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헌트' 조성봉 감독이 보내온 사진과 글, 그리고 음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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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무척 온 다음날 중산간지대를 돌아다녔죠...

한라산과 오름과 무덤을 찾아..






 





김영갑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제주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하자 무덤이 보이고 동자석도 보였다.

바람과 싸우며 척박한 땅에서 살아온 그들은 무엇을 꿈꾸는가.


유배의 땅에서 변방의 고달픈 삶을 극복하기 위해

토박이들은 ‘이어도’라는 유토피아를 꿈꾸었다.“


 





 


암청빛 한라산과 그것을 둘러싼 잿빛 능선에 휩싸인,

작은 뿌리인 나는 이 땅에 태어난 운명을 사랑한다.


 


너울너울 살아서 움직이는, 화산재로 뒤덮인,

오름과 오름의 구릉을 나는 사랑한다.


 


화산의 눈물로 질퍽한 이 섬, 현무암보다 깊은 어둠을 살면서도

생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팽나무와 닮은 그들의 삶을 사랑한다.


 





 


이 길은. 이 바다는. 슬픔과 아름다움, 부드러움과 강인함, 혹독한 바람과 야생의 햇볕,


수용과 저항, 고통과 치유의 섬, 제주도는 왜 이리도 모순된 땅인가.


 


이 섬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삶이란 결국 상처와 맞부비며, 상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제주도는 완벽한 자연이다. 비애와 황홀한 땅이다.


정직한 땅, 기억의 땅이다.


 


내게 있어 이땅은 고통과 치유의 스승이다.

나는 이 땅처럼 통하는 인간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허영선<섬, 기억의 바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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