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해군기지와 평화의 섬(6)] "공군 전략기지 추진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군이 화순지역에 '전략기동함대기지'를 설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군 또한 모슬포 지역에 ‘공군전략기지’ 건설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는 제주의 소리 보도로 인해 파문이 일고 있다.

공군 측은 즉각 “사실과 다르다”며 관련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이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멀리 88~9년의 송악산 군사기지 설치시도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지난 2000년 10월 충남 계룡대 공군부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2001~2005 중기계획서’에, 오는 2010년 비행전대급 부대 창설을 목표로 ‘제주전략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이 분명히 포함돼 있었다는 점을 우선 들 수 있다.

그 이후 공군이 이 계획을 철회했다는 어떠한 소식도 우리는 들은 바 없다. 중장기 계획이니 만큼 언제라도 이 계획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타이밍만 보고 있는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둘째로, 지난 2003년 6월 18일자 ‘제주일보’에 실린, “장거리 항공작전을 자주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첨단항공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군이 ‘제주도 항공전략기지’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이 기사에서 공군 관계자는 “중장기 계획인 ‘제주도 항공전략기지’는 지정학적으로 동아시아의 전략적 이점을 갖고 있는 기존 모슬포 공군기지를 확장, 사용할 예정”이라며 “중동과 동남아로의 해상수송로 확보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군이 화순지역에 해군기지를 설치하면서 내세운 명분과 어찌 이리도 똑같은가?

주목할 것은 이어 이 관계자는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로 유보된 화순항 해군기지 계획의 영향으로, ‘제주도 항공전략기지’ 계획도 보류된 상태”라고 전했다는 점이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2002년에 해군이 추진했던 해군기지가 지역주민들의 반발 없이 무사히(?) 추진됐다면, 모슬포 항공전략기지 계획 또한 일정대로 추진했을 것이라는 말이 된다.

나아가 이는 최근 추진 중인 화순해군기지 건설 계획이 성공(?)한다면, 공군 측도 기지건설에 공공연히 나서겠다는 것을 반증하는 발언이라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화순해군기지’와 ‘모슬포공군기지’는 이른 바 ‘양날개’인 셈이고, 패키지로 추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의 소리 보도에 대해 ‘전략기지’가 아니라 에둘러 ‘공군기지’라고 강변하는 공군관계자의 답변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2000년과 2003년에 ‘공군전략기지’를 추진하고 있다는 계획과 보도가 있었는데 웬말인가.

백보 양보해 그 답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현재로서는’ 공군기지라는 정도다.

그러나 이것 또한 이번 보도를 통해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다. 제주도민은 물론 모슬포 주민 대다수는 알뜨르비행장이 ‘공군기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지난 99년 공군본부가 모슬포 비행장을 비상군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을 때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공군 측이 “전면 취소하겠다”며 물러섰던 것을 기억하는 우리로서는, 비로소 어제서야 알뜨르 비행장이 ‘제주공군기지’로 공식 관리되고 있으며 비상훈련기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처음 알게 됐다.

당초 이 지역에 공군은 ‘레이더기지’정도로만 존재해 왔다고 알고 있었던 도민들로서는 이것만 해도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즉 “이미 공군기지는 들어와 있으며”, 따라서 이 기지가 전략기지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88년 송악산군사기지 반대운동 당시, 대정읍 지역은 물론 안덕면 지역에도 반대대책위가 구성된 바 있다. 그것은 모슬포 공군기지 건설은 필연적으로 화순항 해군기지의 건설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당시 필리핀 ‘수빅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의 대체기지로 제주도의 안덕·대정 지역이 거론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미해군기지였던 수빅만은 미군이 철수한 후 필리핀의 대표적인 휴양관광지로지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거꾸로 제주도의 대표적 관광지가 군사기지로 바뀔 위험에 처해 있는 셈이다.

88~9년에는 공군 측이, 2002년과 2005년 현재에는 해군 측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 전략기지 건설계획. 이 계획은 최근 발표된 국방현대화 계획과 맞물리면서 추진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다시 묻는다. 제주를 군사기지화 시킬 것인가? 평화의 섬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제주의 미래가 걸린 중대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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