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연대, 희생자 유족 설문조사 발표… 수형인 희생 진상규명 새 과제 부각

▲ 4.3 도민연대는 28일 ‘대구(목포) 형무소 수형 희생자 관련 설문조사 결과 보고’를 겸한 기자회견을 갖고 “4.3과 관련해 수형인 희생자 진상 규명작업을 즉각 실시한 것”을 정부와 4.3중앙위원회에 요구했다.ⓒ제주의소리
제주4.3에 대한 역사적 진실이 밝혀지고 희생자들에 대한 정부의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소위 ‘수형인 희생자’ 문제가 제주4.3해결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수형인 희생자 문제는 희생자들이 무엇 때문에 끌려갔으며, 또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희생됐는지 전혀 모르고 있음은 물론, 그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이 문제가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28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대구(목포) 형무소 수형 희생자 관련 설문조사 결과 보고’를 겸한 기자회견을 갖고 “4.3과 관련해 수형인 희생자 진상 규명작업을 즉각 실시한 것”을 정부와 4.3중앙위원회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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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도민연대는 수형인 명부에 등재된 대구(목포) 형무소 희생자 500명 중 희생자 신고를 한 357명에서 사망자(11명)와 후유장애자(6명)를 제외한 340명에 대해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미래리서치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수형인 희생자 유족 78.0%는 희생자들이 형무소에 수감된 사실을 사건 당시 또는 조금 지나서 알았으나, 수형인 명부가 공개된 ‘2000년 이후에야 알았다’거나 ‘지금도 잘 모르고 있다’는 유족도 22.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많은 유족들이 지금까지 희생자들이 총살보다는 ‘행방불명’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무소 수감사실을 알게 된 경로에 대해 54.0%가 ‘수감당시 편지(엽서)’가 와서 알게 됐다‘고 답했으며, 16.1%는 '수감 후 인편을 통해', 그리고 29.9%는 '수감되고 한참이 지나서 누군가(수형인 명부 등)가 말해주었다'고 답변했다.

이는 당시 군법회의 등 재판절차와 형무소 수감 등이 비밀리에 진행됐으며, 정부가 수형사실을 가족들에게 통보하지 않아 유족들이 오랜 기간 심각한 심적 고통을 당했으며, 이들에 대한 실상이 묻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족들은 희생자가 군.경에 의해 체포되고 군사재판을 받아 수감된 이유에 대해 79.8%가 ‘이유가 뭔지 모른다(별 이유 없이 끌려갔다)’고 답변해 1948년과 1949년 군사재판이 문제가 많은 재판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16.6%는 ‘모함과 누명에 의해’ 끌려갔으며, ‘남로당 또는 무장대 활동을 하거나 도와줘서’라고 답한 유족은 3.6%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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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또 희생자들이 ‘감옥에서 병사 또는 옥사했을 것이다’(40.4%) 라거나, ‘6.25전쟁에 돌아가셨을 것이다’(18.8%)라고 알고 있었으며, 28.7%는 ‘전혀 행방을 모른다’라고 답했다. 어느 곳에서 희생당했는지 알고 있는 유족은 39.9%에 불과했다.

대부분 사망일자를 모르는 유족들은 희생자에 대한 제사를 ‘생일(57.8%)’에 맞춰 지내고 있으며, 사망일자를 알고 있는 유족은 25.6%였다. 이 때문에 희생자 중 봉분(헛묘)를 갖춘 경우는 14.8%에 불과했고, 봉분 없이 비석만 있는 경우는 22.8%, 그리고 63.2%는 봉분과 비석도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수형인 희생자 유족들은 4.3특별법 제정 이후 희생자 결정과 진상조사보고서 확정, 대통령 사과에도 불구하고 4.3문제 해결에 대해 70.4%가 ‘불만족(매우 불만족 3.6%, 불만족 하는 편 66.8%)’스런 입장이었으며, ‘만족하는 편’이라는 유족은 24.7%에 그쳤다.

또 불만족스런 이유에 대해서는 61.8%가 ‘수형희생자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꼽았으며, ‘보상 등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는 답변도 22.9%에 달해 4.3 문제 해결과정에서 수형인 희생자 실상이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수형인과 관련한 진상규명과 희생자 결정이 미비한 이유에 대해 66.8%가 ‘정부와 중앙위원회의 의지’ 때문이라고 밝혔으며, 반대세력(군과 경찰) 때문이라는 답변자는 6.3%에 불과해 정부와 4.3위원회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4.3도민연대 양동윤 공동대표는 이와 관련해 “희생자 심사 3년만에 606명의 수형인이 희생자로 선정된 것은 높이 평가한다”고 밝힌 후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이 어떻게 누구에 의해, 언제 죽었는지 등 진실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양동윤 대표는 또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진상 규명이나, 일각에서는 앞으로 만들어질 4.3평화재단에서 할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국가도 못하는 일을 재단이 알아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양 대표는 이어 “현재 4.3특별법 개정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여기에서도 수형인 희생자 문제는 비켜나가고 있다”면서 “특별법 개정에 이 문제를 담고, 정부와 4.3중앙위가 진상규명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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