 때문에 순발력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사원잇물은 제주4·3사건 이후에 개조된 것이다. 모양을 낸다고 원통 모양을 했는데, 통이 깊어서 물박(바가지)으로 뜨기가 더 어려워졌다.

주민들 말에 따르면 두 개의 원형 식수통을 만들게 된 동기는 사원잇물의 두 줄기 샘구멍에서 맑고 차가운 물을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원형 식수통에 있는 물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솟는 샘물로 인해 늘 움직이고 있다. -「제주일보」1996년 8월 15일자

두 개의 우물은 먹는 물로, 직사각형 모양은 빨래하는 곳으로 쓰였으나 여기서 목욕은 못했다. 목욕은 도와치물에서 했다. 눈병 치료용 물도 있었는데, 큰고망물 줄기가 올라오면 그 물에 눈을 씻으면 눈병이 나았다고 한다. / 김은희

*찾아가는 길 : 북촌리 농협→200m 동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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