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소통이다 ⑥] 젤린스키의 추천한 강공희 대표

▲ 강공희 대표 조천읍 신촌리에서 '쌍둥이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강공희 대표 ⓒ장태욱

강공희 대표는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서 '쌍둥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강대표는 이 농장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고, 오이ㆍ호박ㆍ상치 등 채소들을 재배하고 이를 학교 급식 재료로 공급한다.

강대표를 만나기 위해 '쌍둥이 농장'을 찾았다. 강대표가 추천한 책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필자가 농장에 도착했을 때, 강대표는 농장 입구에 마련된 조그만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니, '네이버 지식 검색'에 농업과 관련하여 올라온 질문에 답을 적어놓고 있었다. 강대포는  '네이버 지식 iN'의 지식 활동대원으로 선발되어 활동 중이라고 했다.

강대표는 농장을 운영하는 일 말고도, 네이버 지식 활동대 대원ㆍ농정신문 기자ㆍ제주도 사이버농업인 연합회 회장ㆍ(사)한국농촌지도자제주시애월읍 회장 등 여러 종류의 직함을 가지고 농업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농사와 관련하여 잔뼈가 굳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강대표가 농사를 지은 지는 10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농사를 짓기 이전에는 자영업에 종사해보기도 했고, 직장생활도 해봤다고 한다. 비록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분수에 맞게 생활하기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귀농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 <느리게 사는 즐거움> 2000년 '물푸레'에서 문신원의 번역으로 출판했는데, 2008년에는 '새론북스'에서 서수현 변역판을 출판했다. 강공희 대표는 2000년 물푸레에서 출판한 것을, 필자는 2008년 새론북스에서 출판한 것을 가지고 있다. 
ⓒ장태욱

강대표와 <느리게 사는 즐거움>의 내용과 그의 농업을 소재로 대화를 나눴다.

-추천해주신 덕분에 <느리게 사는 즐거움>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 책을 추천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책을 10여 년 전 쯤 누구에게 선물을 받았습니다. 내용을 보니 일과 여가생활 사이에 조화를 이루고,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많은 지혜가 담겨져 있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지금도 자동차에 넣고 다니면서 틈나는 대로 펼쳐보고 있습니다."

- 저자 '젤린스키'는 책의 서문에서 '일을 하는 것은 인간의 일이고, 빈둥거리는 것은 신의 일이다'는 말을 인용하며, 너무 바쁘게 살지 말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으로는 농사는 매우 노동집약적인 분야인데다, 최근 농산물 수입이 급증하여 농업의 수익성도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시간이나 금전적인 문제에서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어느 정도 사회적 기반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실천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책이 말하고자 하는 정신은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고 여유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최근에 귀농을 하겠다고 저를 찾아와 일을 배우는 사람이 둘 있습니다. 그 사람들 농업을 통해 자연을 벗삼고 여유를 가지고 싶다고 하지만, 저는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의 지배하는 냉혹한 현실을 제대로 봐야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작물을 재배할 것인지 목표를 정확히 하고 초기에 이를 이루기 위해 뼈아픈 고통을 감내할 각오가 되어있지 않다면, 귀농을 하지 말라고 권합니다."

-작가는 "멋진 휴가를 즐기기 위해 네팔 같은 아주 색다를 곳으로 떠라보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농장의 여건상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 주문일 겁니다.

"학교에 납품할 급식 재료 주문을 그날그날 맞추기 위해서는 매일 수확과 포장을 준비해야하는 게 현실입니다. 또 농사를 지을 때 초기에 투자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진 빚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우리 농장의 여건상 멀리 여행을 떠나기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주말에 오름을 등반하면서 여유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모든 이들이 하는 말인데, 농사를 지어서 돈을 벌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을 경험할 수는 있다고 하지만, 영농비는 오르는데 농산물 값은 내려가기 일쑤입니다. 이런 어려운 조건을 어떻게 극복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돈을 벌 수 있는 쉬운 방법은 덜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사를 지을 때 절대로 투기로 하지 말고 적정 규모를 유지하면서, 지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책에도 더 많이 버는 것보다 제한된 수입 안에서 현명하게 지출하고 아끼며 저축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고 효과가 크다고 했습니다. 최근 농가부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는데요, 농민들에게 돈을 꾸어주고 그 이자로 농협이 먹고살 수 있도록 만든 농정에도 책임이 있고요, 농민들이 불어나는 부채에 둔감해진 데도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부채가 늘어나니까 농민들이 작물을 몇 만 평씩 투기적으로 재배를 합니다. 대박을 맞게 될 거라는 기대 때문인데요, 농사를 그렇게 지으면 모두가 망하는 겁니다."

