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사랑의 사진·편지 공모전 수상작

고슴도치엄마의 사랑

  벚꽃 잎들이 흐린 날이 많은 요즘 지나는 이들의 마음이라도 화사하게 해주는듯 싶더니, 이내 흩날려 버리는구나. 하지만 거리 곳곳에 제주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유채꽃들이 노란 물결을 이뤄 지나칠 때 소녀같은 마음이 든단다. 그럴때마다 엄마는 나의 딸들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러보지......

 사랑하는 나의 딸 재은아,
갓 결혼해서 너를 임신했을때 엄마는 모든게 설레이기만 했단다. 딸일까? 아들일까?라기보다는 딸이든 아들이든 내 자식이 내 몸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자체가 큰 행운이라는 생각에, 지난 힘들었던 시절들이 까마득해지고, 새로운 삶에 대한 의욕이 강하게 생겨났단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며 10달을 품었던 너를 세상에 내 놓을때, 감격 앞에 미안함이 먼저였단다. ‘속협골반’이라 순산이 어려웠다는건 알지만 그 안에 네가 힘겹게 골반을 밀어내다 생겨버린 검은 멍이 얼굴 반을 차지하고 있어서 엄마 가슴을 찢어졌단다. 너를 안아 한없이 울었단다. 딸아이 얼굴을 그리 만든게 엄마탓인지라 너무 너무 미안하고, 세상에 나온 너를 보게 된게 너무너무 감격스러워서 엉엉 울고 말았단다.

다행이도 일주일이 지나 멍은 사라지고 아무일 없었다는 양 너는 무럭무럭 잘 자라줬단다. 그 흔한 감기한번 안하던 네가 동생을 갖을 무렵 심하게 아파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혈관이 안잡혀 이마에 주사기를 꽂다가 실패하기를 몇 번 반복하다 주루룩 흘러 내리는 피를 보며 울어 제끼는 너를 꼬옥 안고는 그저 눈물만 흘리던 엄마가 그때는 너무 무능함을 느꼈단다. 아픈게 다 엄마 탓인 양 말이다. 주위에서 동생을 보려면 샘앓이를 한다는데 네가 아마도 샘앓이를 제대로 했던 것 같다. 그후 1살 터울로 태어난 동생 우유를 뺏어먹으며 너무도 건강하게 자라고 말썽한번 안 피우며 착하고 사랑스럽게 잘 자라준 나의 딸.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단다.

 초등학교 4학년에 시골에서 시내로 전학을 하게 되서 쪼들림 받지 않을까? 학습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엄마를 많이 괴롭혔지만, 너희는 전학생 닮지 않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곧잘 새로운 아이들과 잘 어울렸고, 학습 또한 뒤지지 않은채 초등학생의 순수함을 가득 머금은 채 잘 지내줬단다.

그래서일까? 너희가 그렇게 순탄하게 잘 지내줘서인지 엄마는 욕심이 조금씩 커지는걸 느꼈단다. 평균이 조금만 떨어져도 호랑이가 되고, 엄마가 보기에 그런 친구를 만나 다닌다고 다시 호랑이가 되어버리는 엄마를 너희 또한 이해가 안되었을거야. 특히 사춘기에 접하는 넌 더욱 이해하기가 어려웠을거야. 마냥 잘하기만 하는 너희들을 좀더 잘 키울수 없을까?하는 엄마가 만든 강박관념이 그런 행동을 취했던것 같아. 그러는 엄마를 또한 잘 이해해주고 잘 따라줬던 나의 큰딸 재은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가려 준비할 무렵, 모처럼 시간내어서 교복을 사러 갔었는데 기억나니?

 교복을 고르고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엄마’하며 나오는 네 모습을 바라보면서, 순간 시간이 멈춘듯 가슴이 ‘훅~’하더구나. 가슴 한켠이 뜨거워지면서 눈시울이 붉어짐을 느낄때 ‘이야~ 우리 딸 중학생이구나.’를 연신 외치며, 이리저리 돌아보며 교복 입은 첫 모습을 핸드폰에 담기도하고 아빠에게 전송하기도 하며 호들갑을 떨었지. 지금에서야 얘기지만 너무 의젓해 보였어. 그런 네 모습을 바라보면서 엄마가 기대고픈 마음도 없잖아 생겼던 것 같아. 어느새 이만큼 자랐구나라는 생각에 엄마는 너무 행복했었나봐.

 그 순간의 감동이 아직도 남아 핸드폰에 담긴 네사진을 하루에 몇 번을 보며 지내는지 모르겠다. 그래 네가 정말 사랑스럽고 이쁘고 당차게 잘 자라주는데 괜한 엄마의 욕심이 앞서 주춤하게 만들지 않을게. 중학교 들어가서 새로운 친구들 많이 사귀고, 새로운 학습진행에 잘 적응하고, 힘들면 언제든 엄마와 대화로 풀어나가며 지내자꾸나. 가끔 엄마가 언성이 높아지더라도 너를 더욱 사랑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으로 간주하여 이유없는 반항보다는 대화로 순탄하게 잘 풀어나가며 엄마와 딸이라는 인연을 아주 소중하게 간직하며 살아가자꾸나.

 엄마는 재은이를 너무 사랑하고, 너와 함께 만든 우리 가정을 참으로 소중하게 여긴단다. 아빠 또한 네게 아들같은 큰딸인 너를 아끼고 존중 해준다는거 잘 알지? 엄마는 어쩔수 없는 고슴도치 엄마인가봐. 하지만 어떠한 기대를 앞세우기보다는 엄마와 아빠가 중시했던 인성교육을 잘 받아줬던 것이 서로에게 더욱 깊은 믿음을 심어줬나보다. 지금쯤 학교에서 열심히 수학공식을 배우고, 영어 단어를 암기하며, 또 친구들과 수다를 한창 떨며 지내고 있을 너를 떠올리며 마무리할까한다. 파이팅해라 내딸아!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엄마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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