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업신여김과 멸시, 그리고 조롱으로 가득한 신조어(?)로 현 정권이 출범한 이후 활용빈도가 높아졌습니다. 

발단을 찾아보면 이렇습니다. “지난 2008년 1월 현 정권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정홍보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인수위의 모 전문위원이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따지자 국정홍보처의 고위 공직자가 ‘우리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이라고 답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하고 있습니다.

전 정권에서 홍위병 소리까지 들으면서 정권 홍보에 열을 올렸던 고위 공직자의 입에서 나온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표현은 공직내외는 물론 사회전반에 파장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정권이나 권력자에 따라서 자기를 부정함은 물론 줄서기에 여념이 없는 공직자들에 대해 국민들로부터의 따가운 비판 여론이 비등하게 됩니다. 그러자 해당 공무원은 ‘정부철학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을 비유한 것’이라고 해명해 대다수 선량한 공무원들로 하여금 쓴웃음을 짓게 하였습니다.

본래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독일의 유명한 법률가이자 정치가인 ‘막스 베버’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관료제를 신봉했던 그의 비유는 ‘공무원은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며, 정치적으로는 독립된 영역에 존재해야 한다’ 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건너와서는 멸시와 조롱의 뜻이 내포된 의미로 왜곡되면서 봉변을 당한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에 대한 비판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직 공무원인 저로서도 공직자들에 대한 이와 같은 비판이 달갑지 않습니다만 어떤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서는 그와 같은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밀물처럼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계속 일부 소수의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정권에서 행정복합도시인 세종시를 본인이 기획하고 집행하기 위해 사업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홍보하였던 자가 정권이 바꾸자 이제는 입장을 180도 바꿔 이를 전면 부정하고, 당초 계획대로 추진되면 나라가 거덜 날 것처럼 혹세무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안보를 위해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는 초고층 빌딩을 절대 건축할 수 없다고 강변하던 세력들이 새로운 정권의 최고 통치자의 한마디에 아무런 항변 없이 꼬리를 내리는 그런 가당찮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제주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훈장을 달아 드리고 싶은 공무원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겉으로는 도민에 대한 봉사자라고 거짓 선전을 하면서 권력자 1인의 머슴 역할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 공무원,  권력자를 등에 업고 자기의 힘인 양 함부로 휘두르는 공무원, 민주적인 절차적 타당성을 결여한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서 일부 찬성 측 주민들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고 있는 공무원, 선거 때마다 자발적인 선거운동원이 되어 재판을 받는 공무원 등입니다.

이들 영혼이 없는 공직자들의 아우성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6.2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의 그들의 아우성은 오직 살아남기 위해 동물적인 감각을 총동원한 생존본능에 충실한 몸부림입니다.

그들은 4년마다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자기존재의 의의를 되새기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승진과 출세라는 개인적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직선거 분위기를 탁하게 하고 공직사회를 양분하면서 갈등의 골을 심화시키는 장본인들이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제주를 설계하고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도 이들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은 조속하게 무대에서 퇴출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도민들도 우리지역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온정주의’ 문화를 극복해야 합니다. 이들 영혼 없는 공무원들에 대해 엄중한 퇴장명령을 발동해야할 시점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최근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과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 핵심 관계자를 엄중하게 꾸짖어 화제가 되고 있는 서울 강남에 있는 모 사찰 스님의 죽비의 내리침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좀비 같은 일부의 공무원들에게는 충격요법 외에는 별다른 처방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공직내부에서도 감시와 견제, 그리고 내부 고발제 운영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내부고발 운영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외부업체에서 관리토록 하여 제보자의 익명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내부고발 사항을 객관적으로  관리․처리하는 시스템 도입이 절실합니다.

▲ 김재선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본부장ⓒ제주의소리
셋째, 공직자 스스로도 권력의 무자비함과 편견을 극복하고 국가백년대계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시대정신과 공동선에 합치되는지를 심사숙고하고 신중한 정책결정을 통하여 공무원 스스로 영혼을 가지고 살려는 자구노력도 선행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뼈를 깎고 생살은 찢는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내는 자정노력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7에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라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다시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공무원들이 봉사해야 할 대상은 특정의 권력자가 아니고 국민 전체라는 사실입니다. 국민 전체에 봉사하는 것이 참된 봉사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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