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할망,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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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들아, 사랑한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설문대할망, 당신을 사랑합니다! 

오늘 여기, 저희 제주의 후손들이 모여와
다음과 같이 아뢰는 까닭은
설문대할망의 거룩한 뜻을 기리고
이를 우리가 받들어 행하고 널리 펴고자 함입니다

저희는 이렇게 들었습니다.
제주의 어머니산인 한라산을
설문대할망 당신이 치마로 흙을 날라 만드셨습니다.
이 때 흘린 흙들이 오름이 됐다는 얘기도 전해 옵니다.

산을 만드신 분이니 산보다 훨씬 크셨을 것입니다.

과연 설문대할망께서는
한 발로는 한라산을 딛고 다른 발로는 산방산을 딛고 서서
바닷물에 빨래를 할 만큼 크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설문대할망께서는 창조의 어머니이시자 사랑의 어머니이십니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입니다.
당신의 크나큰 사랑을 담기 위해
당신의 몸은 그렇게 커져야 했을 것입니다.

설문대할망께서는 아들들에게 먹이려고
쑤던 죽솥에 빠져 죽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죽을 나눠 먹은 오백 명의 아들들은
슬픔을 못 이겨 결국 제주를 지키는 바위가 되었습니다.

한라산보다 더 큰 사랑이 죽처럼 펄펄 끓는 이야기입니다.
어머니를 향한 사랑이 만고의 돌탑으로 세워진 이야기입니다.

제주돌문화공원 제주돌문화공원. 공원 부지를 설문대할망 디자인으로 구획하였다 검정색 부분이 돌문화공원 1단계 부지 100만평이며, 나머지는 2단계 자연휴양림으로 조성중인 부지 
ⓒ 이지훈

그것은 오늘을 사는 저희 모두에게
잃어버린 순수를 가슴 저린 회상으로 불러내는
초혼(招魂)의 노래인 것입니다.

오늘 저희는 이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이끌려
이 자리에 모여왔습니다.

그리고 귀를 기울여 아득한 곳에서
통곡인 듯 노래인 듯 들려오는 저 소리를 듣습니다.

아들들아, 사랑한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이 영원한 사랑의 가락에 홀려
저희 모두는 이렇게 손을 잡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다같이 화음 속으로 빠져 듭니다.
그리고 모두가 목 놓아 따라 외칩니다.

우리는 우리를 사랑합니다.
우리는 제주도를 사랑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해와 달, 하늘과 땅, 나무와 꽃,
들짐승과 벌레들, 비와 바람, 눈보라까지도,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가슴 속에
이와 같은 사랑을 일깨워 주신 설문대할망, 당신을 사랑합니다.

설문대할망제 2010년 5월 15일 오전 돌문화공원에서 이용옥 심방이 펼치고 있는 설문대할망굿 장면 
ⓒ 이지훈

이상은 지난 5월 15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소재 제주돌문화공원에서 '2010년 설문대할망제'에서 낭독된 고유문(告由文) 이다.

많은 이들이 제주섬을 찾지만, 모자간의 절절한 사랑을 가슴 저린 회상으로 불러내는 초혼(招魂)의 노래가 제주땅에 깊이 배어 있다는 사실을 알거나 느끼고 돌아가는 이들은 드물다.

'설문대할망'은, 치마로 흙을 날라 한라산을 만들었으며 이때 흘린 흙들이 오름이 됐다는 이야기와 함께, 아들들에게 먹이려고 쑤던 죽솥에 빠져 죽었다는 제주신화의 주인공이다. 제주섬의 '창조의 여신'이자 '사랑의 여신'인 셈.

이 '창조와 사랑의 여신'을 기리고 제주의 신화를 축제화하기 위한 기획이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됐다.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전설을 핵심테마로 한 종합문화공원인 제주돌문화공원은, 제주민의 꿈과 사랑 그리고 제주도의 형성에 관한 기발한 상상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제주 설문대할망 신화의 의미를 제고시키기 위해 매년 5월 15일을 설문대할망제일로 정하고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와 함께, 설문대할망제, 학술세미나, 체험 프로그램 등을 개최하고 있다.

