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갤러리 두모악서 김영갑 서거 5주기 추모행사

   

물안개가 시야를 가리던 어느 날, 날더러는 감자 밭에서 시를 쓰라 하고 그대는 무거운 사진기를 짊어지고 사라졌지 / 나는 오도가도 못하는 오름 길에서 이슬비를 맞으며 찔레꽃을 보고 있었고.

서귀포를 노래하는 시인으로 알려진 이생진 씨가 그의 벗 김영갑을 기리며 쓴 시다. 둘 다 고향은 따로 있으나 마음의 고향으로 삼은 제주섬에서 만나 정을 나누었다.

시는 무엇이며 사진은 무엇인가 / 나는 시로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그대는 사진으로 시를 찍고 있었던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오름에 올라가 그대의 발자취를 일고 있네.

이생진 시인이 이 시를 쓴 것은 사진작가 김영갑이 세상을 뜬지 5년 뒤인 2010년의 이른 봄이었다. 10년 전 김영갑의 사진과 함께 자신의 시를 담은 시화집 '숲 속의 사랑'을 재출간하면서 썼다.

두 작가의 예술혼과 우정을 엿볼 수 있는 책 '숲 속의 사랑'이 10년만에 다시 세상에 나왔다. 김영갑 작가가 직접 쓴 시와 에세이 글을 담은 이 책은 자비로 출판돼 ‘1쇄’를 찍고는 멈춰버렸다. 이를 김영갑 서거 5주기를 맞아 다시 출간됐다.

기념 전시도 열린다. 김영갑갤러리 지기인 박훈일 씨는 김영갑 작가가 살아생전 기획했던 ‘이야기가 있는 풍경1-숲 속의 사랑’을 재출간하면서 기념 전시를 연다고 밝혔다. 오는 6월 29일까지 김영갑 작가의 사진 25점과 이생진 시인의 시 20점이 같이 전시돼 ‘시화전’으로 펼쳐진다.

고인을 기리는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리고 있다. 29일은 고인을 기리며 도립교향악단 현악앙상블이 두모악미술관 잔디마당에서 작은 음악회를 연다.

이동호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쇼스타코비치의 ‘재즈모음곡 제2번 중 왈츠’, 스텍메스트의 ‘환상곡 노래의 날개 위에’가 연주되는가 하면 이문석, 현행복의 제주를 그리는 노래도 펼쳐진다. 또 이생진 시인이 직접 김영갑에 대한 헌시를 낭송하고, 김희갑 씨가 작곡한 멜로디에 양인자 씨가 노래말을 붙인 노래 ‘김영갑씨’도 선보인다.

30일에는 작가 김영갑을 그리는 오름 산행도 이뤄진다. 그가 바람처럼 찾아다녔던 중산간 일대와 오름 답사가 오후 2시부터 이뤄진다. 이번 답사 장소는 아끈다랑쉬오름으로 특히 통기타를 매고 동요를 부르는 이춘호, 이유선 씨가 함께해 ‘아주 작은 음악회’도 열린다. 신청은 27일까지 받고 있다.

문의=064-784-9907.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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