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지 포럼, 미MD 전초기지 전락·군사적 타깃 가능성 경고

▲ 화순항 해군기지 관련 포럼이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열렸다.
화순항에 해군기지가 들어설 경우 제주는 동북아의 주요한 군사적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18일 오후4시 제주장애인복지회관에서 제주도해군기지반대도민대책위 주최로 열린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관련 포럼’ 참석자들은 “화순항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평화의 섬 정신에 크게 위배될 뿐 만 아니라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는 동북아에서 군사적 목표가 돼 유사시 상대국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도민은 물론 한반도의평화번영을 위해서는 백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욱식, “중국, 한국에서 미군 출동할 경우 공격하겠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내 군사문제 전문가로 최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비롯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고 온 평화네트워크의 정욱식 대표는 “화순항 해군기지 문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전 유연성’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하며, 이지스함이 정박하게 될 화순항은 미군이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상 MD체제의 전초기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욱식 대표는 “미국이 한반도 서남부에 공군력과 패트리어트를 집중 배치하는 게 중국을 막바로 겨냥한 지상 MD체제의 일환이라면 화순항은 대만해역을 염두에 둔 해상MD체제의 전진기지로 이미 동해에 2척이 이지스함이 배치 돼 있으며, 2009년에는 15척, 그리고 화순항 해군기지가 완공되는 2014년 전후로 30척의 이지스함이 배치되게 된다”며 “결국 화순항은 한국 해군은 물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미 MD체제의 전초기지가 될 뿐만 아니라 미국의 항모 전단의 기항지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대표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국은 양안분쟁이 촉발해 이 곳에서 미군이 출동할 경우 ‘한국이 미군에 출격기지를 제공한 셈이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을 공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비록 최악의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제주는 중국의 공격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임종인, 해군이 밝힌 군사기지 건설 논리는 거짓…전력증강 욕구일 뿐

▲ 임종인 국회의원
국회 국방위 소속인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도 정욱식 대표의 의견처럼 “제주도가 화순항 해군기지를 막아내지 못할 경우 중국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라야 한다”고 밝혔다.

임종인 의원은 먼저 해군이 화순항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히는 논리의 허구성을 주장했다.

해군은 화순항 해군기지 필요성에 대해 ▲통일이후 주변국 위협으로부터 자주적으로 생존하는데 가장 중요한 남방해상교통로를 보호하고 ▲정부의 동북아정책을 뒷받침하고, ‘제주평화의 섬’ 지정에 따른 안전을 보장을 말하고 있다.

임 의원은 “해군이 화순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은 지난 1993년으로, 지난해야 수립된 정부의 동북아정책과 또 올해 1월 지정된 평화의 섬의 안정을 보장하겠다는 명분은 말도 안되는 것으로 구실을 갖다 부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또 ‘남방해상교통로 보호’에 대해 “유조선을 보호하는데 기동함대 즉 이지스함을 투입하는 나라가 세계어디에 있느냐”며 해군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 후 “해군이 화순항을 건설하려는 것은 이지스함을 중심으로 한 기동함대를 갖고 싶다는 전력 증강의 욕구일 뿐”이라고 밝혔다.

임 의원은 이어 “해군은 정부의 동북아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힘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화순항 해군기지를 이용하고 있으나 참여정부의 동북아균형자론은 군사력이 아닌 국민의 외주역량과 외교역량을 바탕으로 한 연성국력”이라며 “화순항에 미MD체제와 연동된 해군기지를 건설할 경우 결국 중국은 물론 동국아의 군사적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창훈, 오끼나와는 미군기지로 이미 국제자유도시 추진 포기

▲ 고창훈 세계섬학회장
세계섬학회 회장인 고창훈 교수(제주대 행정학과)는 지난 133년동안 군사기지 역할을 해 왔던 일본 오끼나와의 사례를 들며 군사기지의 폐해를 제시했다.

고 교수는 “한때 독립된 국가였으나 1872년 일본에 의해 강제로 점령당하고 1879년 군사거점이 오끼나와는 1945년 봄 미국과 일본의 오끼나와 전쟁으로 섬 주민 3분의 1인 25만명이 희생당하는 비극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제주도민들은 분명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끼나와를 수차례 방문해 수년간 현지 실태를 조사해 온 고 교수는 “미군이 주둔한 이후 오끼나와는 군작전으로 인한 독성물질과 소음으로 생태계파괴는 물론 심각한 건강문제를 안고 있으며, 범죄와 사고 증가하면서 공공의 안녕을 심각히 위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경제적으로도 군사기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자립화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다면서 현지 주민이 일부 군기지에 고용되고, 지방의 상품과 서비스 제공, 그리고 군기지 사용에 따른 국가보조금과 토지사용에 따른 임대료가 고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고 교수는 “오끼나와 주민들이 지난 1997년 주민투표를 통해 80% 이상이 미군의 철수를 요구했으나 미군은 물론, 일본도 이에 응하지 않을 정도로 군사기지는 일단 한번 들어오면 자신들의 계획이 아니고는 철수하는 법이 없다”면서 오끼나와도 오래전부터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했으나 결국 미군기지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며 결국 화순항 해군기지가 들어설 경우 제주국제자유도시도 사실상 백지화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고 교수는 오끼나와 국제자유도시 입안에 참여했던 일본인 교수가 자신에게 들려 준 충고로 발표를 끝냈다.

