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가 어디꽈] 침구사 논쟁을 바라보며

 지난 6일 제주도 내 43개 시민ㆍ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를 자연치유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자연치유건강법을 정립하고 침구사 등 자연치유의학 관련 자격제도를 신설하자고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강택상, 고희범, 우근민 각 도지사 후보는 원칙적 찬성 입장을 표명하였고 제주도한의사회는 자연치유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지만 침구사 부활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러자 43개 시민ㆍ사회단체는 제주도한의사회에 대하여 침구사 부활 문제에 관한 공개토론을 제안하였다.

  필자는 이를 지켜보면서 자연치유의 제도화가 혹시나 침구사 부활에만 초점이 맞춰질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침ㆍ뜸은 분명 자연치유의학의 중요한 영역이지만 자연치유의학의 범위는 그보다 훨씬 크다. 자연치유의학은 우리나라의 전통의학인 한의학은 물론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 그 외 세계 각국의 전통의학, 서양의 자연의학(Natropathy)을 모두 아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치유의 제도화 논의는 침구사 부활에만 한정하지 말고 자연치유의학 전반에 걸쳐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는 의료인을 의사와 한의사로 양분한 다음 의료행위는 의사에게, 한방의료행위는 한의사에게 각각 독점시키고 있는 현행 의료제도이다. 이는 의사와 한의사 간의 문제, 한의사와 비의료인 간의 문제로 나눠 살펴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지면의 제약으로 의사와 한의사 간의 문제만 다루기로 한다.

  현행 의료제도 하에서는 자연치유의학 중 한의학의 영역은 한의사만 다룰 수 있고, 한의학 외의 영역은 의사만 다룰 수 있다. 의사가 환자의 치료에 유익하다고 판단하여 한방의료행위를 하면 처벌받아 전과자가 되고 의사면허 자격정지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한의사 역시 한방 외의 자연치유의료행위를 하면 마찬가지의 제재를 받는다. 물론 한의사는 현대의학에 기한 의료행위도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사례가 하나 있다. 의사인 모씨는 환자들에게 IMS 시술(침을 이용해 근육통증을 치료하는 시술)을 하다 적발이 되어 의료법위반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받고 의사면허자격 정지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에서는 IMS시술은 한방 침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 패소판결을 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IMS시술은 긴장된 근육 깊은 곳에 침을 자입하여 전기자극을 줌으로써 근육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방법이므로 의학적 근거, 치료방법 등에 있어 한방의료행위인 침술로 볼 수 없다고 하며 원고 승소판결을 하였다. 현재 이 사건은 상고되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필자는 위와 같이 엇갈린 판결들을 보면서 씁쓸했다. 침을 놓는 행위는 똑같은데 한방의료행위로 해석되면 금지되고 양방의료행위로 해석되면 허용된다니 뭔가 말장난하는 것 같았다. 대법원에서는 어떤 판단을 할까.

  돌이켜 선진국을 보면 선진국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치료에 현대의학과 자연치유의학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하여 통합의학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 하에서는 현대의학과 자연치유의학의 통합은커녕 자연치유의학 자체에서도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과학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의 의사들보다 더 한의학을 비과학적인 것으로 여기며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상태에서 현대의학과 자연치유의학의 교감을 통한 통합의학 운운은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연치유의사인 한의사의 경우 의료기사를 지도할 수 없고 현대적인 진단ㆍ검사가 허용되지 않아 의료인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기가 어렵다. 특히 한의학의 산업화ㆍ글로벌화를 위해서는 한의학의 과학화가 필수적인데 현행 의료제도 하에서는 요원하기만 한 일이다.

  따라서 제주가 진정으로 자연치유의 메카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적어도 특별자치도법에 특례규정을 두어 의사ㆍ한의사 면허제도의 통합, 현대의학ㆍ자연치유의학 교육체계의 통합을 의미하는 의료일원화를 이루어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의료일원화는 한의사제도의 일방적 폐지가 아니라 양ㆍ한방의 발전적 통합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신용인 변호사 ⓒ제주의소리
  의료계의 현실을 보면 의료일원화를 이루어내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양ㆍ한방 의료계 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상호 불신과 갈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불합리한 의료제도를 그대로 두고 제주를 자연치유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한다면 결국은 빛 좋은 개살구로만 끝나고 말 것이다. 자연치유 제도화에 대한 논의는 침구사 부활 문제와 더불어 의료일원화 문제도 다루어져야 한다. / 신용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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