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27) 상도리 -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 ⓒ김은희
제주해녀항일운동 기념탑은 구좌읍 상도리 해녀박물관 입구에 세워져 있다. 이곳은 연두막 동산으로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해녀들의 2차 집결지로서 상징성이 큰 장소이다.

1930년대 일제는 전 국민 전시동원체제 시기로 엄청난 인력 수탈을 자행하고 있었다. 그 당시 조선 민중들은 맥을 못 추고, 일제에 의해 힘없이 끌려가는 형상이었다. 그럴 때 제주섬에서 해녀들이 떨쳐 일어났다. 조선 민중들도 놀라고 일제도 놀랐다.

지난 12일 제주도 구좌면 세화리에서는 구좌, 정의 양면의 해녀 천여 명이 제주도 유사 이래 처음 보는 대시위를 일으켰다 함은 긔보한(이미 보도한) 바어니와 이제 그 자세한 바를 들으면, 제주도에서 도 가장 해산물이 많이 나고 따라서 다수의 해녀가 살고 있는 구좌, 정의 양면에서는 소화 5년(1930) 이래 정의면 천초부정판매 사건을 비롯하여 여러 차례 해녀측과 제주해녀어업조합 간에 충돌이 있어 오던 중 소화 6년(1931)도 구좌면 하도리에서는 생복과 감탯재 판매에 있어 지정상인 지정가격 감하, 지정등급 변경 등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자 생활 조건을 해산물에 의탁하고 있는 해녀 대중에게는 그들의 생활을 위협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해녀 조합 주재원과 상인을 상대로 5, 6차례 항쟁하였으나 결국 수포로 돌아가므로 격분된 해녀들은 해녀조합에 항의문을 보내서 무책임한 처지를 통격하고 기한부로 확답을 요구하였으나 조합에서는 내내 그 태도를 고치지 아니하므로 지난 1월 7일 하도 해녀 300여 명이 대시위를 하기까지에 이르렀던 것이다. (중략) 지정판매 기일인 12일은 마침 제주도사요 제주해녀어업조합장인 다구치(田口) 도사가 신임 후 도 순시로 구좌면을 통과할 일정이요 세화 장날이였으므로 구좌면의 하도, 세화, 종달, 연평, 정의면의 오조, 시흥, 합 6개리 해녀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녀 조합에 대한 일대 시위를 하는 동시에 도사를 면회하여 자기네의 지금까지 속아오던 모든 불평불만을 말하고 요구조건을 제출하려고 결심하고 있었다.
- 「조선일보」1932년 1월 24일자

일제는 대검속으로 맞대응을 하고 배후 세력으로 세화리 문도배, 김시곤, 종달리 한향택, 한원택, 연평리출신 신재홍, 강관순 등 수십 명을 검속했다. 하도리 오문규 검속 도중에 일경은 4~500명의 해녀들과 농민들 사이에 무력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검속자 석방을 격렬하게 요구하는 해녀들을 일본 경찰은 무장 응원경찰을 지원 요청하여 더 강력한 진압작전을 펼쳤다. 결국 해녀항쟁은 해녀 34명을 포함한 50여 명이 검속되면서 일단락되었다.

당시 해녀들의 요구사항은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 감태재(搗布灰)에 대한 것이 1) 판매문제는 지금부터 2주내로 해결할 것 2) 가격등급은 지정한 대로 할 것 3) 계약금은 생산자에게 보관케 할 것 4) 이궁(二宮) 악덕상인에게 금후 상권 절대 불허 5) 계약 무시코 상인 옹호한 마쓰다 田서기 즉시 면직 6) 등급을 마음대로 구별한 무능 서기 반대 7) 물품 인도 불이행

▶ 생복에 관한 것 1) 금후 2주일 내로 완전 해결할 것 2) 지정 매수인 고태영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 3)계약금은 즉시 내어 줄 것 4) 악덕상인 고태영에게 금후 상권 절대 불허 5) 일체의 지정 판매 절대 반대 6) 일체의 계약보증금 생산자 보관 7) 미성년, 40세 이상자에게 조합비 부과 반대 8) 병, 기타로 인하여 입어 못한 자에게 조합비 면제 9) 위선적 우량조합원 표창 철폐 10) 총대리별공선(總代里別公選) 11) 조합재정 공개
- 「조선일보」1932년 1월 14일자

이렇듯 제주해녀들은 요구사항이 관철되기를 바라며, 강관순 선생이 지은「해녀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행진했을 것이다.

“우리는 제주도의 가이 업는 해녀들 / 비참한 살림살이 세상이 알아 / 추운 날 더운 날 비가 오는 날에도 / 저 바다의 물결에 시달리는 몸…….”

처량하고 애달픈 노래 가락이지만 시위행렬 속에서 부를 때는 비장하게 불렀을 것이다.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공원은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사업회 주관으로 국비 지원을 받고 2004년 1월에 착공하여 2006년도에 완공되었다. 공원내 해녀박물관이 있어 제주의 해양문화와 해녀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 김은희

*찾아가는 길 : 세화리→하도리 방향→해녀박물관 입구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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