“오끼나와는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해도 미군기지 때문에 될 수가 없습니다.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면 그것은 현대전이 가능한 큰 군사기지이며, 미군 역시 공동사용을 전제로 하는 것일 것입니다. 일단 군사기지가 들어서면 그것이 점점 확장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오끼나와 133년의 군사기지화 과정은 절망이고 슬픔 그 자체입니다. 제주는 오끼나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됩니다. 이것이 오끼나와의 아픈 교훈입니다”

# 양길현, 해군기지 국책사업 아니…DJ 서명문건 있다면 공개하라 
 

▲ 양길현 평화의섬 추진위 자문위원
제주도 세계평화의 섬 추진위 자문위원인 양길현 교수(제주대)는 화순항 해군기지가 국책사업이라고 주장한 해군측의 주장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양 교수는 “2005년 5월 현 시점에서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은 해군의 계획이자 의욕일 뿐 정부가 국가적 수준의 안보전략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그 근거로 “제주도 세계평화의 섬은 2005년 1월 17일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공식 지정선언 문건을 갖고 있으나 해군은 국책사업이라는 어떠한 자료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어제 화순항추진기획단장이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계획에 대해 전 김대중 대통령이 결재를 했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말로가 아닌 그 문서를 도민들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양 교수는 이어 “만약 정부가 제주도 화순항에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할 긴박하고도 중대한 안보상의 필요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면서 제주도 평화의 섬의 비전에 대한 수정을 요청하는 것이 순서이자 제주도민들에 대한 예의”라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그러한 정부 차원의 어떤 해명이 없다는 것은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이 해군본부의 희망이자 구상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이지훈, 도지사·국회의원, 여야정당 화순항 군사기지 입장 밝혀라
 

▲ 이지훈 해군기지 반대도민대책위 공동대표
이날 포럼을 주최한 반대도민대책위 이지훈 공동대표는 화순항 해군기지 논란과 관련해 제주사회를 이끌고 있는 도지사와 국회의원, 그리고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노무현 대통령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또 평화의 섬 지정에 관여해 온 도내 학계인사들의 입장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지훈 대표는 “지금까지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되는 데는 도내 대학교수들의 많은 노력과 공헌이 있었으며 그들은 평화의 섬 개념으로 제주도 비핵․비무장화를 강조해 왔다”고 소개한 후 “최근 해군기지 문제가 터진 이후 연구과정에 참여했던 학계가 아무런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이어 “제주도에서 그동안 이슈가 되어 왔던 여러 사안들은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민투표로 바꿀 수 있으나 해군기지는 철수가 불가능한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지사는 지역주민과 도민의 입장을 듣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도지사의 책임문제를 제기했다.

또 “제주출신 국회의원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책임정당을 강조하면서 제주의 미래와 관련된 해군기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만일 올해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있어도 이렇게 무소신으로 대응할 것이냐”면서 정치권을 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어 “최종 결정은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노 대통령이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만큼 해군기지에 대해서도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내달 제주에서 열리는 평화포럼 이전에 밝혀줄 것을 다시금 정중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 이자후, 업자 내세워 주민 이간질 시키는 해군, 엄청난 저항 직면할 것

▲ 이자후 화순리 해군기지반대대책위 부위원장
해군기지가 들어설 예정지인 안덕면 화순리 반대대책위 이자후 부위원장은 “참여정부가 화순항에 군사기지를 설치해야 한다면 경제적 효과니 뭐니 하면서 주민들을 이간질 시키지 말고, 아예 평화의 섬을 백지화시킨 후 군사기지를 설치할 수밖에 없다고 떳떳이 나서라”며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자후 부위원장은 “해군은 지금도 해군기지가 건설될 경우 공사이권과 개입될 업자들을 가운데 놓고 해군기지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면서 지역주민들을 이간질 시키고 있다”며 “평생 이 땅에서 살아야 하는 주민들로서는 통탄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일들이 화순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해군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부위원장은 “제주도가 안덕이 불모의 땅이라면 해군이 말하는 경제성을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안덕면은 어디에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세계적 관광지로 화순항을 미항으로 개발하고, 관광지 개발에 따른 효과는 비교하지도 않은 채 해군기지 건설만 갖고 경제적 효과를 말한다는 것은 주민들을 농락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이 부위원장은 또 “신혼부부가 뛰노는 화순 백사장이 콘크리트로 뒤덮여도 관광객들이 올 것이라는 해군의 거짓말을 믿을 주민들이 어디에 있느냐”며 “솔직해 말해도 못할 판에 군사기지가 안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지역민에게 엄청난 반발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반대도민대책위의 토론회 참석을 거부한 해군본부는 이날 추진관 관계자를 토론회장에 보내 발표내용을 경청했으며, 역시 불참을 통보한 제주도도 관련 공무원들을 보내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주요 내용들을 메모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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