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 스님의 편지] "화목은 번영의 길...도지사 후보들 '단절' '갈등' 삼가야"

붓다께서 최초의 절 죽림정사에서 안거를 나고 계셨을 때의 일입니다. 인도 마가다국의 아자따삿뚜왕의 신하가 와서 이웃의 작은 나라 왓지국을 침공해서 승리할 수 있는지를 여쭈었습니다. 붓다는 그 신하에게 직접 답하지 않고 제자 아난다와 ‘왓지국 사람들이 번영하는 요인’에 대해 문답 형식으로 말씀을 이어갔습니다.

붓다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난다, 왓지국 사람들이 서로 자주 모임을 갖는다고 들었느냐?”
“예,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아난다, 왓지국 사람들이 서로 자주 모임을 갖는 한 그들은 쇠퇴하지 않고 번영할 것이다”
붓다께서는 계속 이어서 한 가지씩 질문을 하시고 아난다의 대답에 다시 답하는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아난다, 왓지국 사람들이 화목하게 모이고 헤어지고 화목하게 일들을 잘 처리한다고 들었느냐?”
“예, 그렇게 들었습니다”
“아난다, 왓지국 사람들이 화목하게 모이고 헤어지고 화목하게 일들을 잘 처리하는 한 그들은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붓다께서는 이렇게 문답을 이어가시면서 왓지국이 절대 쇠망하지 않는 일곱가지 비결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습니다.
첫째, 자주 함께 모임을 갖는다.
둘째, 화목하게 모이고 헤어지고, 화목하게 일을 잘 처리한다.
셋째, 전에 제정되지 않은 것은 제정을 삼가고, 이미 제정된 것은 폐지하는 것을 삼가며, 이미 규정으로 설정된 조상들의 전통을 잘 따른다.
넷째, 웃어른을 존경하고 공양하고 봉양하며, 어른들의 말씀을 귀담아 듣는다.
다섯째, 다른 사람의 아내와 딸을 강제로 유괴해서 같이 살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여섯째, 자신들의 종교를 잘 믿고 존중하며 지원을 꾸준히 한다.
일곱째, 수행자들을 잘 보호하고 편안하게 함은 물론 성실히 따라야 한다.

붓다께서는 이렇게 국가가 쇠망하지 않은 일곱 가지 법을 설하셨습니다. 이 법들은 국가성장을 위한 철학과 정치적 안목을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붓다는 폐쇄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열린 공동체를 지지하셨던 것입니다. 화합의 기운이 전파되는 것은 열려 있는 유기적인 체계 아래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붓다께서 이 땅에 오시어 ‘모든 존재의 존엄성’을 선언하신 불기 2554년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붓다가 태어날 당시 인도에는 브라흐만신을 절대시 하는 전통 세력과 물질의 존재만을 인정하는 신흥 저항세력가들 사이에서 다툼이 빈번했습니다. 경제의 발달로 부의 축적과 이해의 다툼, 국가 간의 연합과 병합 등으로 대립과 갈등, 야합과 배신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평화의 마음을 소홀히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다툼에도 각자 자기 명분과 주장은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믿고 있는 신의 이름을 빌리거나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정당성을 얻으려 했던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결정하면서 자신을 숨기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것은 타인을 속이는 일일뿐만 아니라 차츰 자신을 그 옥쇄 안에 갇히게 하는 일입니다. 한 번 왜곡된 길은 그 길을 포기하고 처음의 자리로 돌아와 새 마음으로 출발하지 않는 한 다시 왜곡을 낳기 때문이다.

앞서 붓다께서 왓지국 사람들이 소통과 화합을 중시함으로써 국가가 쇠망하지 않고 번영하는 비결에 대해 말씀하신 것은 오늘 날에까지도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제주에 던져주는 교훈은 더욱 커 보입니다. 제주도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들을 둘러싸고 성희롱, 돈뭉치, 야합 등

▲ 오성스님 ⓒ제주의소리
에 대해 논란도 많고 잠시도 조용하질 않습니다. 제주도를 소통하고 화합시키겠다는 분들이 되레 단절과 갈등으로 이끄는 꼴입니다.

붓다께선 마가다국 아자따삿뚜왕의 신하에 물음에 제자 아난다와의 대화로 교훈을 던져 주셨습니다. 우리 모두 선거판의 오염된 논란에 빠져들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다만 탁한 진흙 속에서 아름다운 연꽃 한송이를 피워 올리는 심정으로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겠습니다. 제주를 쇠망하지 않게 할 한송이의 연꽃이 피어오를 수 있도록 6월2일 올바른 주권행사가 우리의 책임이고 몫입니다.

<제주의소리>

<오성 스님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