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제주에는 이곳을 포함하여 세계자연유산이 모두 3곳이  있다.  성산일출봉과 한라산국립공원이 세계자연유산이다.  간간이 거문오름에 가곤 한는데  이번엔 국제트레킹대회가 있어 몇달만에 거문오름으로 발길을 잡아 보았다.  

거문오름에서 국제트레킹대회가  2010년 7월 10일부터 8월 8일까지 한달동안 열리는데   2008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제 3회째를 맞고 있다.  트레킹코스는  태극길과 능선길, 용암길 3개의  코스를 마련하여 개방하고 있다.  거문오름 국제 트레킹 대회의 운영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이다.  탐방안내소에서 탐방수칙을  안내받아야 하며  대회 기간에는 사전 예약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탐방안내소에서 반드시 출입증을 받아야 하며  탐방객은 거문오름의 자연생태를 보존하기 위해 어떠한 식생물도 훼손을 하여서는 안된다.

▲ 탐방안내소 ⓒ김홍구

▲ 출발전 안내 ⓒ김홍구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은  이제 누구에게나 많이 알려져 있다.   다녀 온 사람들도 많고 자연유산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탐방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와는 달리 아직도 자연과 함께 사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까움을 준다.  자연유산이 잘 보존되느냐는 각자 개인의 의식에 달려 있다.  관리하는 주체나 탐방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필요한 사실이다.

▲ 해설사의 설명 및 안내 ⓒ김홍구

우선 탐방객을 보면 대부분이 단체로 온다.  숲에서 큰소리로 떠드는 경우가 많다.   자연에 왜 오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자연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이다. 새소리를 듣고 자연의 바람을 느끼고 생명의 신비와 자연의 조화로움을  알아야 하는데  떠드는 순간 그 모든 것은 사라지고 만다.   어느 누가 자신의 집에서 떠들면 좋겠는가.  그곳에서 생활하는 생명은  돌에도 있고 나무에도 있고 그 모든 것에 다 있다.   아름답고 눈부신 숲의 전령을 만나야 하는데  도심에서 들을 수 있는 시끄러운 소음이 들린다.  제발 조용히 탐방하였으면 좋겠다. 

▲ 거문오름 ⓒ김홍구

자연은 그곳에 있는 잡초마저 아름다운 곳이다.   그곳에 있는 돌에서도,  습한 땅에서도, 아무리 살기 힘든  곳에서도 그들은  서로 붙들어 주고, 기대주고, 올려주고, 받쳐주며  함께 잘 살고 있다.  그러한 그들을 우리는 단지 조용히 바라보며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도 아름다운 자연을 위해 내버려 둬야 한다.

▲ 버섯과 식물 ⓒ김홍구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국제트레킹대회기간에만)에서 시끄러운 잡담과 함께 음식물을  잔뜩 꺼내 놓고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쉬는 장소에서  술을 꺼내 놓고 먹는 사람도 있다.   분명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를 받았을 텐데 그들에겐 소용도 없다.  자연유산관리법에 의하여 벌금이 얼마인지는 그런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차라리  해설사 및 안전요원에게 거문오름에서 최소의 사법권을 부여하여  의식교육과 함께 강력한 단속이 더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 탐방안내소 ⓒ김홍구

탐방안내소  마당에 기본적인 교육을 스스로 습득할 수 있도록 대형 현수막을 걸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와중에 몇사람 안되는 관리요원이  수많은 사람들의 똑같은 질문에  일일이 답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자연유산답게 탐방안내소 및 마당근처에서부터 금연을 실시하여야 한다.   오름을 가기전 또는  다녀온 후에 많은 사람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 흡연을 함으로써 근처에 있는 수많은  어린이, 청소년 및 비흡연자에게  담배연기를  맡게 하여야 하겠는가.  자연유산에 오면  당연히 금연하여야 한다는 의식을 탐방안내소에서부터 시작한다면 여러모로 좋을 것이다.