오전 10시, 돌문화공원 내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상징탑 앞에서 설문대할망을 제장으로 모셔 오는 '문굿'을 시작으로, 조성진 마임 아티스트의 설문대할망의 좌정을 알리는 '몸짓굿'으로 이어진 '앞굿'이 먼저 펼쳐졌다.

설문대할망제 9명의 여사제로 분한 제주 여성들 
ⓒ 이지훈

이어진 '본굿'에서는, 앞서 소개한 고유문 낭독에 이어 9명의 여사제로 분한 우리시대의 여성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전 제주민예총 지회장 허영선 등 - 이 꽃드림과 씨드림으로 한 해의 풍요와 안전과 건강을 빌었으며, 이어 불교와 천주교와 기독교의 성직자들이 참여해 도민들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축원을 올리는 사계축원(四界祝願) 행사가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칠머리당 영등굿 보존회의 이용옥 심방의 '설문대할망굿'으로 본굿은 마무리됐다.

이렇듯 설문대할망제는 이전과 다른 파격이 시도된 행사였다. 남성 중심의 제의를 여성 중심으로 바꾸고, 전통적 제의 속에 불교 유교 기독교 천주교가 함께 해 평화와 안녕을 기원한 것. 단지 함께 한 정도가 아니라 무속인이 집전한 '굿'이 메인 행사로, 그에 앞서 4대 종교가 식전행사격으로 참여한 것이니, 그야말로 파격 중 파격인 셈이다.

한편 지난 4월 제주돌문화공원은 '신화의 정원'을 조성, 관람객들을 초대하고 있다.

돌문화공원 총괄기획자인 백운철씨(前 탐라목석원장)는 그동안 오백장군 상징물 설치를 위하여 1969년도부터 서귀포 법환리 바닷가에서 500여개의 두상석들을 수집, 40여년 동안 목석원에 보관하다가 2009년 3월 목석원 지상전시물과 함께, 4차례에 걸쳐 돌문화공원에 모두 기증했다.

오백장군 형상석 군 오백장군 형상석 군 
ⓒ 이지훈

오백장군석 오백장군석 중 하나 
ⓒ 이지훈

오백장군석 오백장군 석 중 하나 
ⓒ 이지훈

그리고 2005년도에는 구 북제주군에서 그리고 2009년도에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몸통에 해당하는 대형 입석 200여개씩 구입해 주어 오백장군 이미지를 형상화한 설치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 그동안 제주돌문화공원의 제1코스에 있는 전설의 통로, 물장오리를 상징한 연못, 죽솥을 상징한 연못, 하늘연못,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위령탑 등 "오백장군 갤러리" 주변 약 3만여평에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신화의 정원을 마련하고, 10여년간 꾸준히 조성해 왔다.

이 '신화의 정원'은 세계 어디에도 없고 오로지 제주돌문화공원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명소다.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신화가 제주밖에 없으며 진기한 두상석들 역시 제주에만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 중 관음 형상의 석상이 모셔져 있는 석굴은 새로운 명소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백씨는 때가 오면 제1코스의 야간 공개를 희망하고 있다. 만약 제주돌문화공원 제1코스인 '신화의 정원'을 야간에 공개한다면 조명의 극적분위기가 넘치는 돌문화공원의 새로운 면모를 감상하게 될 것이다. 실로 '신화의 정원'의 진면목은 그때야 드러나게 될 것 같다.

돌문화공원 최근 조성된 석굴. 돌문화공원 출구 쪽에 았다 
ⓒ 이지훈

돌문화공원 석굴 안에 모셔져 있는 관음상. 작풍성을 따져보아도 수억원을 호가한다는 자연석이다. 
ⓒ 이지훈

그는 얘기한다.

"앞으로도 여러분께서 계속 도와주신다면 제주의 자존과 명예의 전당이자 우리의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전무후무한 기념물인 이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사업에 여생을 다 바칠 것입니다." 라고...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기사입니다.

<제주의소리>

<이지훈 편집위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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