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에서 철수…와신상담 중국

1995년 북경에 첫 매장을 선보인 이래 까르푸는 세계최대 대형할인매장업체 월마트를 제치고 중국에서만큼은 최고의 외국업체로 군림했다. 중국에서의 성공은 월마트와는 다른 기업문화와 관리제도에 기원했다는 평가다.

월마트가 중국진출에서 어려움을 겪은 배경에는 중앙집권적 기업문화와 관리시스템으로 중간관리자들이 재량권발휘 공간이 협소하고 경직된 조직/경영문화는 중국인들의 비지니스문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반면, 막 중국에 진입할 당시 까르푸의 기업문화는 과감하게 권한을 중간관리자에 부여하여 중요 정책 외에는 실무자와 관리자가 동의하면 바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하부분산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구축했다. 또한 의사결정단계의 간소화를 위하여 중간관리층의 정/부(正/副)제도를 없애고 각 매장점장의 권한을 강화시켰다.

1997년 상해화동지구 책임자의 과감한 상해우닝점 투자결정으로 1999년 매출 4.7억위엔으로 매장단위당 매출액 12만위엔/1㎡(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4만위엔/㎡이면 영업매출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한다)를 기록했다. 각 지역책임자들의 권한강화로 지역에 맞는 영업전략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다. 예를 들어 상해 최초의 매장인 취양루 까루프는 전형적인 소시민 거주단지에 입주하여 상해소시민에 맞는 저가전략이 필요한 반면 상해 대표적인 외국인밀집단지인 구베이 까르푸는 외국의 소비수요에 맞는 고급외국상품판매가 필요하다. 이러한 지역적 특색에 맞춰 각 점장들이 상품구매를 결정하고 가격결정까지 할 수 있었다. 취양점 부근에 1997년 신세계 이마트가 입점했다. 이에 취양점 점장은 바로 동일상품에 대해 기타 경쟁업체보다 5% 인하하는 초저가전략으로 경쟁사에 대응했다.

반면, 권한의 분산과 중간관리자들의 권한강화는 구매과정에서 부패현상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2004년 중국 소매유통시장이 개방되자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매년 20여개 매장이 추가되었다. 상품공급자들과 구매담당자간 블랙커넥션으로 잡음이 생겨나고 점포수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관리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중국시장 개척기의 양적 성장에서 고효율을 추구하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을 추구하고자 2006년 중국까르푸에 CCU(물류구매센터)를 설립하여 전국적인 통일구매전략과 판매전략을 수립하여 통제하기 시작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매점당 상품구매를 100개 점포에서 동시에 진행하면 구매단가가 다운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시장의 복잡다양함에 있었다. 평균이라는 개념이 무색한 중국지역간 소득격차, 소비패턴의 다양함, 공급업체와 구매자간의 커넥션, 기타 경쟁업체의 등장 등은 결코 까르푸의 경영전략의 변화를 쉽게 허할 정도로 녹녹지 않았다.

결국 CCU와 현장매장을 연결하는 관리자를 두게 되었다. 상품별 혹은 서비스별로 각 매장의 특성에 따라 리딩점장(리딩점장, 원문에서는 ‘领航店长’으로 표현)을 두어 이들이 각 지역 매장의 구매를 책임지고 CCU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상해 까르푸 중 구베이까르푸의 과일판매량이 제일 많다면 구베이까르푸의 점장이 과일구매에 관하여 기타 매장과 CCU간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결정이 내려지면, 모든 매장은 이 결정에 따르도록 했다. 매장특성에 맞는 구매결정과 중앙관리, 부패해소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궁여지책이었다.

까르푸가 화동지역를 중심으로 고군분투하는 동안 주요 경쟁사인 월마트는 내륙지역으로 진출하여 최근 好又多라는 대만계 유통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공격경영에 나섰다. 2009년 말 드디어 전국 점포수에서 175개 매장수으로 156개 매장의 까르푸를 누르고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이에 뒤질세라 까르푸도 전국을 5대 권역을 나누고 전국경영에 나서고 있으나 고소득/현대적 소비패턴을 기반으로 한 화동지역에 비해 저소득/저소비에 이미 지역 로컬업체들이 독점을 하고 있는 지역상권을 뚫기는 쉽지 않았다. 세계적인 기업으로써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지역업체와의 합자를 통해 그것도 경영권까지 현지업체에 넘기면서 어렵사리 한발 한발 영토를 넓히고 있다.

▲ 고현승 박사
소매유통처럼 지역별 다양성과 문화특성을 직접 대변하는 시장은 없는 듯 하다. 2004년 유통시장 개방이래 수많은 외국기업들이 중국소비시장을 두들이고 있으나 까르푸처럼 이미 10여년전부터 기반을 닦아온 기업도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각 권역별 심지어 한 도시 안에서도 소득/소비 패턴과 수준의 차별화는 유통기업들의 어려움을 배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과 한국시장에서도 벌어졌고 까르푸는 과감하게 철수(2005년 일본이온그룹에 지분매각 후 철수, 2006년 한국이랜드그룹에 지분매각 후 철수)하였으나 세계최대 잠재유통시장인 중국만큼은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와신상담하고 있다.

* 본 글은 CBNweekly 118기 <家乐福尴尬>기사내용을 발췌정리한 글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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