▲ 새미오름-우진제비오름 ⓒ김홍구

관리요원들의 복장에 관하여 한마디 하고 싶다.  해설사및 안전요원, 그리고 담당자들은 출입증에 나름대로 직책을 써서 패용하고 있다.  하지만 탐방객들과 섞이면 누가누구인지 전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탐방객들은 누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누구에게서 어떤 안내를 받아야  하는지 쉽게 알 수가 없다.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복장을 착용하면  거문오름을 안내하고 해설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가 있다.  가끔 보면 탐방객들은 해설사와 안전요원에게 보다나은(?)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서비스맨이 아니다.  거문오름을 알리고 세계자연유산을 설명하고 또한 거문오름을 지키려는 지킴이 역할을 하는 사람이기에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

▲ 탐방로 초입길 ⓒ김홍구

오늘은 용암길로 탐방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거문오름의 초입부터가 이상하다.  그 아름답던 길이 어느새 인조석을 경계석으로 하여 단장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길에 차가 다닐 이유가 있는 것일까.  거문오름과 어울리지 않는 초입길은 어색하기가 그지 없다.  배수로와  석축은 뱀이나 노루의 이동에 문제가 될 것이고 그안에서 수백마리의 지렁이는  움직이지 못해 죽어가며 이 여름에 악취를 풍기고 있다.  자연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거문오름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거문오름은 거문오름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한다.  그 길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 탐방로 초입길 ⓒ김홍구
▲ 공사하기전 '거문오름' 입구 탐방로 ⓒ 제주의소리
▲ 공사하기전 '거문오름' 입구 탐방로 ⓒ 제주의소리

초입에서 바라보는 부대오름과 웃바매기오름이 하얀 구름아래 멋있어 보인다.  제주의 자연은 이래저래 아름답다.  삼거리에서 다시한번 안내를 받고 용암길로 향한다.  용암길은 거문오름에서 용암이 흘러간 길을 따라 만들어 졌으며 상록수림을 거쳐 가시딸기군락지를 지나 벵뒤굴입구를 돌아 웃바매기오름까지 가는 길이다.   약 5km 정도이며 트레킹대회때만 개방이 된다.

▲ 부대오름 ⓒ김홍구
▲ 웃바매기오름 ⓒ김홍구

▲ 산수국 ⓒ김홍구

숲으로 들어서자 햇빛이 차단될 정도로 나무들로 우거져 있다.   산수국이 군데군데 피어있고 양애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다.  양애는 독특한 향이 일품으로  제주사람들은  양애무침과 양애지를 담가 먹곤 한다.  그사이로 탐방객들은 양애인지도 모르고 무심히 지나는 듯 하다.

▲ 양애 ⓒ김홍구

▲ 용암길 가는 사람들 2 ⓒ김홍구

▲ 웃바매기오름 ⓒ김홍구

가시딸기군락지에서 한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술을 따르며 잡담을 하고 있다.   누구는 오름에서 조용하라고 하고 그 누구는 오름에서 사람이 우선임을 강조한다.   자연의 법칙이 있거늘 그것을 보는  오름몽생이도 눈쌀이 찌푸려진다.   조금더 가면 웃바매기오름이 눈앞에 나타난다.  바로 그아래 벵뒤굴입구가 있다.  그곳까지 온 탐방객들은 벵뒤굴입구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려 삼삼오오 모여 있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라는 이름처럼 동굴이 많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만장굴을 비롯하여 이곳 벵뒤굴, 김녕굴웃산전굴, 김녕굴, 선흘수직동굴, 북오름굴, 대림굴,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월정남지미동굴 등이 있다.  가히 세계자연유산으로도 손색이 없을 동굴이다.

▲ 알바매기오름 ⓒ김홍구

웃바매기오름을 돌아 나오면 용암길트레킹은 끝난다.  알바매기오름이 눈앞에 보인다.  그 건너에는 아름다운  동백동산도 있다.  셔틀버스를 타고 탐방안내소로 돌아와 출입증을 반납하고 잠시 생각해 본다.  지금 하고 있는 국제트레킹대회가  과연 누구를 위한 대회인지 묻고 싶다.  탐방객을 위한 트레킹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국제트레킹대회가 끝나면 거문오름은  심한 몸살을 앓을 것이다.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면  거문오름과 굼부리내의 식생은 파괴될 것이다.   트레킹대회도  예전과 같이 예약을 하여야 하며 더욱 엄격한 관리를 통하여 세계자연유산이 어떠한 곳이며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정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트레킹대회도 거문오름을 위해서 존재하여야 한다.  무조건 탐방객을 많이 유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보여 줄 것은 확실하게 보여주고 보호하여야  할 것은 확실하게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

▲ 용암길 가는 사람들 1 ⓒ김홍구

오름몽생이는 훼손되지 않는 자연을 좋아한다.  그 누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름과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식생들이 하나인 듯 숨쉬고 있는 이곳에 좋은 인연을 쌓고 싶다.  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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