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독자봉-통오름

오늘은 날씨가 흐리다.  성산읍에 있는 독자봉 입구에 도착하니 여우비가 살짝 내린다.  다행히 큰 비는 내리지 않고  시야만 가린다.  오름에 오르는 동안 길 옆에는 개민들레와 인동초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개민들레는  지금이 한참 아름답게 보일 때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노란꽃을  보노라면  환상적일 때가 있다. 토종민들레가  개민들레에 밀려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을  보자니  울화가  치솟지만  어디 자연의 약육강식 앞에 할 수가 있겠는가.  오름과 제주의 자연에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개민들레는 70년대에 축산농가들이 목초씨앗을 외국에서 들여오면서 함께 유입되어 30여년간에 걸쳐 오름과 목장지대등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관광객은  이렇게 화려한 노란꽃을 보고 탄성을 지르겠지만  제주인들은 탄식을 하고 있다.
                      

▲ 토종 민들레-개민들레 ⓒ김홍구

독자봉은  표고 159.3m,  비고 79m 이며  남동쪽으로  난 말굽형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이 근처 마을인 신산리와 멀리 떨어져 외로워 보인다고하여 붙혀진 이름이 독자봉이다. 소나무와  상수리나무로  이루어진  능선길은  사색을  하며  걷기에  아주 적당하다.  이름모를 버섯(사실 버섯종류를 잘 모른다)과  산탈이 주위에  수줍은 듯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 통오름에서 바라본 독자봉 ⓒ김홍구

▲ 버섯 ⓒ김홍구

▲ 산탈 ⓒ김홍구

정상에는 독자봉수가 있다. 정의현 소속으로서 북동쪽으로는 수산봉수와 서쪽으로는 남산봉수와  교신을 했다.  독자봉수대의 특징은  흙으로  쌓은  두겹의  원형봉수대이다.  아마도 배수관계를 고려한 축조방식으로 추정된다.  도내 봉수대 중에서도 보존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자봉수터  정상에 있던 경방초소는  통오름으로  옮겨 놓았다.  정상에 서면 바로 앞에 통오름과 유건에오름이 보이고 모구리오름도 보인다.  서쪽으로는 남산봉이 보인다. 

▲ 독자봉 봉수터 ⓒ김홍구

▲ 모구리오름과 유건에오름 ⓒ김홍구

내려오는 길에 소나무에 기대어 자라고 있는 팔손이를 보았다. 바닷가의 산기슭이나 골짜기에서 자라는 데  잎몸은 7∼9개씩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지고  짙은 녹색이다. 그늘에서 잘 자라고 공해에 비교적 강하며  잎에 무늬가 있는 것도 있다. 민간에서 잎을 목욕탕에 넣으면 류머티즘에 좋다고 하며, 식물체에 들어 있는 효능중에는  거담작용이 있어서 거담제로 쓰기도 한다. 관상용으로 심으며 잎이 8개로 갈라졌다고 해서 팔손이라고 한다. 
                          

▲ 팔손이 ⓒ김홍구

길건너 바로 북쪽에 있는 통오름으로 향한다.  오름의 모양새가 통처럼 생겼다 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통오름은 표고143.1m,  비고 43m 이다.  사실 통오름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한없이 좋다.  오늘은 흐린 날씨로 조망이 좋지 않지만  날씨가 좋다면 봄,가을로 한번씩은 다녀도 좋을 오름이다. 이시기에는 능선에 아름답게 피는 들꽃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오름을 오른다는것, 통오름에서는 오르기보다  하늘과 땅을  바라보며 자연에 심취해야 한다.  
                                           

▲ 독자봉에서 바라본 통오름 ⓒ김홍구

오르는  한발씩 걷는  걸음  발아래에 온통 들꽃이다.   인동꽃의 내음이 허파 깊숙이 내려 앉는다.   인동꽃의 꽃말은 사랑의 인연, 부성애, 헌신적인 사랑이다.  이래서 꽃내음이 이리도 좋은걸까.  인(忍)동(冬)이라는 이름은 잎이 푸르름을 간직한 채 모진 겨울을 이겨낸다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꽃은 하얗게 피었다가 노랗게 변한다.  옛날 금화와 은화라는 자매의 전설을 간직한 꽃,  그래서 금은화라고도 부른다.  
                              

▲ 인동꽃 ⓒ김홍구

▲ 인동꽃 ⓒ김홍구

주위에는 엉겅퀴도 많이 피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피를 멈추고 엉기게 한다고 해서 엉겅퀴라고 부른다.  어릴적 산에 들에 뛰어 놀때 종아리에 가시가 찔리기도 하고 벌초할 때  손에 찔리기도 하지만 이제  바라보니 정겹고 아름답게 보인다. 오름다니면서 처음보는 엉겅퀴를 발견했다.  하얀엉겅퀴다.  모두가 진보라색인 엉겅퀴 사이에 홀로 피어 있는 하얀엉겅퀴,  참으로 진귀했다.  백호인 올해에 하얀엉겅퀴를  보다니 이런  행운이 어디 있을까.

▲ 엉겅퀴 ⓒ김홍구

▲ 하얀엉겅퀴 ⓒ김홍구

하이얀 찔레꽃이 사방에서 반긴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으로 시작되는 노래가 있다. 이 <찔레꽃> 노래를 부른 가수는  제주도 한림읍  명월리에서 태어난 "백난아"이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옛 명월국민학교 앞에 찔레꽃 노래공원이 아주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하이얀  찔레꽃은 흔치 않게 연분홍색의 꽃을 피우기도 한다. 노랫가사에서 연상되는 붉은 색의 의미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논쟁을 하곤 했다.  흔히 볼 수 있는 하얀색이 아닌 붉은 찔레꽃, 그 꽃에는 그리움으로 가득찬 가수 "백난아"의 붉은 가슴은 아니었을까.
                      

▲ 찔레꽃 ⓒ김홍구

꽃향기에 취해 걷다보면 어느새 오름능선을 다 돌게  된다.   서쪽으로 난 말굽형 분화구는  일시에 용암이 빠져 나간듯 보이고  지척에 모구리오름과 나시리오름, 유건에오름이 보인다.  동쪽능선 한구석에는 삥이가 하얗게 피어 하늘거리고 유건에오름이 바라보이는 북쪽능선에는 조상께서 모진 북풍 찬바람 맞을세라 묘역 주위에 나무를 심어 놓은 후손의 효심도 엿보인다.

▲ 통오름 분화구 ⓒ김홍구

▲ 새어버린 삥이 ⓒ김홍구

▲ 묘 ⓒ김홍구

제주의 오름은 이렇듯 나를 행복하게 한다.  아낌없이 주는 자연의 혜택을  나는그저 바라보고 느끼고만 싶다.  오름으로 향하는 오름몽생이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제주의소리>

<김홍구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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