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 칼럼(1)] "정부는 '1% 제주'에 무슨 특혜를 줬나"

최근 제주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제주의 미래를 담보해 줄 거라는 국제자유도시는 국내·외 자본의 외면과 제도적 미비로 주춤거리고 있고, 그나마 추진되고 있는 몇몇 선도프로젝트도 이해관계 대립과 토지 매입문제로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여기에다 행정계층구조 개편 추진과 특별자치도도 또 하나의 미래를 설계하는 주춧돌이라고는 하지만 이 역시 뚜렷한 확신이 서지 않는 채 도민들의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현안으로 불거진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제주도를 보는 중앙정부의 시각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말해준다. 또 해군이 추진하는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은 현안해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그렇지 않아도 갈 길 바쁜 제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들 현안으로 인해 제주사회는 도민 대 도민간 갈등, 도민과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혼재된 채 제주사회를 이끄는 주체세력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자신감의 상실’ ‘리더십의 부재’라고들 말한다. 전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내재적 갈등에 앞서 기자는 외재적 갈등을 먼저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근 중앙정부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제주도는 왜 그렇게 불평불만이 많으냐”는 것이다. '이렇게 해줘도 불만이고, 저렇게 해줘도 불평'이라는 게 제주를 바라보는 중앙정부의 시각이다. 아예 일부 정부각료는 “제주도는 1%밖에 안되지 않느냐”는 도세를 노골적으로 말하기까지 한다. “더 이상 특별대우를 원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자생해야 한다”는 쓴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지적은 과연 맞는가. 제주는 정말 내부적으로 해 보려는 자생력은 없이 불평불만으로 똘똘 뭉쳐 있는 섬인가.

# 국제자유도시, 정부는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했나

국제자유도시를 냉정히 평가해 보자. 무엇이 문제인가. 결국은 돈이 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돈은 돈을 벌기 위해 이동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져야 하고, 그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토지매입 저항과 쇼핑아울렛 반대운동을 단순한 ‘도민반발’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거기에는 분명히 생존권이 걸린 도민들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국제자유도시에 대해 할 만큼 했는가. 정부는 국제자유도시특별법상 보장된 ‘국고 보조율 20% 추가 배정’을 단 한 차례라도 해 본 적이 있는가. 제주도가 자유도시를 정부차원에서 추진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건의한 ‘특별지원기구’를 설치해 줬는가. 겉으로는 타 시·도와의 형평성을 이야기 하면서 인천이나 광양·부산에는 경제특구청 설립을 펑펑 허가 한 게 바로 참여정부가 아닌가. 제주도에 ‘특혜’를 줬다고 하면서 정작 도민들의 요구에는 ‘형평성’을 내세워 외면하는 모순은 과연 누가 범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돈은 돈을 부른다. 자본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모인다. 그렇다면 제주도, 아니 인천 광양 부산, 더 나아가 한국은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고 보는가. 그렇게도 정부가 전력하는 인천경제자유특구에 외자가 유치 안되는 상황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제주도만 막다른 골목으로 내 몰 일이 아니다. 국제자유도시 개발사업의 부진은 이 사업에 대한 도민공감대 부족 못지 않게 정부의지에 대한 냉소가 담겨있음을 알아야 한다.

# 특별자치도 과연 지혜인가, 아니면 시범대상인가

특별자치도는 과연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민을 위해 내려 준 시혜인가. 물론 타 시·도에서 하지 않는 제도를 제주에 먼저 도입하려 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시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거꾸로 말하자만 노무현 참여정부가 구상하는 지방분권을 제주에서 먼저 ‘테스트’하겠다는 시범제도라는 점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는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정부가 하고자 하는 정책구상을 제주도에 먼저 적용한다고 해서 이를 시혜로 본다는 것은 좀 어설프다.

계층구조개편 문제도 그렇다. 계층구조개편은 분명히 제주도가 먼저 시작한 게 맞다. 그러나 계층구조를 개편하는 문제는 참여정부가 내건 지방분권의 마지막 그림임을 부인할 수도 없다. 제주도의 구상과 참여정부의 구상이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교묘히 맞아떨어진 게 계층구조 개편이다.

정부는 겉으로는 ‘도민의 선택해야 할 몫’이라고 말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왜 빨리 추진하지 않느냐”며 끊임없이 제주도를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는 “계층구조 개편도 못하면서 어떻게 특별자치도를 요구할 수 있느냐”는 핀잔마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로 기가 차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계층구조 개편을 위해 그 시범케이스를 제주에서 찾고 있다. 특별자치도와 함께. 제주도개발특별법에서부터 국제자유도시에 이르기까지 제주는 ‘테스트 배드(시범 도)’ 성격이 강하다. 아무도 해 보지 않은, 성공여부를 확실할 수 없는 정책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이를 도민갈등으로 내모는 정부의 시각은 너무 무책임 하다. 이 갈등은 우리사회,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정부가 감수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다. 정부는 이 사회적 비용을 위해 과연 무엇은 했는가.

