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뛰는 만큼 기부하는 도청 마라톤 동호회 '도르미'

참가비의 절반을 어려운 이웃에 쓰고 있는 '아름다운 제주국제마라톤대회'. 이 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제주의소리>가 아름다운 마라토너를 소개하는 <마라톤은 아름다워> 연재를 시작합니다. 달림이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삶의 향기를 느꼈으면 합니다. / 편집자주

흔히 ‘자신과의 싸움’이라 불리는 마라톤. 그 지난한 주행을 하고 있는 고독한 달림이들이, 자신을 뛰어 넘어 이웃에 손을 내밀고 있다.

제주지역 최고 직장 마라톤 동호회를 자랑하는 제주도청 ‘도르미’가 1km당 100원을 기부하는 이색 기부를 펼치고 있다.

▲ 도청 마라톤 동호회인 '도르미' 훈련 모습. ⓒ제주의소리

각종 마라톤 대회에서 뛴 1년치 기록을 합산해 10km 당 1천원, 하프코스는 2천원, 풀코스는 4천원을 기부하고 있다. 많이 뛸 수록 기부금을 많이 내야 한다.

김익수 도르미 회장은 “뛰다보면 욕심이 생겨서 좀 더 많이 뛰고, 더 나은 기록을 갖기 위해 더 열심히 연습하게 된다”고 했다.

대부분 50대인 도르미의 열성 회원들은 일주일에 세 번 있는 연습을 꼬박 소화한다. 토요일 집중훈련에는 20-30키로를 달린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철에는 새벽 5시30분부터 신비의 도로에서 시작해 산록도로를 통과한다. 고지대이다보니 처음 달리기 시작할 때는 서늘함까지 느끼지만 이내 곧 온 몸은 땀으로 뒤범벅된다.

바로 뒷날인 일요일에는 몸을 풀어주기 위한 ‘회복훈련’을 한다. 수목원을 왕복 4km 3회 반복하는데, 토요일 집중훈련으로 인해 부었던 근육을 풀어주고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사회생활 적응을 위한 훈련이다.

대회가 다가오면 특별훈련이 시작된다. 한 달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최상의 몸 만들기에 돌입한다. 일주일이면 80km를 달린다. 식이요법도 동반된다. 김 회장은 “몸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놓으면 풀코스를 뛰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총 80여명의 회원 중 주말 집중 훈련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사람은 25-30명 정도다.

▲ 김익수 '도르미' 회장. ⓒ제주의소리
마라토너는 굉장히 부지런한 사람들로 정평이 나 있다. 엄격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기도 하다.

마라톤 대회 완주를 통해 자기와의 싸움에서 지지않았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달림이들. 이들이 기부를 통해 자신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기로 한 것은 역시 ‘보람’ 때문이다.

김 회장은 “뛰는 것도 보람이지만 기부를 통해 그 보람은 더욱 커져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0만원을 기부했다. 가장 많은 기부를 한 회원은 320km를 뛰어 3만 원 가량을 냈다. 320km는 풀코스를 7번 뛰어야 하는 길이다.

적은 돈이지만 이 덕분에 이들의 완주에는 '아름다운 목표'가 더해졌다. 더 멀리 뛰어서 더 많은 이웃들과 나누겠다는 목표다.

“단거리를 뛰시는 분들은 합산해도 얼마 안 되니까, 기부를 못하시겠다 하는 분도 있다. 올해는 기부액을 늘리자고 건의해야겠다” 김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도르미의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은 도내 많은 마라톤 동호회에서 벤치마킹 하고 있다. 김 회장은 “훈련 방식 뿐만 아니라 뛰는 만큼 기부하는 이 제도도 같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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