▲ 오이 강공희 대표는 조천읍 신촌리에 소재한 '쌍둥이 농장'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고 채소 농사를 짓는다. 강대표가 생산한 농산물 대부분은 학교급식의 재료로 공급된다. ⓒ장태욱

- 농민들도 기본적인 생활은 유지해야하는데요, 절약과 절제에도 한계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물론입니다. 그런데 출근할 때, 정장입지 않아도 되는 데가 농장입니다. 입던 옷 서로 돌려가며 입어도 되고, 장터에 가서 몇 천 원짜리 옷 입어도 일하는데 지장이 없는 곳이 농장입니다. 제가 입고 있는 셔츠의 가격이 만원 미만이에요. 마트에서 반찬을 사지 않고 자기가 재배한 채소로 반찬을 해먹어도 되잖습니까? 농업은 아끼고 절약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분야입니다."

-농사에는 늘 고된 노동이 뒤따릅니다. 그 가운데서도 행복을 유지하기 위한 비결 중 소개할 만한 것이 있을까요?

"솔직히 처음 농사를 지을 때는 정말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가 있었어요. 하우스 시설하면서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집에 들어가면 은행에서 보낸 빛 독촉장이 늘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젠 부채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기도 했고, 부채를 많이 줄이기도 했어요.

또, 일하다보니 즐겁게 하는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농장에서 일을 배우는 청년들에게도 권하는 방법인데요, 일 속에서 스토리텔링을 해보는 겁니다. 예를 들면, 꽃가루를 암술에 수분시킬 때면 내가 갑돌이와 갑순이를 결혼시키고 있다고 얘기를 만들어보고 글을 써보기도 하는 겁니다. 저는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토리텔링이나 사무를 보는 일이나 카메라로 작물 사진을 찍는 모든 일이 농사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는 '재미를 목적으로 새로운 운동이라 활동을 해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농업 외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최근에 카메라 한 대를 사서 사진을 찍으면서 재미있게 보내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도시 사람들에게 농업을 소개하기도 하고, 귀농상담도 하고 있는데요, 사진 찍기가 생각만큼 쉽지가 않습니다.       

-이후, 어떤 삶을 꿈꾸고 계십니까?

"빨간 스포츠를 타고 여행을 다니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아들이 수의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아들에게 스포츠카 한 대만 사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처음에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하더라고요. 그런데 철이 들었는지 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이젠 스포츠카는 없어도 되지 않겠냐는 거예요. 제가 자비를 들여 구입해야할 것 같아요."

-제주도는 전국에서 친환경 급식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입니다. 다른 시도보다 친환경 농업의 여건이 좋다고 생각되는데요.

"제주의 급식이 모범이 되어 다른 시도들이 이를 벤치마킹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학교급식 납품이 돈벌이가 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우선 급식의 주재료가 되는 쌀이 제주에서 생산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고요, 일선 학교에서는 여전히 규격화된 농산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친환경 농업으로는 규격화된 농산물을 수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 이제 곧 방학이 될텐데요, 방학이 되면 농산물 판로가 없어집니다. 친환경 농가는 2학기를 대비해 다시 처음부터 새로운 농사를 준비해야합니다. 학교급식 외로 생협과 농산물을 거래하고 있기는 하지만, 소비량이 매우 적습니다. 친환경 농산물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서, 호텔이나 관공서에 친환경 지역농산물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정책이 마련되어야할 것입니다."

-오늘 <느리게 사는 즐거움>과 농사에 대해 좋은 말씀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 앞으로도 농민들에 관해 좋은 기사 많이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 대해

'"속도를 늦추고 좀 더 여유를 갖고 확실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가?"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고 그 답을 목록으로 작성해보세요. 당신이 작성한 답은 개인적 성장을 위해서, 더 강한 자부심을 위해서,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서, 건강을 돌보기 위해서, 가족생활을 더 잘하기 위해서, 하는 식으로 자신의 이점과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또 다른 이점은 인생에 대한 설렘, 모험, 더 큰 만족과 행복을 얻게 되고 결국 더 높은 질의 인생을 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일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경제적 성장의 필요성에 대한 문화적 영향과 대중의 의견에 흔들리지 마세요. 이러한 믿음 때문에 자원 고갈현상이 나타나고, 오염이 심각해지며,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성장을 위한 성장은 암세포와 그 원리가 같습니다.' -본문 19-20쪽 일부 

저자 어니 J. 젤린스키(Ernie Zelinski)는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의 공학박사와 MBA 학위를 갖고 있다. 노후, 은퇴, 여가, 직업생활 등에서 현대인들의 창조적 삶을 위한 다양한 방법과 인생 설계에 관한 컨설팅 및 강의를 하는 전업 작가다.

저자는 하루 서너 시간만 일하면서 여가와 일의 창조적이고 계획적인 설계아래 안생을 풍요롭게 사는 다양한 방법과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다.

국내판은 2000년 '물푸레'에서 문신원의 번역으로 출판했는데, 2008년에 다시 '새론북스'에서 서수현 변역판을 출판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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