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시민단체 간담회, "도민여론에 기댈 사안 아니“ 지사 결단 촉구

▲ 김태환 지사는 25일 도내 15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초청, 도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제주의소리
김태환 지사가 행정계층구조 개편과 화순항 해군기지, 한라산케이블카 등 산적한 도정현안 해결을 위해 25일 도내 시민사회단체 의견수렴에 나서 주목되고 있다.

김태환 지사는 이날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예총 제주도지회,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전교조 제주지부,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YMCA, 제주 YWCA, 서귀포 YWCA, 제주흥사단 등 도내 15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초청, 도정 현안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활발한 의견이 개진된 것은 화순항 해군기지와 행정계층구조 개편.

시민단체 대표들은 대부분 화순항 해군기지는 세계 평화의 섬 제주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용역이나 여론조사에 의존할 사항이 아니라며 도정의 정책으로 김태환 지사의 결단을 촉구했으며,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과 함께 역시 김 지사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을 내 놓았다.  

이지훈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제주도가 마련한 2002년 평화의 섬 세미나에서 화순항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평화운동의 선구로 의미를 부여 했었다”고 전제한 후 “평화의 섬을 위해 동북아군축회의를 유치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군사기지를 만들면서 군축회의를 유치할 수 있겠느냐”며 “국가안보는 물론 제주도 발전차원에서도 해군기지를 설치하는 것 보다 세계평화의 섬의 역할을 맡는 게 바람직하며, 이게 참여정부에서 내 걸고 있는 ‘동북아균형자론’의 핵심”이라며 화순항 해군기지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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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열 민예총 제주도지회장은 김태환 지사가 화순항 해군기지와 관련해 발전연구원에 과업을 주고,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그동안 제주도가 평화의 섬을 얼마만큼 자랑했느냐. 해군은 군사기지가 들어서면 주민복지가 나아지고 부의 창출이 보장된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이는 그야말로 강대국의 입장만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도가 이 문제를 방치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갈등이 빚어지게 된다”면서 세계평화의 섬 지정을 받아 온 김태환 지사가 용단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강봉균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제주도는 고려시대 때는 일본 침략의 선봉기지로, 조선시대때는 유배지로, 그리고 일제 강점 하에서는 일본 방어의 전초기지로 이용되면서 제주도민의 삶의 질과는 상관없이 한반도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전락돼 왔다”면서 “화순항 해군기지문제마저 또 다시 국가안보라는 미명하에 한반도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제주도민의 삶은 전보다 훨씬 더 악화될 것”이라면서 제주도가 반대입장을 표명할 것을 촉구했다.

홍성직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제주도가 추진하는 평화의 섬 사업이 너무나 추상적인 사업들 밖에 없어 정작 도민들은 평화의 섬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말로는 평화를 이야기 하지만 제주에서 생활하는 16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의 문제는 방치되고 있는 게 제주 평화의 섬 현실”이라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강경선 제주경실련 공동대표는 “화순항은 국가적 정책과 평화의 섬이라는 지역적 문제가 가치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문제”라면서 “진해 등 국내 해군도시는 상황이 어떤지, 외국사례는 어떤지를 신중히 검토해서 정말 제주관광산업과 평화에 걸림돌이 되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또 권재효 제주흥사단 공동대표는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볼 때 화순항 군사기지는 없는 게 낮다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제주도도 국가의 한 구성원인 만큼 국가적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가 과거 연안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 가고자 하는 현실을 균형자적 관점에서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행정계층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논의의 복잡성 만큼이나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됐다. 하지만 김 지사의 입장정리를 요구하는 견해들이 많았다.

임강자 제주YWCA 회장은 “계층구조 개편에 대해 2년동안 연구했다고 하지만 정작 설명회장에서는 정확한 설명이 안돼 오히려 도민들에게 혼란만 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문제는 이제는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만큼 제3의 대안까지 검토하면서 행정체제를 개편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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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선 경실련 공동대표는 “계층구조 개편은 행정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행정이 과연 위기에 처해 있는지,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하나 그렇지 못했다”면서 “설령 다 양보를 하더라도 혁신안이 제주도민에게 궁극적으로 편익을 줄 수 있는지, 도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냐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를 해 봐야 한다”며 제3의 대안 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수열 민예총 제주도지회장은 “행정계층구조를 개편하는 문제는 우리 세대가 아닌 우리 후세들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적 사안으로  더 많은 전문가와 도민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후 “도가 이 문제에 대해 속내를 숨김없이 당당했으면 좋겠다. 도민에게 선택하라는 것은 갈등의 소지만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며 김태환 지사가 이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지훈 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행정구역개편에 따를 경우 제주도는 현재 전국 1/16 지분에서 1/60~1/70 지분으로 떨어졌을 때 중앙정치권과 정부 교섭력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또 “지금처럼 시장, 군수와 기초의회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자칫 주민투표에서 혁신안이 부결될 경우 외부적으로 제주도민들의 혁신의지가 없는 것처럼 비쳐질 수 가 있다”면서 “이 문제를 밀어 부칠 게 아니라 도지사가 나서서 시장·군수와 기초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김태환 지사는 화순항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지난 2002년에도 이 문제가 불거졌으나 다시금 이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면서 “솔직히 이 문제는 제주도 행정에서 판단을 내리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어 제주발전연구원에 긍정적 면과 부정적 면을 검토하도록 과업지시를 내렸다”면서 “결과가 나오는대로 도민의견을 수렴해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또 “해군기지가 평화의 섬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외국의 사례는 어떤지 검토하도록 하겠다”면서 “평화의 섬 추진과 관련한 범도민기구가 결성돼 있는 만큼 그곳에서도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지사는 계층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1985년 종합개발계획부터 1994년 특별법 제정당시, 그리고 2000년 자유도시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계층구조 문제가 제기돼 와 2년 동안 논의를 끌어왔기 때문에 이제는 어차피 한 번은 매듭을 지어야 한다”면서 “일각에서는 지사가 너무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 문제는 워낙 중요한 문제이자 주민주표를 거쳐야 하는 문제인 만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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