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는 APEC 탈락 정치적 배려”…'지역주의' 발동

부산의 대표적 일간지인 부산일보가 수도권 공공기관유치와 관련해 중앙정부의 ‘부산 홀대론’을 제기하면서 제주도가 추진하는 특별자치도를 걸고 넘어져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해 4월 부산과 제주가 APEC 개최지 선정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당시 제주도를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기사와 사설로 지역감정을 부추겼던 부산일보는 이번 공공기관유치에서 부산시가 희망하는 한전유치가 힘들 것으로 예상되자 제주특별자치도가 APEC 탈락에 따른 ‘정치적 배려’라고 매도하고 나서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식조차 잃은 보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일보는 19일자로 3면 “뒤로 가는 균형발전시책 부산만 ‘오리알 신세’”제하의 기사를 통해 부산이 APEC을 유치했다는 이유로 균형발전시책에서 번번이 배제되는 반면, APEC에서 탈락한 제주는 ‘정치적 배려’에 의해 특별자치도와 도 전역면세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고 억지 주장을 부리고 나섰다. 

▲ 부산시 한전 유치가 어려워 지자 제주특별자치도를 걸고넘어진 부산일보.
부산일보 “APEC 탈락 후 정치적 배려에 의해 제주특별자치도 추진”

부산일보는 “정부와 여당․청와대가 최근 한국전력의 지방 이전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유치와 연계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키로 하는 한편 18일 공공기관이전 대상지역 발표 시점을 당초 이달 말에서 6월로 연기키로 하는 등 파행을 보이는 가운데 '한전의 부산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밝힌 후 “더욱이 정부와 청와대는 '국제자유도시' 및 '특별자치도'를 추진 중인 제주지역에 대해 전역을 '면세지역화'하는 한편 법인세를 홍콩과 싱가포르 수준으로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며, 강원지역에 관광공사를 이전하는 방안을 유력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광도시 부산'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일보는 이어 “특히 제주시의 경우 지난해 APEC 유치 경쟁에서 부산시에 탈락한 도시로, 지금까지 정치권에서는 "제주지역에 APEC 유치 무산에 따른 반발 무마용 '선물'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는 점에서 특별자치도나 면세 확대 방안은 다분히 '정치적 배려'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라고 보도했다.

부산일보는 공공기관 이전의 최대 수혜기관인 ‘한전’이 부산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점쳐지자 엉뚱하게도 갑자기 제주특별자치도를 걸고넘어지는 ‘물귀신 작전’으로 지역감정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자치도는 APEC 이전부터 추진…팩트조차 못 갖춘 ‘물귀신 보도’

‘인구 1000만인 부산은 한전도 유치 못하는 데 인구 50만밖에 안되는 제주는 특별자치도로 만들고 거기에다 도 전역을 면세지역화하고 법인세까지 인하해 주려 하느냐’는 불만 섞인 뉘앙스가 짙게 깔려 있는 보도로 부산이 현 정부에 의해 ‘역차별’ 당하고 있음을 부각시키려 하고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산일보는 특별자치도의 정치적 해석이 옳고 그름을 떠나 언론으로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팩트(fact․사실)’조차 확인치 않았다는 점에서 보도배경을 의심케 하고 있다.

제주도 특별자치도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 2003년 2월12일  전국순회 제주토론회에서 “제주도를 분권의 시범도, 지방자치의 시범도로 구상했으면 한다”고 말한 이후 그해 10월 31일 제주평화포럼에 참석해 “제주도를 특별자치도로 지원했으면 한다”고 밝힘으로써 시작된 것으로 2004년 4월 26일 개최도시가 결정된 APEC 정상회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부산일보는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시가 아무리 한전유치에 다급했다 하더라도 2003년부터 시작된 제주특별자치도를 다음 해에 결정된 APEC과 결부시켜 ‘정치적 배려’ 운운하는 것은 분노와 함께 도민들을 어이없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부산일보는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에다 특별자치도를 추진하고, 강원지역에는 관광공사를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어 ‘관광도시 부산’의 위상을 흔들리게 하고 있다고 밝혀 도민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제주가 부산에 견주에 항만도시라고 할 수 없듯이 한국의 대표적 관광도시인 제주를 제치고 부산이 ‘관광도시’라고 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너무나도 어색한 억지주장인 것이다.

부산일보 “정권 실세 등이 막후 로비 APEC 부산유캇 스스로 시인

특히 부산일보는 APEC 부산 유치가 정치적 결정에 의해 결정됐음을 스스로 밝힌 바 있음에도 특별자치도에 대해 정치적 배려를 제기한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마저 받고 있다.

부산일보는 APEC 부산유치가 결정된 직후인 2004년 4월 27일 ‘APEC 유치 인적 네트워크 막후 로비가 결정적 역할’이란 기사를 통해 APEC 유치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 내용을 이렇게 다뤘다.

'APEC 유치 인적 네트워크'는 APEC 유치를 위해 부산지역 15명과 서울지역 9명 등 모두 24명의 인사들로 결성된 '비밀모임'이다. 이들은 APEC 개최도시를 결정하는 선정위원 19명의 지인이거나 이른바 정권 실세 또는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로 선정위원들을 상대로 로비활동 임무를 맡았다.

실제 이들은 당초의 결정일이던 지난 20일을 하루 앞두고 제주 유치 가능성을 부산시에 긴급히 알려 결정일을 연기하는 데 공을 세우는가 하면 26일 오전 9시부터 선정위원들을 상대로 일제히 전화를 걸어 부산 유치의 당위성을 재확인시키는 등 이번 APEC 유치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게 부산시측의 설명이다.

자신들이 스스로 선정위원 지인과 정권실체, 전직 고위관료를 내세워 ‘로비’활동을 하는 등 정치적 결정을 이끌어 냈음을 밝힌 부산일보가 정치적 타협에 의해 탈락된 제주에 대해 오히려 ‘정치적 배려’를 제기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양식마저 저버린 행위라는 지적에서 자유스럽지 못할 상황이다.

“아무리 다급해도 언론정도 못 걸으면 언론계 ‘오리알’ 신세 면치 못할 것”

또 부산일보는 제주와 부산이 APEC 유치를 놓고 한창 경쟁을 벌이던 당시 사설을 통해 ‘제주도가 부적합에 가까운 판정을 받았다’고 근거 없이 제주를 매도했는가 하면 “1천만명인 울산과 경남북, 동남경제권의 중추도시인 부산을 내팽개치고 50만인구의 제주를 선택하는 것은 국익을 도외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제주와 부산간 지역갈등을 노골적으로 부채질 했다.

이날 부산일보를 본 제주지역 기자들은 “부산이 아무리 급했다고 하더라도 타 시도를 헐뜯으면서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보도는 지역이기주의를 넘어 언론의 자유를 사칭한 마타도어”라면서 “지역언론이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부산이 국제적 물류거점으로 발전해 나가려는 전략이 있듯이 자치와 분권이 보장되는 국제자유도시로 나가려는 제주를 생채기하는 것은 언론으로서의 정도를 잃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자는 “부산일보도 정말 딱하다. 이왕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려면 서울이나 수도권을 겨냥해야지 인구 50만의 제주도를 상대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하면 과연 부산시민들은 믿겠느냐”며 “부산일보가 지방언론의 맏형을 자처한다면 그에 걸 맞는 역할을 해야지 이처럼 옹졸한 기사를 쓴다면 그들의 기사 제목처럼 언론계에서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따끔히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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