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시인 두 번째 시집 '설산에 오르니'

“시야!//그리움 하나로/어둠을 더듬어 왔으니//시야!/길 잃지 말거라”(‘나의 시야’ 중)

   
그리움의 실오라기를 더듬어 온 세월이 일흔이다. 시인 김종호(71)는 스스로 겨워 발을 뗐지만 떠나던 그 순간, ‘나그네는 돌아갈 꿈으로’ 살기 시작한다.

김종호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설산에 오르니’를 펴냈다. 그는 그리움이 향하는 곳, ‘고향’을 읊조린다.

“어두워가는 골목길에서 즐거운 아이들은 밤이 오는 것도 잊지만 가난한 두렛상에 온 식구가 둘러앉아/하루의 허기를 풋풋한 웃음으로 채우고/어린 새들은 쌔근거리며 꿈을 꾸리라”(‘집’ 중)

가난은 풋풋한 웃음으로 채워지고, 어린 새들이 꿈을 꾸는 ‘집’은 아련하게 따뜻하다. 아련한 것은 이젠 ‘집’에 돌아간다 해도 꿈 꾸던 어린새는 이미 날아가 버렸기 때문.

   

“언제, 어디쯤이었을까/탯줄을 물고 꼼지락거리던 세상/떠나온, 그 아득한 에덴의 지문/시나브로 스러지는 노을 앞에 서면/길 끝에 외로운 영혼/시원의 그리움만 너울져간다”

그리움이 너울질 때는 어머니의 손이 약손이다.

“지금도 들려오는 갯가에/밀물은 할머니 손/아픈 배를 쓸어내리고/썰물은 어머니 손/그리움을 쓸어내리고”(‘바다로 사는 아이’ 중)

시인의 익숙하고 평범한 시어에서 느껴지는 '그리움의 정서'는 내가 어디서 떠나왔는지 곰곰 곱씹게 한다.

미래문화사. 8천원.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