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17) 북촌리 고지불턱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고지불턱 ⓒ김은희

북촌리 고지불턱은 북촌리 1동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고지불턱을 조사차 처음 찾아 간 날은 해녀들이 바다를 지키다가 철수할 때였기 때문에 오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서 다음날 다시 만났다.

고지불턱은 북촌리 1동에서 6~70대 해녀 15~20명이 사용하는 불턱이다. 소라·전복 산란기에 외지인들이 모르고 와서 해칠까 우려하여 물질이 없는 날인데도 순번제로 바다를 지키고 있다.

북촌리 해녀수는 총 200명 정도(등록된 해녀수는 122명)이고, 대부분 다려물질(다려도 물질)을 나간다. 마을근처 바닷가에서 물질하는 해녀들은 나이가 들거나 물질 기량이 낮은 사람들이다.

고지불턱 주변은 해녀들의 활동공간이다. 어쨌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군이든 하군이든 물에 들어가는 시간과 나오는 시간만큼은 똑같다. 즉, 다려도에서 물질을 하든, 고지불턱에서 하든 북촌리 해녀들의 작업시간은 똑같다는 것이다. 고지불턱에서 한 쪽 다리라도 먼저 물에 담갔다가는 그 즉시 호각소리는 물론 욕설이 퍼부어진다고 하니 무섭다.

고지불턱에서 김민자(1934년생, 여), 문순옥(1936년생, 여), 이옥례(1936년생, 여), 안인숙(1943년생, 여) 씨가 이야기 봇짐을 풀었다.

매해 8월~9월은 소라들의 산란기라 누구든 바다 출입을 금하고 있다. 외부사람들을 못 오게 막고 있어서 물질 없는 날도 보초 서러 나오고 있다.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소라 채취기이고, 5~6월은 성게, 보말, 9월은 붉은 성게가 잡힌다. 옛날에는 7월이면 오분자기가 많았는데, 이젠 보이지 않는다. 오분자기나 솜은 사라지는 바다작물이다. 소라나 전복, 해삼은 씨를 배양해서 바다에 뿌려 키워서 잡기도 한다.

북촌은 다려(도) 해녀가 많다. 물질하다가 작은 것이 잡히면 공동어장에 풀어주는데, 공동어장은 북촌 해녀들이 전체로 작업을 하는 장소이다. 고지불턱은 역사가 깊다. 할머니의 할머니부터 사용했다. 까부리(모자)에, 작은눈(안경)을 쓰고 물소중만 입어서, 물에 들면 추워서 대여섯 번을 나왔다 들어갔다 하고. 그때는 물적삼도 안 입었을 때다. 물안경을 쓰고 들어가면 물건이 크게 보여서 신나게 잡아서 보면 쪼그만 해서 어이가 없어.

추워서 불턱에서 불 쬐다 보면, 열로 다리가 벌겋게 되면, “저 다리 꽃 잘 피난 물질도 잘 헴저.”허멍 한바탕 웃어 제끼고…. 불턱에서 짠물을 끓여 놔뒀다가 고무옷을 벗을 때 그 물을 끼얹으면서 벗어야 잘 벗어졌다. 그렇지 않으면 살갗이 벗겨진다. 물질하러 올 때는 땔나무 등에 져서 오고, 구워먹을 감자나 고구마도 가져 와서 구워 먹는다. 옛날 바다는 물건은 많은데 추워서 못했고, 지금은 더 하고 싶어도 물건이 없어 얼마 못한다.

고지불턱(현대식 탈의장) 앞에는 최근에 시멘트로 만든 불턱이 있다. 오래된 건 큰 불턱, 최근 건 작은 불턱이다. 작은 불턱은 지금도 사용 중에 있다. 바다가 세서 작업을 못하면 수입이 적고, 밭일도 하고 잠수일도 하지만, 바다일은 부업 정도의 수입밖에 안 된다.

해녀 네 분을 모시고 고지불턱에 대해 듣노라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불턱은 이런 맛이다. 웃음과 수다, 젊은 날의 추억이 있는 곳, 그래서 해녀에게 불턱은 휴식처이자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여성전용공간이다. / 김은희

*찾아가는 길 : 북촌리 북촌초등학교 옆길→북촌포구 서쪽 다리→개인 주택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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