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숙 이사장이 풀어낸 제주올레' 뒷 이야기
"천천히 걷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그간의 제주올레 이야기를 풀어냈다.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북하우스)에는 길 내는데 ‘미친 여자’ 서명숙이 특유의 직설적이면서 호탕한 성격이 그대로 베어있다. 언론이 채 다 좇아가지도 못한 이야기들이다. 제주올레를 만드는 사람들, 난감하기 짝이 없던 일들, 온갖 오해를 받았던 경험들 그리고 제주올레를 통해 변화된 그의 인생 이야기다.

‘꼬닥꼬닥’은 제주어로 ‘천천히’라는 뜻이다. 속도가 빠른 나라 대한민국에 건네는 말이다.

제주올레 13코스를 만들 때 이야기다. 제주시권으로 접어들자 올레길 내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가능한한 아스팔트 길을 피하기 위해선 새로운 길을 13군데나 내야한다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올레 탐사대는 단 5명. 포크레인 등은 결코 쓰지 않는 ‘안티 공구리’를 원칙으로 하기에 ‘포기’하자는 말도 나왔다.

구원 투수는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평소 서명숙 이사장의 팬이었던 특전사 여단장과 인연이 돼 제주에 하계훈련을 온 사병들에게 강의를 하는 대신 길을 내달라 부탁했다. 바로 오케이였다. 이 길은 이렇게 ‘특전사길’이 됐다.

최근 올레 위의 새로운 상징으로 등장한 간세 표지 사연도 있다.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과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정 사장이 올레 7코스에 푹 빠진 뒤 서명숙 이사장에게 인건비 일체를 후원하겠다고 제안한다. “올레길으 가치를 처음 알아본 기업이라는 명예를 갖고 싶다. 가치 있는 일이 계속 되었으면 한다”는 것. 하지만 서 이사장은 오래 고민할 것 없이 정중히 거절한다. 세상의 오해와 기업 스폰서에 의한 감동의 절하가 우려됐기 때문. 이날의 인연이 후에 현대카드가 진행하고 있던 디자인 기부로 이어졌다. 올레에서 표지판이 필요하다는 올레꾼들의 줄기찬 요구에 응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제주올레는 그 가치 알아본 많은 사람들의 기부와 도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을 던져놓고 제주올레 사무국으로 뛰어든 제주올레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잘나가는 ‘시사IN’ 기자였던 안은주 사무국장과 안 기자의 취재원이던 김민정 홍보팀장, 역시 안은주 기자의 학보사 후배 인연으로 제주올레 디자인실장을 맡은 이수진 씨 등. 잘 다니던 직장을 접고 내려온 이들은 제주올레에 푹 빠진 올레꾼들이다.

제주올레를 다녀간 문화예술인들도 눈길을 끈다. ‘태백산맥’의 조정래 선생은 올레가 지나는 길 문턱에 비양도 케이블카가 설치된다고 하자 “아시아 최대의 케이블카라니, 아시아 최대의 환경파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비양도 케이블카 소식에 ‘뚜껑’이 열린 서 이사장이 <제주의소리>에 제안해 이뤄진 릴레이 칼럼에서였다.

서 이사장이 만든 제주올레는 다시 서 이사장을 바꾸기도 했다. 서귀포 시내 아파트에 있던 ‘빨래터 공간’의 ‘팡돌’을 보고는 반해 손빨래를 하기로 했다. 그는 육제노동이 아닌 정신적 명상이라 여겼다.

서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느림을 추구하는 올레길 위에서도 ‘빨리빨리’를 외치는 이들에게 “제발, 올레길에서만큼은 한국사회에서 살면서 익숙해진 속도전의 문법에서 탈피하시기를” 외친다.

“부디, 이 책을 읽은 여러분들이 조금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가득가득 채우고, 빨리 승진하고, 양손 잔뜩 물건을 사는 삶이 행복은 아니라는 것을 길에서 터득했으면 좋겠다. 내가 낸 길 위에서 여러분들을 만나 눈인사를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북하우스. 1만5천원.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