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칼럼] 남원 큰엉에서 열린 작은예술제
모신문 2005년5월3일자 기명칼럼에서 필자는 “토요일 밤 서울은 살만 했다”라고 환호했다. 그것은 토요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치러진 조용필콘서트가 무료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묘사했다. “가난한 젊은 연인들은 서로 편히 기댄 채 풍성한 봄밤의 흥취에 빠져들었다.... 5만 시민 모두가 행복했다. 사람들은 한 스타의 무상공연이 얼마나 큰 위안일 수 있는지 실감했다.” 그의 주장의 요체는 바로 그것이었다. '대가의 무상공연을 즐길 수 있는 서울은 살만한 곳이다'
다른 점은 무대에 오른 이들이 대가가 아니라 대부분 동네 아이들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다른 동네-서울 서귀포시 제주시-에서 우정출연하기 위해 귀빈들도 있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이번 예술제를 지역주민들, 지역업체들이 후원했다는 점이다. (뜻밖에도 이런 경우에는 으레 있음직한 자치단체의 협찬은 없었다.) 화려하지도 않았고 세련되기도 덜했지만 가족단위로 삼삼오오 모여든 동네사람들은 뜻하지 않은 소박한 횡재를 즐기는 듯했고 그래서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사회자의 다짐을 박수로 맞이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풍성한 추억들이 필요하다. 그것은 훗날을 위한 씨앗이자 자양분이 된다. 그런 경험은 훗날 요원의 불길처럼 펴져나갈 수도 있는 불씨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제주도의 숱한 축제들이 빈축을 사는 것은 그 절대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차별화된 내용들이 거의 없다는 데서 온다. 상당수의 지역축제들이 다만 1회용 소모품으로 끝나고 말아 다음해에는 다시 원점에서 되풀이되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지역축제로부터 소외되기 때문이다. 지역축제들이 규모가 아무리 크고 예산지원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진정한 ‘축제의 진화’는 자그마하나 알찬 마을축제로부터 시작된다.
지난 토요일 남원 큰엉에서 열린 자그만 예술제가 나날이 진화하는 지역축제의 모범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이어도정보문화센터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