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븐숭이 애기돌무덤에 가면 목이 멘다
너븐숭이 애기돌무덤에 가면 목이 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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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북촌 너븐숭이 4.3 위령성지를 찾아서

▲ 애기돌무덤 너븐숭이 애기돌무덤 ⓒ 김강임  너븐숭이

한여름 열기가 너븐숭이 옹팡밭에 내려앉았다. 옹팡밭에서 햇빛을 가려주는 것이 있다면  소나무 몇 그루. 옹팡밭 옆 대도로에는 수많은 차량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다.

제주시 조천면 북촌리 1599번지. 이곳은 1949년 1월 17일 발생한 '북촌사건'의 진원지다. 옹팡밭이란 지표면보다 낮게 파인 밭을 말한다.

▲ 4.3 위령성지 북촌 나븐숭이 4.3. 위령성지  ⓒ 김강임  너븐숭이

요즘 제주도의 산과 바다, 계곡은 관광객들로 떠들썩한데도 이 너븐숭이 성지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조용한 너븐숭이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웠다. 북촌리 포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븐숭이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20여 구의 돌무덤. 대여섯개의 돌을 돌아가며 세워 놓은 것이 무덤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돌무덤의 사연을 적은 시비 앞에 섰다. 양영길님의 '애기 돌무덤 앞에서'라는 시를 읽어 내려갔다.

한라 영산이 푸르게
푸르게 지켜보는 조천읍 북촌마을
4.3 사태의 군인 한 두 명 다쳤다고
마을사람 모두 불러 모아 무차별 난사했던
총부리 서슬이 아직도 남아 있는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할 너븐숭이 돌무덤 앞에 목이 메인다
아직 눈도 떠 보지 못한 아기들일까
제대로 묻어주지도 못한
어머니의 한도 함께 묻힌 애기 돌무덤
사람이 죽으면
흙속에 묻히는 줄로만 알았던 우리 눈에는
너무 낯선 돌무덤 앞에
목이 메인다.
목이 메인다

누가 이 주검을 위해
한 줌 흙조차 허락하지 않았을까
누가 이 아기의 무덤에
흙 한 줌 뿌릴 시간조차 뺏아 갔을까
돌무덤 속에 곱게 삭아 내렸을
그 어린 영혼
구천을 떠도는 어린영혼 앞에
두 손을 모은다
용서를 빈다
제발 이 살아있는 우리들을 용서하소서
용서를 빌고
또 빈다

 -양영길님의 애기 돌무덤 앞에서-

▲ 애기돌무덤 돌담아래 애기 돌무덤 ⓒ 김강임  너븐숭이
▲ 돌무덤 돌무덤 ⓒ 김강임  너븐숭이

세상에 어느 시가 이만큼 슬프고 안타까울까. 소나무 아래 듬성듬성 모아놓은 돌무덤이 애기무덤이라니. 무덤 위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무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턱이 없었다. 그 흔한 야생화 하나 피어 있지 않은 너븐숭이 애기무덤은 어쩌자고 흙 한줌 뿌릴 여유조차 없었던 것일까.

돌무덤을 돌아보자니 정말이지 시인의 말대로 목이 멨다. 자세한 해설을 듣기위해 기념관 문을 열었다. 운 좋게 고태준 문화관광해설사를 만날 수 있었다. 문화관광해설사는 기념관 앞에 걸려 있는 강요배님의 그림을 보라고 한다.

▲ 강요배님의 그림 기념관에 걸려 있는 그림  ⓒ 김강임  너븐숭이
 
죽은 엄마의 젖을 빨고 있는 애기 그림이었다. 그림 위에 '더 이상 죽이지 마라'로 시작된 시를 읽고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한 어머니가 아기를 안은 채 싸늘히 식어갔다. 배고파 울던 아기는 죽은 어머니의 젖가슴에 매달려 젖을 빨고 있었다.

▲ 4.3. 기념관 4.3. 기념관  ⓒ 김강임  너븐숭이
▲ 너븐숭이 기억 너븐숭이를 다녀간 사람들의 메모  ⓒ 김강임  너븐숭이

기념관에 켜진 촛불 앞에 묵념을 올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며 남긴 메모가 붙어 있었다. 상생, 평화, 화해라는 글귀가 가슴에 와 닿는다. 척박한 땅 북촌리 옹팡밭의 비운은 참으로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름도 성도 알 수 없는 20여 구의 애기무덤은 그저 한여름 열기만 토해냈다.

▲ 산책로 너븐숭이 산책로  ⓒ 김강임  너븐숭이
▲ 순이삼촌 비 시체를 표현한 빗장  ⓒ 김강임  너븐숭이

산책로를 따라 '순이 삼촌 비'앞에 섰다. 사각사각 소리 나는 스코리아(송이) 위에 뒹구는 빗장이 이색적이다. 이 빗장은 예술이라기보다는 죽어간 영혼들의 시체였다. 서로 부둥켜 안고 있는 빗장이 있는가 하면 내동댕이쳐 있는 빗장도 있다. 빗장을 보자 소설 순이삼촌의 '깊은 소 물귀신에 채어가듯 당신은 머리끄덩이를 잡혀 다시 그 밭으로 끌리어 갔다'라는 글귀가 생각났다.

▲ 빗장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빗장  ⓒ 김강임  너븐숭이

빗장에는 촘촘히 소설 순이 삼촌 내용이 새겨져 있었다. 모두 전율이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빗장도 있었다. 나는 동행한 고태준 문화관광해설사에게 "왜 저 빗장에는 아무 것도 쓰이지 않았어요?" 라고 물었다.

고태준 해설사는 "이 빗장에는 미래의 이야기가 담겨질 것이라고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 한마디에 나는 피가 거꾸로 도는 것 같았다.

"지금 선생님이 서 계시는 이 빨간 스코리아(기생화산 쇄설물)는 4.3 영혼들이 흘린 붉은 피를 형상화 한 것입니다."

"앗! 그렇다면 내가 학살당한 영혼들이 흘린 피 위에 서 있었구나!"

가슴 한복판을 꿰뚫는 한마디에 나는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다. 

▲ 너븐숭이 너븐숭이 4.3 유적지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길: 제주공항,제주항부두-삼양-조천-함덕-북촌-북촌초등학교 옆-너븐숭이 4.3. 위령성지

<제주의소리>

<김강임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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