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한국인과 조선인

▲ 2005년 5월 17일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하명옥 단장을 비롯한 대표단이 동경 치요다구 이다바시에 있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를 찾아 서만술 의장과 50년만의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사진출처=http://blog.naver.com/dixion/80024436572
어떤 사람을 재일동포라고 불러야 될까?
재일동포(在日同胞)란, 재일(在日) 즉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 단군의 자손이란 의미이다.

사람에게는 국적(國籍)이 있다 어느 나라 사람인가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땅에 살고 있는 한국사람이 애가 태어나면 호적에 올린다. 한국 호적에 올라있기 때문에 국적이 한국이며, 한국사람 한국인 한국국민이다. 만약 일본 호적에 올라 있으면 일본사람 일본인 일본국민이요, 중국 호적에 올라 있으면 중국사람 중국인 중국국민이다.

국민(國民)이 있다. 일본에 살고 있지만, 혹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호적에 올라가 있으면 한국국민이며, 한국여권을 발급 받는다.

조센진(朝鮮人, 조선인) 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일본에는 있다. 조선(朝鮮, 1897년부터 1910년까지는 대한제국)은 1910년에 일본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식민지시대, 일본이 전쟁에서 패망하기 전까지 우리 민족은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조선인(조센진)이라 불렀다.

1945년 일본이 전쟁에서 패망해서, 식민지로 있던 우리 한반도가 두 나라로 나뉘면서 남쪽은 한국, 북쪽은 북한이란 나라로 독립하게 되었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한국사람이 되었지만, 일본에 있었던 우리 동포들은 식민지 이전의 나라였던 '조선' 나라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당시 일본에 있었던 동포들의 국적을 '조선' 으로, 조선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조선이란 나라는 이미 없었다.

한국 국적을 원하는 사람은, 구청 혹은 시청에 가서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어 달라고 신청을 해야 한국사람이 되고, 그냥 놔둔 사람은 국적이 '조선'이다. 지금까지도 한국으로 바꾸지 않은 사람은 국적이 '조선' 이다. 그러나 지금 조선이란 나라는 없다. 북한의 정식 나라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며, 북한에서도 약칭을 조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일본은 한국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고, 북한은 아직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 국적을 원하는 사람은 국적란에 한국이라고 써 줄수 있지만, 북한 국적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북한 혹은 북조선 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라고 써 줄 수가 없다. 즉 북한 이란 나라는 실존은 하고 있지만, 정식으로 나라라고 인정하고 있지 않아서 국적란에 나라이름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일본에는 한국을 추종하는 단체 '민단'이 있고, 북한을 추종하는 단체 '조총련'이 있다. 조총련 사람들은 한국을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국적란에 한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을 반대한다. 민단 단원들은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었지만, 조총련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쓸 수 있는 나라명칭이 없어 아직도 국적이 '조선' 그대로 이다.

우리 동포들을 일본에서 부를 때 재일한국인(在日韓國人) 이라 부르지만, 아직도 국적이 조선으로 있는 사람들(조총련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재일조선인(在日朝鮮人)이라 부른다.

국적을 한국으로 바꾼 사람에게는 재일한국인으로 부르면 되고, 아직도 바꾸지 않은사람은 재일조선인이라 부르면 된다. 그런데 이들을 다 합쳐서 부를 땐 무어라 불러야 될까? 참 어렵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재일한국조선인' 이라 하기도 하고, 간단히 '재일코리언(在日Korean)' 이라 부르기도 한다.

옛날에는, 일본에서 조센진(朝鮮人,조선인)이란 그리 좋은 단어가 아니었다. 무언가 하시(下視)보는 의미가 내포돼 있고, 무언가 차별하려는 의식을 가지고 쓰는 단어 였고, 또 그렇게 들렸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한국말을 한국어라 부르기도 하지만, 조선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대학에서 한국어 강좌를 '한국어'라고 쓰는 대학도 있지만, '조선어'라고 쓰는 대학도 있다. 한국어 학과 명칭도 한국어학과라고 쓰기도 하지만, 조선어학과라고 쓰는 대학도 있다. 각 대학에서도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개설할 때 명칭으로 한번 고심을 하게 된다.

일본의 대학 입시 시험인 ‘센터시험’이라고 있다. 한국 수능시험에 해당한다. 이 시험에서 외국어시험은 영어를 비롯해서 5개 외국어가 있다. 어느 외국어든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200점 만점 과목으로 전 과목 중 최고 점수가 높다. 거기에 한국어가 포함돼 있다. 여기서는 '한국어'라 표기하고 있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에서 한국어 강좌를 한다. 처음 강좌를 개설할 때  고민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어로 명칭을 한다면, 조총련 사람들이 들고 있어날 것이고, 조선어라 한다면 민단 사람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양쪽 다 들어가는 단어 '한글' 이란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도 한국어 강좌명은 '한글' 이다.

