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혁 교육감 '퇴임에 부쳐 드리는 말씀'

김태혁 교육감이 퇴임일인 10일 도민과 교육가족에게 한말씀 했다.

아무런 일이 없었다면 재임 8년을 위로받는 퇴임식 마당에서 했을 말이다. 그러나 인사비리 의혹 등으로 사실상 '불명예 퇴임'하는 것이어선지 여느 퇴임사와는 느낌부터 달랐다. 한탄과 자책이 배어있다.

그 흔한 퇴임식도 못하고 객지(대전) 병실에서 퇴임을 맞이하는 그로서는 씁쓸함을 감출수 없었을 것이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그리고 교육가족 여러분. 공직자로서, 교육자로서의 교육감직을 벗어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 돌아가면서 외람되나마 퇴임사를 대신하여 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께 소회의 한 말씀을 올리고 떠나고자 합니다"

A4 용지 2장 분량의 '퇴임에 부쳐 드리는 말씀'은 이렇게 시작된다.

김 교육감은 이어 "임기말에 생긴 인사비리 의혹으로 고위 간부가 구속되는등 도민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고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 것은 어디까지나 제 부덕의 소치로 그 도덕적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앞으로도 회한의 날 속에 여생을 보내야 할 것 같다"며 인사비리 의혹 등 일련의 사태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는 "이런 일들과 저로 인해 아픔을 겪었던 교직원들에게 속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의 교직원들에겐 그지없이 미안한 마음"이라고 재차 교육가족에게 과오를 사과했다.

그러나 김 교육감은 재임 8년의 업적도 빼놓지 않았다.

"20세기 마지막 4년과 21세기 첫 4년을 재임하면서 제주교육을 전국 최초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선진국형으로 바꾸기 위해 노심초사했던 기억들이 언뜻언뜻 스쳐 지나간다"고 8년을 되돌아본 그는 다소 장황하게 공적을 거론했다.

특수목적고 개설과 농어촌현대화 시범학교 추진, 학교 신설, 교육활동의 질 향상, 교원자율연수센터 건립 등을 열거했다. 또 제주외국어학습센터, 교육인터넷방송국, ICT교육문화센터 등을 설립해 지식정보사회에 부응했다고도 자평했다.

교실 환경 개선과 다목적 강당 건립 등 그가 열거한 공적의 대부분의 시설 위주였다.

그러나 그는 "현장교육의 이상을 추구하며 제주교육의 내일을 생각하는 사이에 측근 인사가 횡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서는 제 자신의 부덕과 도덕적 책임으로 고개를 들수 없었다"고 다시 '자책'으로 돌아간뒤 "그물을 잘 짜려면 그물코의 굵은 줄을 잘 얽고 코의 간격을 잘 유지해 흐트러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서경>의 말씀이 되살아나, 되돌아가 고칠 수 없음이 참으로 한탄스럽다"고 비통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교육계의 조속한 안정에 대한 희망도 피력했다.

김 교육감은 "오늘의 이 어려움을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고 나아가 제주교육이 거듭날 수 있도록 갈등과 반목, 무고를 동료에 대한 사랑으로 바꿔 교육과 도민사회의 안정을 되찾아 주길 빈다"며 "저의 과오에 대해서는 책임을 마다하지 않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초부터 이날까지 병가를 연장하면서 출근하지 못한 것은 제 건강이 정신적 충격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임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다"며 그동안 정신적 충격이 컸음을 내비쳤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퇴 건의를 받기도 했지만 이날까지 오게 된 것은 나름대로 교육의 본질과 진실, 교육 조직을 지키는 것이 개인에 우선한다는 신념 때문이었음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교육적 신념 때문에 사퇴요구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 김태혁 교육감의 '퇴임에 부쳐 드리는 말씀' 전문 -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그리고 교육가족 여러분.

공직자로서, 교육자로서의 교육감직을 벗어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 돌아가면서 외람되나마 퇴임사를 대신하여 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께 소회의 한 말씀을 올리고 떠나고자 합니다.

임기 말에 생긴 인사비리 의혹으로 고위간부가 자진하고 구속되는 등 도민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고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 것은 어디까지나 제 부덕의 소치로 그 도덕적 책임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회한의 날 속에 여생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이러한 일들로 저로 인하여 아픔을 겪었던 교직원들에게 속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의 교직원들에겐 그지없이 미안한 마음입니다.

교육가족과 도민 제위께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드려서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8년은 보람과 뉘우침으로 점철된 시간이었습니다.

20세기 마지막 4년과 21세기의 첫 4년을 재임하면서 제주교육을 전국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선진국형으로 바꾸기 위해 노심초사했던 기억들이 언뜻언뜻 스쳐 지나갑니다.

일하는 동안 제주과학고등학교와 제주외국어고등학교 두 특수목적 고교를 개교 할 수 있었고, 농어촌 현대화 시범학교 추진, 신설 학교 건립, 교육활동의 질 향상과 교원의 자기 연찬을 위해 교원자율연수센터를 설립하였습니다.

제주외국어학습센터와 제주교육인터넷방송국, ICT교육문화센터 등을 설립하여 지식정보사회에 부응하고 제주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육을 전개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교육청 3대 사랑 운동을 펼쳤고, 제학년 제학력 갖추기로 기초·기본 학력의 배양 등 학력 향상을 위해서도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교원과 학생이 편하게 교수·학습에 임할 수 있도록 교실의 교육활동 여건 개선사업을 꾸준히 전개하였고, 주민과 학생들이 건강·문화 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다목적강당 건립도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성공이라면 그것은 오직 교육가족 여러분의 협조와 열심히 일해준 직원들의 노고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사는 교육·신나는 학교'의 교육지표를 구현하고자 인성교육, 창의성교육, 환경·관광교육, 열린 학교 경영 등의 역점시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일신을 돌보지 않고 밤늦도록 일해 준 직원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현장교육의 이상을 추구하며 제주교육의 내일을 생각하는 사이에 측근인사가 횡행하였다는 비판에 직면해서는 제 자신의 부덕과 도덕적 지휘 책임으로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그물을 잘 짜려면 그물코의 굵은 줄을 잘 얽고 코의 간격을 잘 유지하여 흐트러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서경'의 말씀이 되살아나 되돌아가 고칠 수 없음이 참으로 한탄스럽습니다.

교육행정을 해오는 동안 저로 인하여 마음을 다친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이제 섭섭한 마음을 거두시고 새로운 희망으로 앞날을 개척해 나가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오늘의 이 어려움을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고 나아가 제주교육이 오늘과 미래사회에서 거듭 날 수 있도록 갈등과 반목, 무고를 동료에 대한 사랑으로 바꾸어 교육과 도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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