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토지수용·보상 절차 '원점'...실타래 풀 시간은 번 셈
주민·해군 '명분··실리' →상생으로...도-의회 '정치력' 시험대

서울행정법원이 15일 제주해군기지 행정소송에 대해 한편으로는 해군(국방부)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사실상 해군의 밀어붙이기식 ‘일방통행’에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제주도와 도의회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 지난해 12월17일 제주도의회가 해군기지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 처리를 강행하자 거세게 항의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 ⓒ제주의소리DB
해군(국방부)이 원인무효가 된 행정행위에 대한 절차를 새로 밟기 위해서는 최소 2~3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여 이 기간 동안 절차적 정당성을 밟아가는 새로운 상생의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재판부가 2009년 1월21일 국방부장관이 제주해군기지 사업과 관련한 국방·군사시설사업 실시계획 승인 처분은 무효라고 결정함에 따라 종전의 행정행위 역시 효력을 상실,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운명을 맞게 됐다.

우선 해군기지 내 토지수용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토지 협의매수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난해 1월 기준으로 실시했던 감정평가를 올 3월 기준으로 실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토지매수에 3개월 정도가 걸린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이에 버금가는 기간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업피해 보상 문제도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해군은 69건 중 60건(87%), 금액으로는 101억원 중 94억원(92.7%)에 대해 보상을 마무리했다.

이와 관련 해군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토지수용, 어업피해보상 문제 외에 법적으로 걸리는 문제는 없다”면서 “새롭게 절차를 밟아나가려면 2~3개월 정도는 불가피하게 연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도 토지수용, 어업피해보상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군기지 사업추진이 사실상 2~3개월이 늦춰지는 상황에서 이 기간 동안 제주도와 도의회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원의 이 판결이 강정마을 주민들에게는 '명분'을, 해군에게는 '실리'를 가져다 주면서 불가피하게 늦춰지는 2~3개월 동안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새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즉 대립과 갈등이 아닌,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마지막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도 더욱 주목된다.

제주도와 도의회가 해군기지 문제를 갖고 조만간 정책협의 테이블에 마주앉기로 한 만큼 실질적인 갈등해소와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문대림 도의회 의장은 15일 도의회 임시회 개회사에서 “우근민 지사가 말로는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플랜을 갖고 있는 지 답답하다”면서 “도정에서 먼저 해군기지 문제 해결을 위한 후속대책을 내놓고, 이에 대해 의회가 머리를 맞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논의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서라도 제주도정이 해군기지 해법을 먼저 제시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문 의장은 “해법 제시가 정책협의회 성사의 전제조건”이라고도 했다.

특히 문 의장은 행정행위의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타깝지만, 오늘(15일) 판결로 해군기지 사업은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정절차법의 기본은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의회 차원에서도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중지를 모아 대응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우근민 지사가 강조했던 ‘해군기지 해법’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협력적 파트너십을 강조한 의회와 머리를 맞대 실질적인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을 지 도민사회가 기대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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