통계를 보면,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사람은 58만9천명이다(2008년 12월말 일본 법무성 통계). 그러나 이 통계는 민단에 들어가 있는 한국 국적인 사람과 조총련에 들어가 있는 조선국적인 사람을 합친 숫자이다. 일본은 한국인과 조선인을 구별해서 통계를 만들고 있지 않다.

또 58만9천명 가운데는 유학생도 들어가 있고 회사 주재원도 들어가 있다. 한국에서 여행 온 사람이외는 전원 이 통계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순수하게 재일동포라 불러야 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특별영주자'라는 항목에 41만6천명이 있다. '특별영주자' 란 해방 전부터 일본에 살아온 한국·조선 사람들과 그 후손들이다. '영주자'라는 항목에 5만3천명이 있고, '정주자'에 8천7백명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영주자' 란 일반영주자를 말한다. '일반영주자' 란 해방후에 일본에 와서 영주허가를 받은 사람을 말한다. 특별영주자는 해방 전부터 일본에 살아온 우리 동포이니 그 자손들도 일본에 살 권리가 있는 것이며, 일반영주자는 일본 정부의 엄한 심사를 거쳐서 일본에 살아도 득이 될 사람이라고 인정된 사람을 말한다. 일반영주자의 영주허가 신청에는 엄청난 서류와 엄격한 심사를 하고, 기간도 상당히 길다(빨라야 몇개월, 길면 1년이상).

특별영주자와 일반영주자를 합한 약47만명이 재일동포이고 그 자손들은 일본에 살수 가 있다. 나머지 약 12만명은 유학생, 한국회사 일본사무소 주재원, 취업등의 목적으로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며, 보통 3년에 한번씩 입국관리청에 가서 비자갱신을 해야 된다. 만약 일본에 온 목적이 끝나거나, 목적과 틀린 활동을 하거나 하면, 비자갱신이 어려워져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가끔씩 있다.

아직도 조선국적을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위의 통계에서 58만9천명이 우리 한국·조선 사람들이다. 그런데, 해방 후에 북한에서 일본에 온 사람은 거의 없다. 특별영주자 41만6천명 가운데에 조선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숫자로서는 약7만∼8만명이 아직도 조선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말하고 있다.

'재일교포(在日僑胞)'라는 단어와 '재일동포(在日同胞)'라는 단어가 있다.
어떤 경우는 교포라 불어야 되고, 어떤 경우는 동포라 불라야 될까? '동포' 란 한 어머니 출신이란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 민족은 모두 다 한 어머니의 뱃속 출신이며, 한 어머니의 뱃속 출신이니까 다 형제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교포' 란 지금 사정에 의해서 외국에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 한국에 돌아갈 사람이란 의미이다.

일본에 있는 한국 사람들의 단체, '민단' 은, 재일본대한민국민단(在日本大韓民國民團)의 약자다. 1994년 '거류민단(居留民團)'에서 '민단(民團)'으로 이름이 정식으로 바뀌었다. '거류' 라는 의미는 잠시 거류하고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 '거류' 라는 단어를 없앰으로서, 민단 단원은 앞으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다. 이때부터 일본은 '재일교포' 가 '재일동포' 로 바뀌었다.

사정상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에서, 앞으로 계속 일본에 살고 있을 사람, 그러나 우리는 한 어머니 뱃속 출신으로 동포라고 불러주고 봐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의미이다. 앞으로는 '재일교포'가 아니라 '재일동포'라고 불러야 될 것이다. 그러면 한국국적을 가진 사람은 우리와 같은 동포라 불러야 되고, 아직도 조선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 동포가 아닌가?

아직도 조선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북한을 추종하는 단체 '조총련'에 소속된 사람들이 많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한 어머니 출신이다. 우리와 같은 동포들이다.  <제주의소리>

<신재경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신재경 교수 ⓒ 제주의소리
 필자 신재경 교수는 1955년 제주시에서 출생했다. 제주북초등학교,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 한양공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한일방직 인천공장에서 5년간 엔지니어를 한 후 1985년 일본 국비장학생으로 渡日해 龍谷大學대학원에서 석사·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京都經濟短期大學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京都創成大學 經營情報學部 교수로 있다. 전공은 경영정보론이며, 오사까 쯔루하시(鶴橋)에 산다. 오사카 제주도연구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기도 한 신 교수는 재일동포, 그 중에서도 재일제주인들의 삶에 대해 조사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재일동포들의 '밀항'을 밀도 있게 조사하면서 <제주의소리>에 '어떤 밀항이야기'를 연재해 왔다. 또 일본 프로야구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발휘 '신재경의 일본야구'를 써 왔다.    jejudo@nifty.com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