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가 어디꽈] 기득권을 넘어선 대안을 바라며

  제주를 자연치유의 메카로 만드는 방법의 하나로 한의사와는 별도로 침뜸을 시술할 수 있는 자연치유의학 관련 자격제도를 신설하자는 주장에 대하여 제주도한의사회는 국민 건강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국가에서 관리되지 않는 비전문가들로 인해 환자들이 적극적인 치료시기를 놓치는 등 의료사고 위험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전문가의 조직인 제주도한의사회의 우려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그 우려를 접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만일 제주도한의사회의 우려가 옳다면 선진국 중 의사 외에 별도로 침뜸시술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를 둔 곳이 없어야 할 것이다.(참고로 선진국에서는 의사와 한의사의 구별이 없다 따라서 비교의 대상은 의사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안전불감증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우리나라에서조차 국민 건강권 훼손을 우려하는 제도라면 선진국이 도입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선진국인 미국, 일본, 영국에서는 모두 의사 외에 별도로 침뜸시술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침구사를 두고 있다. 또한 관리주체도 국가에 한정되어 있지도 않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미국의 경우 침구사에 대한 국가공인면허증이 없다. 국가가 아닌 주정부 차원에서 침구사제도를 관리하고 있는데 현재 콜롬비아 자치구와 40여 개 주에서 침구사 면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침구사 면허를 받기 위한 교육기간은 보통 3년 내지 4년 정도이다. 1998년 기준으로 약 15,500명의 침구사가 미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의과대학에서 침구학 등 한의학을 가르치고 의사가 침을 시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별도로 침구사 면허 제도를 두고 있다. 종전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침구사면허를 관리하다가 1988년부터는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침구사 면허를 받기 위한 교육기간은 보통 3년 정도인데 일본 전역에서 100 곳이 훨씬 넘는 침뜸전문교육기관을 통해 매년 약 5,000명의 침구사가 배출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아예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단체가 침구사 자격을 관리하고 있다. 예컨대 약 2,0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학침술학회는 3년에 걸쳐 약 1,000시간 정도의 교육을 받게 한 후 시험을 통과하면 침구사 자격을 부여한다.

  위와 같은 미국, 일본, 영국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제주도한의사회의 우려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1962년 침구사 제도를 폐지하였음에도 그 전에 침구사 자격을 얻은 자들에게는 지금까지도 침뜸 시술을 허용하고 있다. 만일 제주도한의사회의 우려가 옳다면 기존 침구사들의 침뜸 시술도 금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기존 침구사들의 기득권보다 국민건강권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이는 기존 침구사들의 시술행위가 국민건강권을 훼손하는 것이 아님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한편 특별자치도법은 외교, 국방, 사법 등 국가존립사무를 제외한 사무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아닌 제주특별자치도가 침뜸시술 관련 자격제도를 주관하는 것은 특별자치도법의 취지에도 맞다.

  그런데 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의사와는 별도로 침구사를 구태여 두고 있는 것일까. 침뜸은 현대서양의학과 비교해 보면 배우기가 쉽고 부작용이 적으며 비용이 적게 든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의사와 같은 고급인력에만 한정시킬 필요가 없다. 오히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침뜸 시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폭 넓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의사와는 별도로 침구사를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의사 외에 침뜸을 시술할 수 있는 자연치유의학 관련 자격 제도를 두는 것은 국민 건강권을 훼손하기 보다는 오히려 국민 건강권을 증진시키는 것이 될 수 있다.

▲ 신용인 변호사
  구당 김남수 선생이 미국에서 침뜸 임상을 하고자 할 때 미국침구사 면허가 없어 문제가 되자 침구사자격시험을 주관하는 침술 및 동양의학 인가위원회(NCCAOM)는 구당 선생의 시술 경력 등을 검토한 후 약식절차를 거쳐 시술자격을 인정하였다. 필자는 기득권에 집착하기 보다는 의료소비자인 환자의 입장을 우선시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면서 선진국이 달리 선진국이 아님을 실감했다.

  앞으로 전개될 자연치유 제도화 논의 과정에서 제주도한의사회가 기득권을 초월하여 의료소비자의 권리와 제주의 미래를 고민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신용인 변호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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