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후 제주4.3연구소장의 대마도로 흘러간 4.3 희생자 찾기

▲ 대마도 해안가로 흘러들어온 표착 사체를 안장해 둔 다이헤이지의 묘지. 여기 어딘가에 제주4.3 당시 수장학살 된 희생자의 넋이 떠돌고 있을 수 있다. ⓒ제주의소리

인연은 한반도 남쪽에서 대마도 쪽으로 도도하게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로부터 시작됐다.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쿠로시오 해류. 그 중간에 위치한 제주섬에는 1948년, 제주4.3이 발생한다.

▲ 1948년 6월 12일자 대마신문. 전라의 여자 참살 사체가 표착하고 있는 것을 출어 중인 마을 어부가 발견, 경찰서로 신고했다는 내용의 기사. ⓒ제주의소리
같은 시기 쿠로시오 해류 위의 또다른 섬, 대마도에서는 조선인으로 추정되는 많은 사체가 해안가로 떠밀려 온다. 일본 지역신문 '대마신문'에 따르면 사체들은 옷을 입지 않고 있거나 어깨부터 손까지 칼로 베어있고, 가슴 부위가 줄로 묶여있는 채였다.

바다를 건너는 동안 심하게 훼손돼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던 사체들은 대마도 각 관청에 ‘행려사망인’으로 등록됐다. 시체를 거두지 않으면 재앙을 얻는다고 믿었던 대마도 사람들은 “죽은 이는 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니다”라며 이들 사체를 거둬 근처 절에 안장한다.

행불자인 이들이 제주가 놓쳐버린 제주4.3 희생자일 가능성은 누가보더라도 충분했다.

‘대마도를 떠도는 4.3넋’(각 출판사)은 제주4.3 당시 수장학살됐던 희생자일 것으로 추정되는 표착 사체를 쫓아 감행한 닷새간의 대마도 기행문이다.

책쓴이 김창후 제주4.3연구소 소장은 표착 사체들 중에 제주4.3 희생자 특히, 당시 수장 학살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쫓는다. 대마도의 신문사, 도서관, 6개의 초야쿠바, 해상보안대, 복지사무소, 마을의 절들에서 한국사람 특히 제주도사람이 안장돼 있는지를 찾아다녔다.

번번이 좌절이었다. 대마도의 표착 사체들이 한국군과 경찰에 의해 수장학살된 제주도 사람이라는 문건 자료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표착 사체들만 기록해 놓은 ‘행려사망인 조서’가 있긴 하지만 당시 제대로 조사가 되지 않았고 4.3을 전후한 시기의 자료는 대마도 관청에서 이미 폐기되고 없었다.

▲ '대마도를 떠도는 4.3넋' ⓒ제주의소리
김 소장이 이처럼 대마도로 흘러들어간 4.3희생자 사체를 쫓는 것은 이들이 북부예비검속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4.3 증언자들은 북부예비검속 희생자의 절반 가량이 수장됐을 수 있다고 증언했다.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제주국제공항서 발굴된 북부예비검속 희생자들의 유골이 예상보다 적었다는 점도 다수 ‘수장 학살’의 가능성에 무게를 옮기는 대목이었다.

김 소장은 이들의 넋을 찾아 ‘순례자’가 돼야 했다. 구체적인 결과는 없었지만 순례가 남긴 것은 분명했다. “대마도를 떠도는 4.3넋을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이들을 우린 어떻게 위령해야 하나? 그리고 4.3희생자일지 모르는 유골을 고이 안장해 두고 ‘추모비’까지 세운 대마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나?”

결국 이 책은 ‘4.3 당시의 수장학살 희생자’들을 위한 것이고 그들을 기억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각 출판사. 비매품.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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