계층구조를 빨리 개편하라고 압박하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도민의 선택’이라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만을 보여준 게 정부가 아니었던가.

# 제주도는 1% 섬이다. 부산과 대구는 정말 그들의 힘으로 성장했나?

대규모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제주도 도세가 다시 떠올랐다. 정부가 제주도를 ‘1%’라 한다면 도민들은 할 말이 없다. 참여정부가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역갈등 해소를 이야기 하면서 1% 도세 운운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부는 그렇다면 광주에 가서 “당신들은 2% 밖에 안됩니다”라고 말할 것인가.

서울이 왜 그렇게 됐으며, 부산과 대구 등 영남권은 언제부터 그렇게 도세가 큰 지역이 됐는가. 이 모든 게 과거 정부의 차별적 정책, 특혜정책의 결과가 아닌가. 영남권은 아직도 정부로부터 ‘역차별’ 당한다고 엄살을 한다. 제주도도 그런 엄살이나 떨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약자에게 ‘원론’을 이야기 하고 ‘공정성’을 말하는 것은 너무 야비하다. 어린이와 어른을 싸움 붙여 놓고 공정하게 싸우라고 한다면 누가 그 싸움을 공정하겠다고 하겠는가. 도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정부가 어린이 편을 들지는 못할망정, 최소한의 객관성도 상실한 것을 넘어 오히려 강자 편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것을 APEC 정상회의와 정부혁신세계포럼의 후보지 선정과정에서 목격했다. 그리고 또 이번 수도권 공공기관이전에서도 그 같은 정부의 모습을 보고 있다. APEC과 정부혁신세계포럼 후보지 선정 이후 집권여당과 대통령까지 나서서 도민에게 사과했다. 또 대규모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 발표직후 추성직 건교부 장관도 도민에게 유감을 표했다. ‘사과한다’ ‘미안하다’는 정치적 수사는 그리 좋은 게 아니다. 사과를 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 화순항 해군 군사기지도 정부가 도민들에게 주는 특혜인가?

도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최근에 나타나는 해군과 공군기지이다.

알맹이는 쏙 빼고 군사기지만 받으라 한다. 누가 이를 찬성하겠는가. 해군은 경제적 효과가 있다며 과대포장된 홍보만 연일 해 대고 있다. 제주도민들이 그렇게 만만한가 보다. ‘1% 도세이니 군사기지라도 받아서 군경제에 의지해 사는 게 낫지 않느냐’는 오만함이 베여있다.

정부는 유독 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평화의 섬을 지정해 놓고 여기에 군사기지를 갖다 놓으려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1월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하기 직전 국정과제 조정회의에서 국방부 장관이 제주에 화순기지가 들어설 계획이 있음을 밝힌 사실을 알고 있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스스로도 이율배반적임을 알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공군의 이중적 태도는 더욱 우리를 분노케 한다. 공군은 모슬포에 전략기지 건설계획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라고 한다. 그러나 무엇이 사실과 다른가를 분명히 말해야 한다.

‘현 단계’에서 제주도에 전략기지를 건설할 계획이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영구적으로 제주에 전략기지를 건설할 계획이 없다는 것인지를 떳떳이 밝혀야 한다. 도민들이 공군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현 단계’의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수년내에 길어도 10년 이내(또는 화순항 해군기지가 건설된 이후에)에 전략기지를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음에도 ‘현 단계는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은 도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일 뿐이다.

청와대는 최근 이 문제를 시민사회수석실의 민정조정 1팀에 배정했다고 한다. 이는 군사시설과 관련한 갈등조정업무이다. 청와대는 군사기지 문제를 사회적 갈등으로 보는가. 평화의 섬을 지정해 놓고 군사기지를 반대한다고 해서 이를 사회적 갈등으로 본다면 정말, 정말 우리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는 아니다. 이는 제주도와 한반도의 장래에 관한 문제이다.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좋다. 진부한 논쟁은 걷어치우자.

차라리 당당하게 말하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하기는 했지만 국가 안보상 어쩔 수 없다고 말이다.

이 모든 문제들이 우리를 분노케 한다. 1% 도민들은 할 말이 없다. 아기들을 펑펑 나아 남들처럼 100만 표를 큰 소리치고, ‘표’로 이야기 하자는 말을 할 수도 없는 현실이 아닌가. 이 참담한 현실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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