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전 골령골 학살터 공사중지명령 취소 상고 기각

▲ 대전 산내 집단 양민학살 부지 위에 세워진 교회건물. 대법원은 이 건물에 대한 건축중지명령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오마이뉴스>
한국전쟁 당시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4.3 수형자들이 집단으로 학살당한 후 암매장된 대전광역시 낭월동 '골령골' 학살 암매장지에 대한 건축물 공사중지명령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골령골 학살지인 낭월동 산13-1번지 일대 토지 소유주이자 건축주인 윤모씨가 대전시 동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건축공사중지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고 <오마이 뉴스>가 4일자로 보도했다.

<오마이 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원고가 기존 불법건축물을 철거하는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받았음에도 철거하지 않았고, 주택으로 허가받은 건축물의 용도를 무단으로 교회로 용도 변경한 사실 등에 의거, 공사중지처분의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의 건축허가조건 위반과 무단용도변경을 이유로 한 공사중지처분이 정당함에 따라 나머지 사유에 대해서는 판단을 생략하고 상고를 기각한다"고 상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대전고법은 "건축주가 건축허가 조건을 위반한데다 인근에서 제주4.3사건 관련 추정 유골이 발견돼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 관련 자료발굴 및 자료수집을 위한 현장 보존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 바 있다.

골령골 학살 암매장지는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7월8일∼10일 대전형무소에 수감중이던 4.3수형자 300여명과 여수·순천사건 관련자 등 700여명이 집단으로 학살당한 후 암매장 당한 곳으로, 이곳에는 '대전형무소 정치범 및 민간인 집단 학살지(한국전쟁 50주년 7월8일)'란 표석이 세워져 있으며, '대전형무소 산내 학살현장입니다'라는 입간판도 크게 세워져 있다.

▲ 교회 건축공사 도중 쏟아져 나온 학살 희생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2001년).<오마이뉴스>
2000년 1월 수형인들의 처형장면이 담긴 미국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대전 골령골 학살 암매장지는 그해 11월 건축주 윤모씨가 교회 건축물을 짓던 도중 4.3과 여수순천사건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골이 쏟아 나오면서 대전 산내학살 유가족모임과 대전참여연대, 제주4.3연구소 등에서 건축허가를 내준 대전 동구청에 건축중단을 촉구했고,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위원회가 원형보존을 요청해, 공사중지명령이 내려졌다.

한편 대전 동구청은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초 암매장 부지에 세워진 교회건축물로 유가족과 건축주간에 논란이 일자 암매장지 원형 보존을 위해 건축물과 인근부지 매입을 위해 교부한 특별교부금 3억원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오마이 뉴스>는 보도했다.

대전 동구청은 "민간인 학살과 관련한 사업은 기초자치단체가 감당할 사무가 아닌데다 배정된 예산도 적어 교부세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박찬식 제주4.3연구소 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골령골 학살 암매장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아주 바람직 하고 환영한다"면서 "학살 암매장지가 비록 문화재는 아니지만, 한국 현대사에 있어 공권력에 의한 잘못된 희생을 보여주는 역사현장으로 충분한 보존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어 "4.3 암매장지에 대한 발굴과 유적지 보존이 이미 지난해 확정된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서 건의된 만큼, 이번 대법원 판결은 향후 4.3특별법 개정에 중요한 근거가 되는 판례로 주목된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또 대전시 동구청의 특별교부세 3억원 배정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서는 "현장 보존을 위한 예산이 동구청에 없어 당시 대전출신인 김원웅 의원(현재 열린우리당)이 행정자치부와 교섭을 벌여 어렵게 마련한 3억원을 거부했다는 것은 상식적을 있을 수 없으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동구청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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