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강영봉 교수, '호근 지역의 언어와 생활' 펴내
지역어 보전 위해 소리나는 대로 전사...읽는 맛 살아

   
서귀포시 호근지역 토박이 할아버지와의 4시간의 대화가 책으로 엮였다.

 ‘제주 서귀 호근 지역의 언어와 생활’

이 책은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 강영봉 교수가 묻고 호근동 마을 노인회장 김석규 할아버지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국립국어원이 급격히 소멸되고 있는 지역어를 보전하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진행하고 있는 ‘지역어 구술 자료 총서’의 제주지역 단행본이다.

강영봉 교수는 호근동 지역어를 어휘 음운 등의 고유 어형 뿐만 아니라 문장과 담화까지 온전히 담기 위해 소리나는 대로 전사하는 방법을 택했다. 따라 읽는 맛이 있는 것은 당연.

동시에 표준어 대역과 주석을 풍부하게 달아 제주어를 모르는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제주어에 실려나오는 김석규 할아버지의 생생한 경험담도 흥미롭다. 할아버지의 출생과 성장, 결혼 과정, 시집살이, 회갑잔치, 장례 절차와 풍습 등이 풀어헤쳐 진다.

호근 지역은 제주도 남쪽 서귀포시에 속한 중산간 마을이다. 서귀포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사이에 형성돼 있어 어느 곳보다도 변화 속도가 빠른 곳이다. 김석규 할아버지는 이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40대 초반부터는 이곳서 감귤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 강영봉 교수 ⓒ제주의소리
17년간 초등학교 교편을 잡았던 김 할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선생을 그만 두고 감귤 농사를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 일기 시작한 감귤 농사의 붐 때문이었다.

지금은 남자가 결혼을 하면 허리가 휜다고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불 두채와 궤 하나 그리고 요강 하나를 들고 신부를 맞았다. 김 할아버지는 “원 그때는 그거 너머 원 헐 께 어스나네”라며 너스레를 떠신다.

강영봉 교수는 “전사된 구술 자료는 조사 지역의 어휘는 물론이고 음운과 문법적인 특징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담화 연구의 자료로서 요긴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책의 의의를 밝혔다.

태학사. 1만9천원.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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