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칼럼] ‘하와이, 그 낙원의 이면’

'하와이'가 최근 들어 다시금 관심을 끌고 있다.

해군이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면서 화와이처럼 민항·군항 겸용 항구를 건설하게 되면 관광객 유치는 물론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해군측이 준비한 ‘회심의 카드’인 셈이다.

제주도가 그 동안 관광개발을 진행해 오면서 종종 ‘동북아의 하와이’를 미래상으로 선전해 왔고, 하와이가 일반 국민들의 인식에는 분명 가보고 싶은 ‘태평양의 파라다이스’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 카드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있는 듯하다.

화순항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 다시금 관심을 끌고 있는 ‘하와이’. 그곳은 진정 제주가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지인가?

먼저 지난 2003년 10월 제주발전연구원에서 발간한 ‘하와이, 낙원의 이면’이란 책을 보자. 

"여기(하와이)에 사는 너는 행복한가?”

편저자 ‘랜달 W.로스’(하와이대 리처드슨 법대교수)는 지난 92년 처음 발간된 이 책 1권의 부제를 “여기(하와이)에 사는 너는 행복한가?”라고 물으며, ‘서문’에 이렇게 자답하고 있다.

“오늘날, 하와이에서 예전같이 천국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우리의 아이들도 역시 이곳에 거주하기를 과연 희망할 것인가...”

   
이게 무슨 충격적인 얘긴가? 정말 ‘지상의 낙원’이라 불리어지는 하와이에 사는 사람들의 얘기가 맞는가?

로스는 얘기한다. “세금은 높고, 생활비는 많이 들며...주택과 물은 부족하고 공립학교에는 추가적 예산투입이 시급한 실정이며...인구의 고령화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목할 것은 ‘지상의 낙원’으로 그려지는 하와이에서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며, 심지어는 자신들의 후손들조차 그곳에 살기를 희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번역, 지난 2003년에 발간할 당시 제주발전연구원장이었던 고충석 제주대 총장은 발간사에서 “하와이가 안고 있었고 지금 제주도가 안고 있는 고민의 아젠다는 거의 비슷하다”며 “하와이는 우리보다 먼저 지상낙원을 대 전제로 하여 관광산업에 초점을 맞추어 대대적인 개발을 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원주민의 일상이 부분적으로 와해되고 삶이 재편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밝히고 있다. 

관광개발 위주의 결과도 그렇지만, 해군기지와 관련한 이슈로 논란이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바로 이 책의 2권 ‘군대와 경제’ 챕터에 눈길이 간다.

여기서 글쓴이인 ‘레이니’ 하와이 제일은행 부회장 겸 경제담당 수석연구원은 이렇게 쓰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하와이의 많은 사람들이 군대에 대해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하와이의 경우 비좁은 땅과 주택의 문제, 하와이 원주민들의 독립 문제, 그리고 환경에 대한 문제 때문에 사람들은 군대주둔에 반대하고 있다”

   
왜 하와이의 '많은 사람들은' 군대에 대해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해군측이 주장하는 홍보자료 대로라면 하와이의 군사기지가 지역경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당연히 지역주민들의 환영을 받아야 하지 않는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그 해답은 바로 아래의 보고서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하와이의 군사화....기지보고서’

하와이에서 군사기지 철수운동을 벌이고 있는 민간단체(nohohewa.com) 홈페이지에 실린, '하와이의 군사화....기지보고서’(2004년 11월 26일)가 바로 그것이다.

반년 전 작성된 이 보고서는, 하와이 군사기지 설치로 인한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 환경문제 : 2004년 의회 보고 중 방위 환경 복구 프로그램(Defense environmental restoration program)을 보면 이전에 사용되었던 지역을 제외하고 828개 지역이 오염되었다고 한다. 828개 지역 중에서 70개 지역은 군수물자들에 의해 오염되었다 - 이는 연습훈련지역은 제외한 지역이다. 해군은 749개 오염지역이 진주만 해군 단지(Naval Complex)에 있다고 밝혔다.

