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칼럼]제주 문화재 관리, 일대 쇄신 계기로 삼아야

문화재청이 6일 대대적으로 발표한 제주화석 지대는 '사람발자국 화석'을 제외하곤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도내 관광버스 기사들 사이에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다는 풍문이 나돌았으며, 이번에 화석이 발견된 지점은 이미 2001년 12월에 도민속자연사 박물관 강순석박사 팀이 수행하고 있는 해안선 지질조사에서 사슴, 말, 새 발자국 화석이 다량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곳이다.

이에 앞서 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는 1999년에 송악산에서 새발자국 화석과 우도에서 갈대화석을 연달아 발견했다. 이 사실이 지역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대정읍 상모리와 안덕면 사계리 해안가 일대가 갖는 학술적 가치 및 시급한 보전의 필요성이 강조된 바 있다.

그렇지만 이처럼 세계적 희귀성과 함께 제주섬의 고환경 해석에 중요한 연구단서를 제공해주는 화석 발견 지역은 지금까지 제주도와 남제주군 등 행정당국의 무관심으로 아무런 보존조치 없이 그대로 방치돼 왔다.

특히 이들 화석 분포 지역은 조간대 상에 위치해 있어 지금도 빠른 속도로 침식되고 있으며, 그대로 방치할 경우 마모 등으로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으나, 그동안 당국은 요지부동으로 일관해 비난을 사 왔다. 이는 우도의 갈대화석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얘기가 나온 김에 쓴소리 한마디 더 하자. 어제 방송을 보니 관련내용을 보도하면서 현장에서 사람 발자국임을 보여주려는 그림인지, 한 사람이 - 기자인지 모르지만 - 맨발도 아니고 구두를 신은 채 걷는 충격적인 장면이 방송됐다.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겠다는 충정은 이해하나 이건 상식밖의 일이다. 문화재 보호에 앞장서야 할 언론이 이런 그림을 만들면서까지 보여 준것은 정말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초, 인근 산이수동 지역에서 이번 발표한 김정률 교수 팀이 새발자국 화석 등을 발견했다고 발표될 당시만 해도 일부 언론에 잠깐 그 보호당위성이 지적됐을 뿐, 남제주군이나 제주도 문화재당국은 이 부근 지역을 문화재나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데 소홀했다.

경남 함양군의 새발자국 화석이 일찌감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제주도와 남제주군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 동안 천연기념물 지정은커녕 지방문화재로도 지정이 안된 상황에서 처음 발견한 제주출신 연구자들의 주장에는 무관심한 채, 육지부의 학자가 문화재청과 공동조사하여 발표한 것을 마치 새로운 것인양 호들갑떠는 것도 문제다. 물론 이번 발표된 사람발자국 화석이나 코끼리로 추정되는 발자국화석 발견등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동네 심방 안 알아 준다"는 속담도 있듯이 그 동안 이 지역이 갖는 학술적의미를 선구적으로 강조한 지역학자들의 일성에는 무관심하다가, 육지출신 교수가 발표하고 중앙기관(문화재청)에 의해 새롭게 그 가치가 조명되고 보호방침이 세워지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소중한 문화재가 우리의 관심과 힘으로는 왜 지켜질 수 없는가"라는 자탄을 하게된다.

일찍 이들 지역에 대한 보호방침을 세우고 체계적인 조사 및 관리를 진행했다면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람발자국 화석 또한 제주의 연구자에 의해 발견될 수 있었으리란 생각을 갖기에 그 아쉬움은 더한다.

이번 기회에 제주지역의 문화재 관리풍토에 일대 경종을 울리고 즉각적인 쇄신 계기로 삼아야 할 당위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지훈의 쓴소리 단소리 designtimesp=1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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