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대몰락의 상징 ‘당쥔’

당쥔(唐骏)이라는 사내가 있었다. 1980년대 해외유학을 하여 90년대 IT열풍과 자본시장이라는 현대기업경영흐름을 타고 중국의 샐러리맨의 황제라며 떠받들어졌던 이가 하루아침에 사기꾼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다름아닌 그의 박사학위가 가짜라는 루머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간단하게 그를 소개하면,

▲ 당쥔(唐骏)
1962년 중국절강성상주(常州)출생,
1984년 북경우전학원 응용물리학사졸업
1985년 일본나고야대학교 유학 
1990년 PacificWestern university 컴퓨터공학 박사학위 취득
1994년 MicroSoft 입사
2002년 MS 중국지역 총재
2004년 盛大集团 CEO
2008년 新华都集团 CEO, 청도맥주 이사 등.

◆ 사건의 전개 = 지난 7월 1일 方舟子라는 필명의 과학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캘리포니아공대(California Institute of Tchnology) 졸업생명단에 당쥔이 없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이에 당쥔이 자신은 캘리포니아 공대가 아닌 Pacific Western University 박사학위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바로 PacificWestern university가 소위 학위거래로 유명한 비인증대학이라는 점을 폭로하면서 우리들의 영웅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낯익은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 명성, 권위, 재력을 쌓아가던 이들, 성공신화로 신격화되던 이들의 몰락, 다소 경우는 다르지만 황우석 박사가 그랬고, 신정아씨가 그랬다. 불과 보름 전만해도 그는 중국내 최고의 샐러리맨으로 2004년 盛大集团입사 후 NASDAQ상장에 성공하면서 스톡옵션으로만 4억위엔의 수입을 얻었고 2008년 新华都集团로 자리를 옮기면서 수입은 10억위엔으로 껑충 뛰었다고 한다.

◆ 한 시대의 몰락 = 당쥔의 학력관련 구설수는 이미 한 개인의 몰락이 아닌 한 시대의 몰락으로 중국인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의 이력에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첫 해외유학파, 세계최고의 기업 MS에서의 이력, 미국시민권, 그리고 국내에 금의환향하여 국내IT회사의 NASTAQ 상장 성공, 그야말로 중국경제의 성공히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이 시대 중국청년의 영웅이기에 부족함이 없었

다.

서구물질문명을 동경하며 앞만 보고 달리던 세대에게 해외유학, 기업성공 히스토리, 게다가 박사학위, 더 이상 무슨 입문제의(入門祭儀)와 검증이 필요한가. 설령 그것이 거짓일지라도 숭배의 열광에 묻혀 졌다. 하지만 이제 성공만이 아니라 그것이 사실인지, 그리고 정당한 것인지가 가치판단의 척도로 새로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7월 1일 이후 蒙牛(중국최대 낙농유업기업)를 비롯한 상장기업의 등기이사들의 학력사항이 수정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새로운 가치관이 중국사회에 서서히 받아들여지기 시작된 것이다.

◆ 개인의 도덕적 책임 & 법적 책임 = 영웅에 대한 마지막 미련인지, 아니면 시대적 공범의식 때문인지 아직도 변호론과 그에 대한 책임론으로 인터넷은 뜨겁다. 도덕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까지 들고 나서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침권책임법>이 시행된 7월 1일이 당쥔사건의 시작일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딱히 그의 행동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거나 적용할 법규는 없다. 즉 비도덕적이나 위법은 아니다. 굳이 적용하자면 아마도 盛大集团이 NASTAQ 상장시 공시한 공모청약서에 기재된 그의 약력이 허위사실이므로 미국증권감독기구의 재제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가 이 사실을 가지고 중국국내에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위법행위를 한 적은 없다. 공중에게 그렇게 알려졌고 받들어진 것뿐이다. 또한 그의 학력은 위조되었더라도 경력은 위조되지 않았다. 이 사실만으로 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길은 없을 듯 하다. 한국에서도 학력위조의 혐의만으로 처벌된 사례는 없다. 결국 남는 것은 개인의 도덕과 사회의 신용도와 가치관이라는 문제이다.

▲ 고현승 박사
그의 말처럼 그는 한번도 캘리포니아 공대 공학박사라고 한 적도 없고 이를 이용하여 적극적인 이익을 챙긴 적도 없다. 심지어 학력위조의 내용조차 확실하게 결론이 난 것도 아니다. 그가 성공가도를 달리는 동안 언론, 경제계인사, 네티즌 모두 그에 무한한 신뢰와 존경심을 보냈고 이 시대 샐러리맨의 황제를 떠받들며 어느 누구도 그의 과거를 문제삼지도 삼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누군가가 그의 이력에 의구심을 보냈고 이번에는 중국사회에서 공명(共鳴)했다. /고현승 법학박사(대광경영자문차이나 범무팀장) <제주의소리>

<제주의 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