▲ 생태계 : 미군의 군수물자들에 의해 독성물질이 유출되자 토착생물과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실전 발포 훈련(live fire training)은 동식물의 서식지들을 태웠다. 예를 들어 미군에게 양도된 하와이 포하쿨로아(Pohakuloa) 점령지는 21종의 멸종위기의 동식물들의 서식지이다. 이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멸종위기의 동식물들이 집적된 서식지로 알려진 곳이다.

▲ 문화적 영향 : 문화 사적지들, 묘지와 신성지역들이 부적절하게 군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문화적 의식을 위한 사적지로의 접근도 거부당했다. H-3 고속도로가 코올라우(Ko'olau) 산에 건설되고 있다. 개발 계획 중인 지역에 고대 하와이인들의 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나카 마올리 인들의 신성지역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이 고속도로는 카나오헤(Kanaohe) 해군기지에서부터 진주만 군항까지를 연결하기 위해 건설되고 있다.

▲ 성매매 : 군사경제의 일시성은 성매매업의 호황을 야기했다. 호놀룰루 중심지에서 신원 불명의 지역 매춘부들을 찾는 60%의 남자들이 군인이고 와히아와(Wahiawa) 지역에서는 70-80%에 이른다.

▲ 경제 : 방위비에 대한 의존은 수많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공평하게 책정되지 않는 환경비용이 바로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농업이나 대체 에너지 개발에 투자하지 않을 때의 기회비용이라는 것도 없다. 이는 하와이가 경제적 안정을 이루기 위해 의존할 수 있는 어떠한 대안적인 산업도 구축되지 못하게 하여 미국으로 하여금 군대 지출에 더 집중하게 하였다...새로 들어오는 군인과 그들의 가족들은 그 지역 주민들이 받아야 할 정부지원을 나눠 갖게 된다.

▲ 노숙자 : 호놀룰루 광고업자의 사설에 따르면 하와이는 세 번째로 열악한 주이고 호놀룰루는 노숙자들에 대한 대우가 아홉 번째로 열악한 주라고 한다. 주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30000채의 집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군사문화의 침투로 인한 ‘가정폭력’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생생하게 보고'하고 있다.

   
최근 하와이에서 벌어지는 ‘위협적 상황들’

이어 보고서는 최근(과거가 아닌 현재 진형형인) 하와이에서 벌어지는 '위협적 상황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 스트라이커 연대(Stryker Brigade)는 이미 미군에 의해 약탈된 새로운 25000에이커의 땅에 장갑차 300대를 들여올 예정이다. 이는 카나카 마올리의 문화적 지역이나 의식, 멸종 위기의 생물과 독소 오염 등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 핵 항모함대(Nuclear Aircraft Carrier Battle Group)는 수천 명의 군대와 군 가족을 동반하여 들어올 것이고, 이는 지역의 기반사업과 경제, 교통, 공군기지 확장을 위한 토지 약탈과 같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 스타워즈 혹은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Star Wars" or Missile Defense Program)은 낚시와 서핑으로 유명한 카우아이 서쪽 해안선에 대한 접근을 차단시킨다. 이 지역은 카나카 마올리에게 있어서는 묘지로 신성한 지역이다. 실험이 이루어지게 되면 전에는 어부들이 드나들 수 있었던 광범위하게 개방된 해안지역이 제한되고 모든 섬에서 미사일 실험이 이루어 질 것이다.


이상을 통해 왜 하와이의 많은 주민들이 군대주둔에 반대하는지, '지상의 낙원’이라는 하와이가 갖고 있는 그 이면을 우리는 알게 된다. 제주에 전략기지가 건설될 경우 이상의 일들이 제주에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핵항모함대는 수천 명의 군대와 군 가족을 동반하여 들어올 것이고, 이는 지역의 기반사업과 경제, 교통, 공군기지 확장 을 위한 토지 약탈과 같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를 우리는 심각하게 되새겨 보아야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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