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기관에서 민간기구 후퇴이어 외통부 예산마저 ‘난색’

정부차원의 제주 세계평화의 섬 사업을 총 지휘할 가칭 제주평화연구원 설립이 관련부처의 의지부족으로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으로 출발했던 평화연구원이 민간기관으로 후퇴한데 이어 이제는 재단설립 출연금 출연마저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평화의 섬 사업이 일부의 지적처럼 말만 거창한 채 실속은 없는 ‘선언적’ 평화의 섬에 그칠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내년도 국제자유도시 투자계획을 심의하기 위해 정부12개 부처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20일 오후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제자유도시 실무위원회는 제주도가 요청한 ‘동북아 평화연구원’ 설립에 필요한 정부 출연금 50억원 반영을 유보했다.

제주도는 이보다 앞선 지난 16일 열린 국제자유도시지원협의회에서 정부출연금이 내년도 자유도시 투자계획에서 누락되자 이날 차관급 회의인 실무위원회에 재상정했으나 이날 회의에서도 역시 반영여부가 유보됐다.

이 사업을 주관할 외교통상부가 내년도 자신들이 신규사업에 투자할 총 예산이 41억원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주평화연구원에 50억원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표명한 게 가장 큰 이유이다.

자유도시실무위원장인 조영택 국무조정실장은 외교통상부와 동북아시대위, 제주도가 재협의를 거친 후 5월말 열린 예정인 국제자유도시추진위원회(위원장 이해찬 국무총리)에서 반영여부를 결정짓기로 했으나 외교통상부의 입장이 선회되거나 정부차원에서 외교통상부의 신규예산을 늘려주지 않는 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앞서 평화연구원은 국책연구기관에서 민간연구기관으로 그 수준이 한 단계 떨어진 바 있다.

동북아시대위와 외교통상부, 제주도는 당초 평화연구원은 외교통상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으로 설립할 예정이었으나 기획예산처가 신규 국책연구기관 설립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외교통상부가 150억원, 제주도가 50억원 등 총 200억원을 출연해 재단법인 형식의 민간연구기관으로 설립하는 것으로 한 발 후퇴했다.

제주도는 이에 대해 “평화연구원을 국책연구기관으로 할 경우 정부정책에서 자유롭지 못해 객관성 확보에 한계가 있고, 기존 외교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이 제주에 이전할 경우 평화 사업 전담이 곤란하다는 판단에 따라 민간연구기관으로 별도의 재단법인을 설립키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지정한 세계평화의 섬 사업을 총괄한 평화연구원을 정부정책에서 자유롭지 못하거나 객관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민간기관으로 변경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민간기구라고 해서 재단설립예산 200억중 외교통상부가 150억원을 출연하는 상황에서 연구의 ‘객관성’ 문제는 궁색한 변명으로 실제 향후 운영비 부담을 제주도에 지우려는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다.

또 정부는 평화와 관련한 국책연구기관이 제주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으나 외교통상부 산아 외교안보연구원은 이미 수도권 잔류기관으로 결정돼 이 역시 핑계거리에 불과한 실정이다.

제주평화연구원은 제주평화포럼 등 평화실천사업을 총괄 추진하고, 올 하반기 완공예정인 제주국제평화센터를 운영관리하면서 평화지수를 개발하고, 동북아 평화연구 출판 및 연구활동, 국제학술, 문화교류, 남북교류 활동 등을 전개하는 정부를 대신해 평화의 섬 역할을 총괄하는 기구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이 처럼 중대한 제주평화연구원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민간기관으로 전락한데 이어 재단설립 출연금마저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결국 정부가 지정한 ‘세계평화의 섬’ 역시 제주도가 혼자 해결해 나가야 할 ‘장밋빛 환상’으로 머무른 게 아니냐는 의문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