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비자림로 도로 구조개선 사업두고 찬반논란

공사 예정 구간 급경사와 급커브가 겹쳐 운전에 위험이 따르는 구간이다. 제주도는 이 구간에 대해 도로 구조개선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장태욱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라는 평을 받는 제주도 비자림로의 일부구간이 도로 구조개선 사업으로 인해 훼손될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8일 제주도 도로관리사업소는 비자림로 절물휴양림 인근 구간에 대해 도로 구조개선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 계획을 두고 제주도와 환경단체, 인근 마을 주민들의 의견이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제주도는 사업예정구간의 도로구조가 급커브·급경사로 되어있어 중앙선침범 및 추돌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동절기 결빙 및 우천 시 빗길 교통사고가 잦기 때문에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도로관리사업소는 국비와 지방비를 절반씩 합해 총 43억 원을 들여 급커브 구간을 완화하고, 현재 12% 정도인 경사면을 평균 9% 정도로 조정하며, 15m인 도로폭을 20~25m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사는 2012년 6월에 종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사 예정 도면(제주도 도로관리사업소 제공) 노랗게 표시된 굽은 도로를 붉게 표시된 모양으로 펼 예정이라고 한다. 급 커브 구간이 급경사 구간이기도 해서 이 구간에 대해서는 지표를 깎는 공사도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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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로는 현재 평대리에서 시작해 제주시 봉개동 절물휴양림을 지나 5·16도로로 연결되며 총 길이 27.3km의 왕복 2차선 지방도로이다. 양 길가에 삼나무 숲이 우거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2002년에는 건설교통부가 실시한 '제1회 아름다운 도로' 평가에서 각 지자체가 추천한 88개 도로 가운데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도로 인근의 숲은 노루와 오소리를 비롯한 수많은 동물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도로의 명칭이 비자림로인 이유는 이 도로의 동북쪽 끝에 해당하는 구좌읍 평대리에 원시절경을 자랑하는 비자나무 숲이 있기 때문이다.

비자림로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인정받자,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이곳을 찾았다. 영화 <단적비연수>가 이곳에서 촬영된 것을 비롯, 뮤직비디오나 CF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아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도로로 인정받아 왔다.

교통안전 위해 불가피 vs. 제한속도 하향 등이 선행돼야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 주변의 삼나무 숲으로 인해 비자림로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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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로에 대한 구조개선사업 계획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경관훼손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에 있었던 사전환경성 검토 결과 보고서에도 이 사업으로 인해 일부 자연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 구조개선 예정지에는 삼나무 190그루와 곰솔 210그루, 편백 50그루, 상수리나무 150그루, 졸참나무 70그루, 때죽나무 40그루, 단풍나무 30그루 등 총 740여 그루의 나무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삼나무, 곰솔, 편백 등은 이식이 불가하고, 나머지 나무들은 1100도로의 물장올교 인근에 이식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관훼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자 담당공무원은 경관훼손의 가능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교통안전을 위해서는 공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롭게 도로에 편입될 인근 숲속 숲속에 삼나무, 곰솔나무,단풍나무 등과 더불어 새우란이 왕성하게 자생하고 있다. 업체에서 공사를 진행하기 전에 경계측량을 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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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을 총괄하는 진기옥 제주도 도로관리사업소 팀장은 "공사구간은 비자림로 전체 27.3Km 가운데 1.7Km에 불과하며, 이곳은 워낙에 급경사·급커브 구간이라 안전을 위해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비자림로에서 촬영지로 각광을 받은 곳은 대천동에서 송당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이며, 공사예정구간은 촬영지와도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곰솔나무와 삼나무 약 450그루가 훼손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공사가 끝나면 생태계 복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는 진 팀장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무엇보다도 사전환경성 검토가 치밀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교통량이나 사고통계 등의 사전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국장은 길의 곡면을 완화해서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형사고를 예방하려면 제한속도를 낮추고 겨울철에 도로를 통제하는 등 기초적인 조치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지금 이 구간의 제한속도가 시속 60km인 것을 보면 제주도가 도로 안전에 무관심해 온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공사예정 구간 제주도에서는 이곳을 위험구간이라고 했다. 그런데 표지판에는 제한속도가 시속 60km로 표시되어 있다. 안전에 소홀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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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국장은 "최근 2년간 이 구간에서 6건의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됐는데, 대부분 경미한 사고였다. 도로를 직선화시키면 자동차 운전속도가 증가해서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한라산 국립공원 인근을 지나는 대부분의 도로가 급커브와 급경사를 동반하고 있는데, 제주도가 내세우는 논리대로라면 많은 아름다운 도로들이 훼손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 구간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인근 교래리 마을 주민들은 지난 4월에 교래리사무소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이 구조개선 사업에 대해 찬성의 뜻을 밝혔다. 김삼범 교래리  이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구간은 교래리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나는 통학로인데 날씨가 궂으면 길이 위험해 쉽게 지날 수 없다. 도로 구조개선 사업에 대해 주민들 모두가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자림로는 1967년에 조천읍 교래리에서 5·15도로를 연결하는 6.8km의 구간에 원시림을 베어내어 축산용 도로를 만들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76년에 도로가 포장되었고, 구간이 점점 연장되어 1979년에 평대에서 5·16도로로 이어지는 현재의 구간으로 확정되었다. 처음 이름은 '동부축산관광도로'였는데, 1985년에 '비자림로'로 이름 지어졌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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