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유건에오름 - 나시리오름

장마가 잠시 주춤거리는  사이에 성산읍에 있는 유건에오름과   나시리오름을  다녀왔다.  장마철에는 날씨로  인한 변수가 많이 생긴다.  비오는 날에는 되도록이면  오름에 가지 말고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마철에는 비옷을 준비하여야 하며 비가 오는 경우에는 서둘러 내려 오는 것이 좋다.  오름 정상과 벌판에서는 벼락에 주의를  하여야 한다.  오르고 내릴때 미끄럼으로 인한 사고도 종종 난다.  무엇보다도 오름에서는 자신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난 후 다른 사람의 안전을 도와야 한다.

▲ 유건에오름 ⓒ김홍구

유건에오름을 서쪽으로 난 길을 놔두고 동쪽으로 오른다.  개망초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개망초는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로 들어가는 시기에 들어온 귀화식물로  알려져 있다. 이때 개망초가 퍼지자 나라를 망하게 한 꽃이라하여 망초(亡草)앞에 개자를 덧붙혀 개망초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나라 잃은 아픔을 식물에다  갖다 붙힌 조상들의 한이 엿보이는 식물이다.  하지만  꽃은 그지없이 소박하면서도 한갓지게 피어  아름답다.  경사가 제법이다.  삼나무 숲을 지나 고사리밭을 올라서자 큰버섯이 눈길을 끈다.  바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도는 길이 나있다.

▲ 개망초 ⓒ김홍구

▲ 버섯 ⓒ김홍구

유건에오름은 오름의 모양새가 옛날 선비들이 쓰는 두건모양과 비슷하다하여 붙혀진 이름이지만 어느쪽으로 보아도 비슷한데가 없다.  한자풀이식 이름이고 보면  정확한 유래는 알려지고 있지 않다고 본다.  오름은 표고 190.2m, 비고 75m이며 원형의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 유건에오름 ⓒ김홍구

정상의 굼부리는 조림된 삼나무와 소나무로 빽빽히 채워져 있으며 남쪽과 서쪽방향으로 훌륭한 경관을 자랑한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모구리오름과 영주산을 배경으로 서쪽으로 수많은 오름들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바로 남쪽에는 통오름과 독자봉이 자리하고 있다.

▲ 유건에오름 분화구안의 삼나무 ⓒ김홍구

▲ 영주산-모구리오름과 남서쪽방향 ⓒ김홍구

▲ 통오름과 독자봉 ⓒ김홍구

엉컹퀴에서 열심히 꿀을 빠는 나비를 보고 지나는데  여린 잎줄기 사이에 어린 풍뎅이가 이른 더위를 식히고 있다.  북서방향으로 바로 앞에 있는 나시리오름 뒤쪽으로 성불오름, 개오름, 민오름, 큰돌리미, 백약이오름, 좌보미오름,  월랑지, 거미오름, 궁대오름, 뒤꾸부니오름이 희미하게 보인다.  동쪽으로는 우도와 성산일출봉, 바우오름, 큰물메, 족은물메오름이 아스라이 보인다.

▲ 엉겅퀴와 나비 - 풍뎅이 ⓒ김홍구

▲ 모구리오름-영주산과 북서쪽방향 ⓒ김홍구

▲ 우도-성산일출봉-큰물메오름 ⓒ김홍구

이곳에서도 제주의 대평원을 감상할 수 있는 여러 곳중에 하나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초록이 물들어 가는 대평원의 풍경은 오름의 향기와 더불어 여름에 느낄 수 있는 멋이다.  이래저래 속세에 살며 찌들은 마음을 이러한 자연에서  정화시키고 다스리는 몫은 제 스스로 할 일이다.

발길을 돌려 나시리오름으로 향한다.  나시리오름은 근처의 승마장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말들이  다니는 오름자락은  많이 패어져 있어  지금부터라도 관리를 제대로 해야할 것 같다.   이 오름의 유래도 정확하지는 않다.  오름의 모양새가 소라고동처럼 나선형으로 생겼다하나  (螺 : 소라나, 施: 베풀시)  참고만 할 뿐이다.   나시리오름은 표고 164m, 비고 29m 이며 북쪽으로 난 말굽형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제주의 오름중에 작지만 올라보면 아름다운 오름이 많다.  그중에 하나가 나시리오름이다. 오름둘레에 수많은 하고초가 피어 있고  정상에 올라서면 빙둘러 가며 수많은 오름들이 반긴다.

▲ 나시리오름 ⓒ김홍구

▲ 하고초 ⓒ김홍구

▲ 나시리오름 분화구 ⓒ김홍구

바로  앞에 조금전에 다녀왔던 유건에오름이 포근이 자리하고 있고 모구리오름과 영주산이 위치하고 있다.   낭끼오름에서부터 지미오름, 큰왕메오름, 우도, 성산일출봉, 큰물메오름까지 보이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나시리오름은 가을이면 억새가 가득 담겨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 유건에오름 ⓒ김홍구

▲ 모구리오름과 영주산 ⓒ김홍구

▲ 성산일출봉 방면 ⓒ김홍구

이 오름은 승마장을 겸하고 있다.  누구의 소유인 것을 논하기 전에 오름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 오름을 오르는 사람들은  되도록이면 승마하는데 방해가  덜 되는 방향으로 이용하였으면 한다.  승마장 관계자는 되도록이면 아침 일찍 오름에 오르고 영업이 시작되는 9시부터는 자제하여 주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제주의 관광산업 중에  말을 이용한 관광이 활성화 되고 있는 시기에 관광과 오름, 그리고 이를 이용하고 오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적절하게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 나시리오름과 말타는 사람 ⓒ김홍구

나시리오름의 굼부리는 낮으면서도 넓다.  몇그루의 소나무와 굼부리안에 몇기의 묘가 잘 어울리는 오름이다.  이러한 오름은 아이들 손을 잡고 아내와 남편이 같이 자연을 벗삼아 오르기에 참으로 좋은 오름이다.  오름 다니는 사람중에 부부가 상당히 많다.  꼭 오름만이 아니라도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꿈많고 아름다운 두사람이 만나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서로에게 자신의 일생을 맡겼기 때문이다.  자신의 꿈을 배우자에게 맡겼기에  나는 당신이 되고  당신은 내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리라.  오늘 오름몽생이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오름에게 그지없이 고맙기만 하다. 

▲ 나시리오름 분화구 ⓒ김홍구

▲ 나시리오름 분화구 ⓒ김홍구

<제주의소리>

<김홍구 객원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