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사랑의 사진·편지 공모전 수상작

사랑하는 깜빡이 아빠에게

따스한 햇볕이 때론 무덥게 느껴지기도 하는 5월이네요.

봄이라는 걸 알려주듯 주위는 온통 푸르고 꽃들은 울긋불긋 아름답게 피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아빠가 누워서 5월을 맞이한 지도 벌써 2년이나 지나갔어요. 사람들은 말하죠. 시간이 약이라고….

그 말이 정답인 거 같아요. 시간이 흐르니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던 현실도 어느덧 내 삶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아빠가 병원에 실려가던 날 거짓말이라고 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수술실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예전처럼 아빠가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와 주리라 생각했는데…. 그날이 내게 말하던 마지막 날이 될 줄은 몰랐어요.

그 이후론 아빤 누워서 눈만 깜빡일 뿐이에요.

아빠!!! 난 아빠가 내가 나이가 들어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옆에서 날 지켜주리라 믿고 있었어요. 내가 그 어떤 잘못을 하든 항상 이해하고 지켜줬던 아빠…. 그런 아빠가 그렇게 누워 날 알아보지 못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언제나 가만히 있으면 답답해 항상 움직이고 뭐든 했던 아빠…. 그렇게 누워만 있어 많이 답답하죠? 이 따스한 햇살을 아름다운 바다의 푸른빛을 아빠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고 보니 난 아빠에게 잘한 게 없는 것 같네요.

같이 여행도 못 가고 맛난 것도 먹으러 다니지 못하고 아빠에게 내 시간을 내어주려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난 왜 이렇게 아빠에게 못했던 것만 생각이 날까요?

아빠! 아빠가 '사랑하는 내 딸 난 너만 행복하면 된다.'라고 말할 때 왜 나는 '아빠 저도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하지 못했을까요?

아빠도 후회되죠? 좀 더 따스하게 가족들을 대해 주지 못한 거….

제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실래요?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할 기회를….

아빠가 사랑하는 딸이 너무나 아프데요. 못한 게 너무 많아서 하지 못한 일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너무 아프데요. 어쩌면 평생 잊을 수 없을지도 모른대요.

한동안 '울 아빠 불쌍해서 어떻게 하지?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가고 싶은데도 못 가고….'라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하지만, 이젠 아빠가 불쌍하지 않아요. 아빠가 살아가는 방식이잖아요. 어느 날 누워 있기 너무 어려워서 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마음이 아플 때 여행 가고 싶을 때 벌떡 일어나요.

그리고 내 손잡고 하고 싶은 일들 맘껏 해요. 아빠는 내게 가르쳐주고 싶었나 봐요.

가족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아빠!!! 엄마한테 잘하고 있어요. 아빠 몫까지….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누워 있기 힘이 든 날 일어나서 "예쁜 내 딸~"하고 안아 주세요.

항상 눈만 깜빡이는 울 아빠….

난 씩씩하게 모든 걸 잘해요. 아빤 비록 누워서 아무것도 못하고 눈만 깜빡이지만 그 삶이 아빠가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이듯 저도 나름대로 제 방식대로 삶을 살아요. 내 목소리를 듣고 눈만 깜빡이는 울 아빠….

5월이면 유난히 더 많이 생각나는 아빠의 그 자리가 텅 비어 보여 허전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기에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오늘도 하루를 보내요.

사랑한다고 말할 기회가 있을 때 많이 사랑해주고 많이 예뻐해 주고 살아야 하는 게 우리네 삶이란 걸 가르쳐준 아빠!!!

좀 더 많이 찾아가지 못해서 미안해요. 날이 갈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소홀해져만 가네요. 하지만, 아빠에 대한 믿음 만큼은 변함이 없어요.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가 아빠를 응원할게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미안해서 일어나지 못하는 거라면 그럴 필요 없어요. 가족은 그런 거 같아요.

세상 모든 이가 다 포기해도 가족이기에 포기할 수가 없는 거 같아요.

사람이 끝나는 그날까지 믿는 거 그게 바로 가족인 거 같아요.

아빠!! 고마워요.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줘서….

이 세상을 살아가며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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