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부 “평화연구원 예산없다”…해군 “화순항 재검토 약속 모른다”

제주도를 동북아 ‘평화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세계 평화의 섬 구상이 시행 첫해부터 비틀거리고 있다.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당초부터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했는지, 아니면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관련부처에서 약발이 안 먹히는 것인지 평화의 섬 사업이 시작초반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월 27일 ‘세계 평화의 섬’ 지정 선언문 서명식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정부는 앞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기지, 평화의 기점이 되도록 정부차원에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겠다”면서 “국제평화센터라든지, 동북아평화연구소, 4·3 평화공원 그리고 제주평화포럼 등 많은 사업들이 꼭 성공하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제주 평화의 섬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 동북아시아의 평화, 세계 평화를 착착 이뤄나가고 그 과정에서 우리 한국과 한국국민이 평화를 앞장서서 선도해가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다며 제주도민들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 노 대통령 "평화의 섬 사업 최선다해 지원하겠다"…외통부 "예산이 없다" 외면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이 같은 약속이 1년도 안된 상황에서 제주평화포럼과 평화연구원 설립은 관계부터의 무관심 속에 ‘예산 난’으로 휘청거리고 있으며, 해군은 화순항 해군기지와 관련해 “대통령의 재검토 약속이 있었는지 아는 바 없다”며 잘라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평화연구소(동북아평화연구소)는 정부차원에서 추진하게 될 제주 세계평화의 섬 사업을 총괄 지휘할 사실상의 지휘부로 앞으로 격년제로 열리는 제주평화포럼을 주관하고 올해말 준공될 제주국제평화센터로 평화연구소가 통합 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지휘부가 기획예산처의 문제제기로 국책연구기관에서 민간연구기관으로 그 위상이 크게 떨어진데 이어 이번에는 평화의 섬 사업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마저 예산이 없다며 민간재단 정부출연금 50억원 출연을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정부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으며,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도 지난 4월 15일 제주경제개발연구소 주최 조찬 경제강좌에서 “미국 하와이의 동서연구소에 육박하는 상당한 규모의 평화군축연구원을 만드는 계획에 대해 이미 대통령의 재가를 끝낸 놓은 상태”라고 말한 바 있으나 외교통상부는 이 같은 대통령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다는 듯 ‘예산타령’으로 일관하고 있다.

내달 9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3회 제주평화포럼도 정부관계자들은 시간만 나면 “국가포럼으로 격상 시키겠다”고 말해 왔으나 이번 평화포럼에 들어가는 8억3000만원 중 정부예산은 2억원뿐으로 나머지 6억3000만원은 제주도 지방비 3억원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설립한 동아시아재단으로부터 충당하는 상황이다.

# 대통령 "주민 반대하면 화순항 재검토하겠다"…해군 "재검토 아는 바 없다" 일축

해군은 화순항 해군기지와 관련해 아예 한술 더 뜨고 있다.

화순항 해군기지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당시 제주시 동문로터리 유세에서 “주민들이 화순항 군항개발을 반대할 경우 백지화해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으며, 서귀포시 유세에서는 당초 예정에 없던 화순항 해군기지 반대 안덕면대책위와 도 대책위측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민들이 반대하면 화순항  군사기지 건설은 백지화 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해군은 군 통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재검토 약속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고 일축하는 형편이다.

해군은 지난 18일 제주도청에서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화순항 해군기지 재검토는 노무현 대통령의 약속이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어떻게 재검토를 시켰는지 저는 아는 바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을 외면했다.

해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통령이 언제 그렇게 재검토하기로 했느냐. 언제 재검토를 지시했는지 묻고 싶다”고 되물어 주위를 어리둥절케 했다.

국정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제주도민, 국민에게 약속한 내용이 관련부처와 군에 의해 하나 둘 씩 흔들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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