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센터 본사 이전식, 김태환-진철훈…보이지 않는 ‘스파크’ 번쩍
지난해 6.5 재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김태환 지사와 김 지사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한 진철훈 개발센터 이사장의 공식적인 만남, 재선거는 패했으나 개발센터 이사장으로 임명돼 이날 행사의 주인인 진철훈 이사장과 자유도시개발사업 파트너이자 잠재적 정치라이벌인 김태환 지사의 일거수일투족은 행사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본인들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1년 1개월 앞으로 다가 온 내년 5.30 지방선거에서 다시 맞붙을 수 있는 두 라이벌의 만남은 개발센터 본사 제주이전 못지않게 참석자들에게 또 다른 느낌을 안겨줬다.
이날 행사는 김세호 건교부 차관, 김태환 지사와 부시장·부군수, 그리고 도내 기관단체장을 제외하고도 400~500명은 족히 되는 인사들이 참여해 행사장에 다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로 대단한 성황을 이뤘다.
이 중에는 진철훈 이사장의 ‘금의환향(?)’을 축하하는 지인과 지지자들도 상당히 많이 참석해 그에 대한 지지가 식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진철훈 이사장과 김태환 지사는 이날 행사에서 일반적인 기념식과는 다른 모습을 연출했다.
김 지사의 화법도 달랐다. 김 지사는 제주에 투자하는 기업에 도민들이 마음을 열어줄 것을 당부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분들의 사업이 성공해 이윤을 낼 수 있는 지 (도민들이) 함께 고민해 줘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습니까”라고 묻고는 “이 말에 동의하시면 박수 한 번 쳐 주십시오”라며 참석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진 이사장과 김 지사의 이런 모습은 모두 유세장 단상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개발센터 본사 제주이전에 대한 의미부여도 조금은 달랐다.
진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제주이전은 전국의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이뤄졌다는 데서 더욱 큰 의의가 있다”면서 “이 같은 소중한 결과가 있기까지 적극적인 지원은 아끼지 않은 건설교통부 장관님 이하 관계관 여러분과 많은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혼연일체가 되어 준 개발센터 임직원들과 그 가족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겨냥해 지난해 11월 ‘공공기관 제주유치 범도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맡은 진 이사장 입장에서는 개발센터 본사 제주이전이 수도권 180여개 공공기관 중 첫 지방 이전이라는 의미부여와 함께 범도민위원회와 자신의 ‘작품’임을 강조하려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반면 김 지사는 “개발센터 제주이전은 센터가 서울보다 제주도로 내려와 사업을 챙기는 게 좋겠다는 도민들의 의견이 중앙정부에 반영돼, 지난해 12월 28일 개발센터가 제주 이전을 공식 발표한 것”이라면서 “(당초 약속보다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다행히 이전돼 도민과 함께 호흡하는 개발센터가 탄생했다는 데 뜻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김태환 지사의 축사 말미에 나왔다.
김 지사는 행사장의 분위기와 자신과 진 이사장의 관계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 지사는 “도민들은 저와 진철훈 이사장이 경쟁할 게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을 것이나 조금도 염려 말라”며 “일할 때는 힘차게 제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그리고 또 기회가 된다면 다시 경쟁할 때는 경쟁하더라도 오직 목표는 제주발전이다”라며 “이런 점 조금도 염려 마시고 우리 둘이가 힘차게 악수하고, 긴밀히 대화하는 모습을 도민 여러분들에게 꼭 보여드리겠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 발언은 원고에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진철훈 이사장과 김태환 지사는 기념식 행사가 끝난 후 김세호 차관에게 새로 문을 연 개발센터 홍보관과 사무실을 안내하는 도중에도 만나는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악수하고 안부를 물어 역시 피할 수 없는 정치인임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