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제패 불구 중학교 팀없어 '농구 포기' 또는 '전학'뿐

   
제주 농구 사상 최초로 전국을 제패하는 쾌거를 이룬 일도교 농구부 주축 선수들이 선수생활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6학년 주전선수들이 몇개월 후면 중학교로 진학해야 하지만 제주시내권에는 중학교 농구팀이 단 한팀도 없기 때문.

이미 전국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선수들의 진로가 순탄치 않기 때문에 코치와 학부모는 물론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일도교는 전체 학급수가 18개 밖에 안되는 중소학교일 뿐만 아니라 농구부도 6학년 7명, 5학년 4명, 4학년 2명 등 총 13명으로 엷은 선수층을 갖고 있다.

   
이런 일도교가 지난 6일 폐막된 제2회 KBL총재배 전국어린이농구큰잔치에서 전국의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치며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일도교의 우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엷은 선수층은 물론 주전 평균 신장이 불과 153㎝에 불과하고, 대회 출전경비마저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지원에 의해 간신히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도교 농구부는 전국대회 우승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인 9일부터 또 다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오는 27일에 개막되는 전국소년체전에서 제주도에 메달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10일 '제주의 소리'에서 일도교 농구부를 찾았다. 큰 대회를 마쳤기 때문에 선수들은 회복훈련에 주력중이었다.

   
18년째 일도교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원용진 코치는 "소년체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훈련을 시작하고 있다"며 "지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기대치가 높지만 우리는 일단 메달권 진입이 목표"라고 말했다.

일도교 농구부는 현재 센터 곽호진, 포워드 고진우.백상철, 가드 현우전.박용현 등 주전이 전원 6학년으로 구성돼 있다.

원 코치는 "학교 규모가 작아 당장 6학년 학생들이 졸업하면 선수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며 "다른 시내권 학교로부터 스카웃을 해야 할 실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 코치에게 더욱 안타까운 점은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멤버들의 진학문제다.

현재 제주도에는 중학교 팀으로 함덕중과 중문중이 구성돼 있다. 이들 학교는 농구부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시합 한달전에 모여 훈련하는 동호회 수준일 뿐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육지부 팀과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다.

원 코치는 "지난해 준우승 멤버들 중 1명은 서울 배제중, 2명은 부산 대연중 등 3명이 육지부로 진학했었다"며 "올해에도 마찬가지로 2~3명이 육지부 중학교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오면 타시도로 진학하는 등 뿔불이 흩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 제주시내권 중학교에 농구부를 창단하는 얘기는 2~3년전부터 꾸준히 나왔지만 교육청에서 예산문제 등을 이유로 팀 창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유야무야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농구를 계속하기 위해 낯설은 타지로 나가거나 선수생활을 중도에 포기해야 한다.

KBL배 최우수선수인 고진우군은 "친구들과 농구를 계속하고 싶지만 중학교에 가면 헤어지게 될 것"이라며 "육지부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오면 올라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상철군도 "농구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며 "하지만 중학교에 농구부가 없어 고민스럽다"고 속내를 내비췄다.

학부모인 이향숙씨(43)는 "3년전에도 제일중에서 팀창단 얘기가 나와 일도교 선수들이 전원 함께 진학한다는 합의를 했었다"며 "하지만 교육청쪽에서 약속을 깨는 바람에 아이들이 끝내 농구를 그만두게 됐다"고 야속해 했다.

이씨는 "몇년전부터 농구를 계속하고 싶은 애들은 육지부로 올라가고, 나머지는 그만둔다"며 "전국대회에서 우승까지 한 재능있는 아이들이 이대로 흩어지게 된다면 제주도 농구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도교의 사상 첫 전국대회 우승으로 제주도농구협회가 다시 제주시내 중학교 농구부 창단에 힘을 쏟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꽃피워보지도 못한 채 선수생활을 그만둬야 하는 선수들, 묵묵히 선수들을 뒷바라지 하는 학부모들, 그리고 18년째 농구째 거의 무보수로 일하는 코치를 위해 제주도교육청이 조금만 힘을 보태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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