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5자회담 인사권 논의 거부...개혁의지 '의심'

전교조 제주지부가 당면한 교육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제안한 '5자 회담'이 흔들리고 있다.
전교조가 5자회담의 논의사항으로 차기 교육감 선거와 3월 정기인사문제를 제안한데 대해 교총과 도교육청직장협의회가 찬성입장인데 반해, 도교육청과 도교육위원회는 "인사 문제를 거론해서는 곤란하다"며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교조와 교총 등이 제안한 인사권 문제가 교육감(현 상황에서는 부교육감)의 인사권을 침해하자는 게 아니라 이번 인사비리와 관련해 '일선교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논의하자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도교육청이 아직도 인사비리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선 교육현장에서부터 제기되고 있다.

김경회 부교육감은 지난4일 전교조 제주지부가 5자 회담을 제안한 직후 이석문 지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교육감 선거문제는 같이 이야기 할 수 있으나 교원인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름이 거론된다면 힘들다"며 난색을 표명한 후 5일까지 참여여부를 알려주겠다고 밝혔으나 7일까지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고 있다.

또 고찬식 도교육위원회 의장도 전교조의 제안이 있은 다음날인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교육을 살리기 위한 모임은 찬성하지만 이 모임이 성토의 장이 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제주교육의 큰 틀과 방향을 논의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인사권에까지 깊이 들어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인사권을 제외한 교육계의 화합과 선거에 국한된 조건부 찬성입장을 밝혔다

고찬식 의장은 7일 <제주의 소리>와 통화에서도 "인사문제는 이미 교육위원회에서 거론돼 교육청으로부터 '공정하게 하겠다'는 확답을 받았으며, 그 결과로 교육국장 공모제와 같은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온 것을 보면 상당히 고심하고 깨끗한 인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또다시 인사문제를 거론하면 압력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며 인사권에 대한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고 의장은 "교원단체에서 필요하다면 부교육감을 만나 자신들의 입장을 요구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5자회담에서 인사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해 인사권 논의는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도교육청과 도교육위원회는 교육계의 화합과 차기 교육감 선거를 위한 5자 회담에는 찬성하지만, 인사문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교조와 교총, 도교육청의 입장은 이와는 다르다.

전교조 이석문 지부장은 "우리가 제안했던 것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거나 ,교육감(부교육감의) 인사권을 침해하려는 게 아니라 이번 사태가 도교육청의 잘못된 인사비리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의견들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수렴하자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이어 "이번 인사에서 지난 8년동안 인사비리의 중심에 서 있었거나, 교육감의 측근으로 초고속 승진을 해 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번 인사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는 게 교육계는 물론 도민사회의 여론이 아니냐"고 말하고는 "이들에 대한 승진인사 배제, 3개 교육장과 도교육청 과장, 그리고 제주시내에 장기간 근무했던 교장들에 대한 보직변경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차기인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고태우 제주도 교원단체총연합회장도 "구체적인 인사안에 대해 관여하지 말고, 차기 교육감의 인사문제, 그리고 승진문제는 거론하지 말자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태의 발단이 인사비리에서 비롯된 만큼 인사권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은 이번 승진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것은 당연히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며 인사비리에 관련된 공무원에 대한 인사문제는 반드시 5자회담에서 거론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 회장은 또 "3개 시·군 교육장과 장기간 재직했던 도본청 과장 보직변경에 대해서도 말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갖고 논의할 것이냐"고 지적한 후 "이 같은 사안에 대해 개혁조치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일선 교직원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박탈감은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윤덕언 도교육청공무원직장협회의장의 입장은 전교조나 교총에 비해 더욱 강경하다.

윤 회장은 "도교육청이 5자회담에서 인사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인사개혁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김태혁 교육감 8년동안에 작성된 승진후보자 명부가 잘못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어떻게 지금의 승진후보자 명부로 승인인사를 단행할 수 있느냐"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근무평정과 승진후보자 명단이 작성된 후 승진인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1년동안 승진인사가 보류돼야 입장을 밝혔다.

윤 회장은 또 "인사위원회에 공직협이 들어가 논의를 해야만 인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될 수 있고, 인사결과에 대한 평가방안도 마련돼야 하는데 이런 것을 도교육청 혼자서 하겠다면 교육청이 정말 개혁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도교육청의 자세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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