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결정과 자연치유의 제도화

 지난 7월 29일 헌법재판소는 비의료인의 침·뜸 시술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의료법 조항에 대하여 합헌이라는 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9명의 재판관 중에서 합헌의견은 4명, 위헌의견은 5명으로 위헌의견이 더 많았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위헌의견을 내야 하는데 1명이 부족하여 합헌결정을 한 것이다.

  이번 사건 말고도 위 의료법 조항의 위헌여부가 문제가 된 적이 5번이나 있었는데 헌법재판소는 그 때마다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합헌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이번 합헌결정에서는 전원일치가 아닌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4명만이 합헌의견을 냈고, 그 중 1명은 별도의 제도 필요성을 지적했다. 앞선 5번의 합헌결정과는 내용 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대체의료행위에 대한 인식변화와 더불어 국민의 의료행위에 관한 선택권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언론은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실질적으로 위헌결정이나 다름없다고 하며 앞으로 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보건복지부도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과 관련하여 침·뜸 등을 시술하는 비의료인의 제도권 진입 방안에 대한 검토 가능성을 내비췄다.

  제주의 신성장 동력 키워드는 자연과 건강이다.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풍요롭게 하는 원천은 제주의 가장 큰 강점인 자연과 건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욕구를 잘 결합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제주를 자연치유의 섬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현황을 둘러보면 그렇게 하기에는 제도적·물리적 기반이 매우 부족하다. 특히 침·뜸 등 자연치유 의료행위를 한의사에게만 독점시키는 불합리한 의료법 규정이 제일 큰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제주는 결코 자연치유의 섬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따라서 특별자치도법을 개정하여 한의사가 아닌 자라도 일정한 요건 하에 침·뜸 등 자연치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에 대한 특례규정을 두는 형태로 자연치유의 제도화를 이루어 낼 필요가 절실하다.

  제주자연치유시민모임 등 제주지역 내 43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런 필요성에 공감하여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특별자치도법 개정을 통한 자연치유의 제도화를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다수의 도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제주도한의사회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지지부진해 버렸다.

  필자는 당시 제주도한의사회의 반발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했다. 제주도한의사회가 언젠가는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기득권에 집착하여 제주의 유력한 미래 비전을 가렸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고 위 의료법 조항이 다시 문제가 될 때는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 아니 그 전에 위 의료법 조항이 개정되어 한의사가 아닌 자도 침·뜸을 합법적으로 시술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제주는 대체의학의 선점을 통한 자연치유의 섬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리게 된다. 그 때 제주도한의사회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 신용인 변호사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계기로 하여 지역사회 내에서 자연치유의 제도화를 위한 공론화가 활발하게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 때에는 제주도한의사회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초월하여 제주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제주가 자연치유의 제도화를 통해 대체의학 분야를 선점함으로써 자연치유의 섬으로 힘차게 나아가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신용인 변호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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