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교수 “화순항기지 국책사업 아니, 해군 의욕일 뿐”

▲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월 27일 제주도를 국가가 공식인정하는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 선포했다.
제주세계평화의 섬과 해군이 추진하는 화순항 해군기지는 결코 양립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화순항 해군기지 계획은 정부의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국책사업이 아니라 해군의 계획이자 의욕일 뿐이라는 의견이 제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화순항 해군기지가 국가차원에서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며, 평화의 섬을 지키기 위해서도 기지가 필요하다는 해군측의 주장을 뒤엎는 것으로 화순항 해군기지 논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제주도해군기지반대도민대책위가 주최하는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포럼에 주제발표자로 참여하는 양길현 교수(제주대 윤리교육과)는 사전에 제출한 주제발표문을 통해 “해군기지가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해군의 정책일수는 있어도 평화의 섬 제주가 지향하는 정책과는 양립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양길현 교수는 “불특정의 전쟁가능성 또는 위협에 대한 어느 정도의 안보력을 보위할 것인가에 따라 ▲군사력 우위의 최대안보 ▲군사력 균형의 적정안보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협력안보로 나눌 수 있으나 제주 평화의 섬은 교류협력에 비중을 두고 있어서 군사력 우위 또는 적어도 군사력 균형을 의도하는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과는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화순항 해군기지가 해군의 일장에서는 대양해군 정책의 일환일 수는 있어도 동북아 주변국들간의 평화지향적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는 평화의 섬 지향과는 정책지향이 다르다”면서 “평화의 섬 제주 일환으로 추진되는 국제평화센터나 제주평화연구원의 활동이 평화교육과 동북아군축에 있는 만큼 동북아 군사시설 확충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도 평화의 섬의 정책 이념과도 상치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 평화의 섬 비전과 군비확충 위한 해군기지는 상치

▲ 평화의 섬 지정선언문에 서명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평화의 섬 선언문.
양 교수는 특히 “평화의 섬 제주는 외교적 접근과 문화적 접근을 통해서 21세기 제주도의 미래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시도로 화순항 해군기지와 같이 힘의 논리에 기초한 접근방식은 평화의 섬 제주의 비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양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이 본질적으로 국가 안보적 이슈임을 감안하더라도 그러한 소극적 안보 개념은 제주 평화의 섬이 추진하고자 하는 목표, 즉 인권, 환경, 빈곤 등 인간의 제반 위협요인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정한 의미의 세계 평화의 섬 구현이라는 목표와는 괴리가 있다”고 지적한 후 “화순항 해군기지의 건설이 협의적인 군사 안보에 기초한 억제적 안보에 무게를 둔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해군기지의 안보 논리와 제주 평화의 섬의 평화 비전은 평행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고 말해 평화의 섬 제주와 화순항 해군기지는 양립할 수 없는 문제점을 강조했다.

양 교수는 이어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이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안보전략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해군의 계획이자 의욕일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 평화의 섬은 대통령이 지정 서명…화순 해군기지 국가차원서 승인안된 사업
 
그는 평화의 섬은 2005년 1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공식 지정선언 문건을 갖고 있는 반면, 해군은 정부로부터 국가안보적 차원에서의 고려와 승인을 갖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양 교수는 “만약 정부가 제주도 화순항에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할 긴박하고도 중대한 안보상의 필요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면서 제주도 평화의 섬의 비전에 대한 수정을 요청하는 것이 순서이자 제주도민들에 대한 예의”라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그러한 정부 차원의 어떤 해명이 없다는 것은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이 해군본부의 희망이자 구상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 교수는 이어 해군이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상황에서 화순항은 결국 서태평양과 동지나해를 겨냥하는 해군의 전진기지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내 놓았다.

그는  “해군본부가 제시하는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의 가장 중요한 필요성은 해상교통로 확보라는 국제적 해양안보환경의 변화에 발맞춰서 중장기적으로 대양해군으로 나가야 한다는 데 있다”고 전제한 후 “대한민국 해군은 향후 원․근해 작전 및 다양한 해상작전 수행이 가능한 기동함대 및 해역함대 전력을 창설하고, 미래 잠재위협대비 가능한 질적․첨단 위주의 전력(해양으로부터의 정밀타격, 지상전, 공중전 지원이 가능한 전력과 전략차원의 감시 및 지휘통제 전력)을 보유해 서태평양 해역에서 작전 가능한 해군력 건설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며 "향후 화순 해군기지는 동해의 제1함대와 서해의 제2함대의 중간 지역으로 해군의 제3함대의 핵심적 기항 역할을 담당하면서 향후 한국이 서태평양과 동지나해 방향으로 해군력을 투사하기 위한 지정학적 기지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해군이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과 전략기동함대의 운영을 통하여 테러방지체제 구축, 남북교류 항로 보호,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안전보장체제 구축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대해 양 교수는 “이러한 목표들은 전략기동함대의 고유한 역할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해 화순항에 기지를 두기보다는 기존의 해역함대 및 해안 경비대, 해양경찰력 등의 강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해군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 양길현 교수는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 평화의 섬 이미지 크게 훼손…상대국 위협 불안 제기 군비경쟁만 유발

양 교수는 이와 함께 “화순항 해군기지의 구축은 국내외적으로 군사와 관련된 인적․물적 차원의 왕래가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군사교류의 활성화는 제주도가 갖고 있는 기존의 관광지로서의 이미지와 평화의 섬이라는 제주도의 상징성을 크게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TV나 신문을 통해 제주도 화순항 해군기지에 이지스함이나 미항공모함 등의 군함이 드나드는 모습이 비추어지거나, 화순항이 동북아 지역의 정치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사건에 연관되는 경우 제주도의 대외적 평화 이미지는 크게 손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 교수는 “화순항 해군기지와 이지스함이 다른 나라에게는 위협과 불안을 제기하면서 그에 대응하는 군비경쟁을 유발하고 종국에는 상호간의 위협 상승작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후 “2005년 1월 정부가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것은 제주도의 평화 이미지 제고와 평화창출의 중심적 역할을 비군사적-외교적 방법으로 달성하려는 제주도의 노력을 공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 점에서도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계획은 제주도 세계평화의 섬 지정 선언의 정신과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또 해군과 지역사회 일각에서 제기하는 ‘여건변화’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해군본부가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을 재차 운위할 어떤 ‘여건변화’가 있느냐가 해군기지 건설 논란의 핵심이나 이에 대한 해군의 설명 내지는 증거자료 제시가 없다는 데서 2005년 5월 현재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도 계획이자 구상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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